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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으면 아들을 죽이고, 힘 없으면 손자로부터 죽는다[박형준의 시네마&드라마 컷] <사도>와 정반대인 김기덕 감독 데뷔작 <악어>의 한 장면
박형준 | 승인 2015.09.21 19:13
김기덕 감독 데뷔작 <악어>(1996)의 한 장면
<사도>의 한 장면, 저작권자-타이거픽쳐스

영화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를 매개로 세대갈등을 다뤘다. 힘겹게 왕위에 오른 영조는 그 과정에서 생긴 성격적 결함까지 작용해, 자신과는 달리 왕이 되는 길이 탄탄대로인 아들을 바짝 옥죄이며 혹독하게 훈육하려 한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며 광인(狂人)이 돼간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데다가 대화까지 단절되면서 결국 사도세자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김기덕 감독의 <악어>는 지금 봐도 매우 충격적인 영화이다. 한강에서 자살한 시신을 건져올려 유가족에게 팔아먹으며 살아가는 용패(조재현 분)는 물론, 시대 변화에 밀려나 한강으로 떠밀려온 우 노인(전무송 분)과 구걸하는 꼬마 '앵벌이(안재홍 분)'의 존재도 인상적이다.

우 노인은 폐자판기에 들어가 자신이 커피를 타서 동전을 넣은 사람에게 제공하며 동전을 가져간다. 자판기에 써진 어설픈 한글 맞춤법은 우 노인이 살아온 세월을 말해준다. 교육은커녕 철이 들자마자 일을 해야 했던 그 고단한 세월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앵벌이는 한 남자가 준 권총으로 좌판기를 쏴버린다. 우 노인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죽는다.

<사도>에서는 힘을 가진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다. 하지만 힘이 없는 우 노인은 세상으로부터 한강까지 밀려났다가 끝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꼬마에게 사살당한다. 같은 세대 갈등이지만 결과는 정 반대이다. 영조와 우 노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극명하다. 임금과 돈 한 푼 없이 쫓겨난 힘 없는 노인이어서 그렇다.

힘이 있으면 아들을 죽이고, 힘이 없으면 아들과 손자에 의해 죽는다. <사도>와 <악어>는 묘한 뫼비우스의 띠를 이룬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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