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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청탁'이 무너진 이유: 안종범 증언·특검의 장대한 삽질[이재용 항소심 선고 분석 ②] '안종범 수첩' 딜레마: 안종범 "朴, '이재용 승계' 관련 지시 無"
박형준 | 승인 2018.02.09 13:40

특검의 장대한 삽질 역사의 근원: 부정한 청탁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뇌물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시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권 행사 ▲합병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고리 해석 관련 유리한 결과 유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및 유리한 법 개정 ▲메르스 사태 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처벌 무마 등이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진행된 제1심에서, 특검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장대한 삽질·무대포의 역사'를 시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기자가 줄곧 지적했던 '특검의 증거 조작'은 대부분 부정한 청탁 관련해서 발각된 것이었다. 증거 조작을 시도한 상대도 매우 비범하다. 아무리 '몰락한 정권의 전직 고위 관료'라고 하지만, 기획재정부 차관·금융위 부위원장을 상대로 시전한 것이었다. 

제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수많은 공무원들은 "박근혜 혹은 청와대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2017년 6월 1일 공판기일에서 "김학현 당시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에게 '순환출자 고리 해석'과 관련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내가 전달했다'고 조서를 꾸몄다"고 항의했다. 

특검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고, 재판부는 최상목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6월 16일 공판기일에서 "안종범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서운했다"면서, "조사 시작 전에 김영철 특검 파견검사에게 진술했지만, 김영철이 조서에서 누락했다"고 증언했다. 김영철은 멋쩍게 웃기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외에도 김 모 환경부 사무관은 "조상원 파견검사와 대화를 했던 내용이 내 이름으로 작성된 진술서로 꾸며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채문규 전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장은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얼른 안 불면 옷 갈아입고 조사받을 수 있다. 구치소는 춥다.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노골적인 정황들이 켕겼는지, 특검은 증인들을 상대로 유도신문·추정적 질문 남발·시간 끌기 등의 행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퇴근 시간을 늦추는 민폐 행각을 일삼았다. 

6월 30일 공판기일에서는 심지어 "토요일에도 재판을 개정하자"는 무례한 요구를 했다가, 김진동 부장판사의 지적을 들은 적도 있다. 이런 혼돈이 끝없이 이어졌으니, 제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부인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거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부터 논파해야 한다. 안민석은 "박근혜는 창조경제에 대해 10분 이상 이야기할 지식이 없다"는 주장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창조경제에 대해 10분 이상 이야기할 지식이 없는" 박근혜에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권 행사 ▲합병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고리 해석 관련 유리한 결과 유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및 유리한 법 개정 등을 거론할 수 있었을지, 기자도 큰 의문이 든다. 안민석의 이야기를 들었던 이재용은 왜 웃음을 참으려고 애써야 했을까?

또한, 특검의 주장은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지적한'삼성 장학생론'과도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삼성 장학생론'은 "삼성이 정·관계 곳곳을 관리해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 주장대로라면, 관의 협조를 받아야 할 일이 있으면 평소 관리한 장학생을 거치면 쉽고 간편하다. 굳이 말이 안 통할 것이 분명한 박근혜에게 이재용이 직접 나서서 개별 현안들에 대해 어렵게 설명까지 하면서 청탁을 하는 것이 지름길이겠는가, 아니면 장학생을 거치는 것이 지름길이겠는가. 

'안종범 수첩' 딜레마: 안종범 "朴, '이재용 승계' 관련 지시 無"

제1심 재판부는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그 근거는 ▲개별 현안들은 이재용의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고 ▲미래전략실이 적극적으로 각종 현안들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각종 경영 현안들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진행됐다고 볼 증거가 하나도 없다. 

▲ 삼성SDS의 상장·제일모직의 상장·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신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재용의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배력 강화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있다.

▲ 하지만 그것은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평가했을 때 확인되는 것에 불과하고, 그조차도 여러 효과 중 하나에 불과하다.

▲ 이것만 가지고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각종 현안이 추진됐다"고 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 '부정한 청탁'은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돼야 한다. 박근혜·이재용이 모두 '직무집행과 그 대가'를 인식하거나 양해했다고 볼 정도로 '승계 작업'의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 

▲ "미래전략실이 각종 현안에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승계 작업'의 의미를 인정할 수는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박근혜에 대해 "창조경제에 대해 10분 이상 이야기할 지식이 없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완벽하게 정황을 해석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종범 수첩'의 존재 때문이다. '안종범 수첩'에는 분명히 다음과 같은 부분도 나오기 때문이다.

 2015. 7. 27. "소액주주 권익 'Global standard ↑"

 2016. 2. 15. "바이오 신산업·외투기업 세제 혜택·싱가포르·아일랜드·글로벌 제약회사 유치·SS 운영"

 2016. 2. 21. "삼성 이재용 싱가포르 글로벌 제약회사 - 세제 혜택·환경규제 多 List 달라·삼성 + LG List 주면 → 환경부에 알려 풀어야"

그런데 정작 안종범은 7월 5일 증인으로 출석해서 ▲경제수석으로 부임한 뒤 박근혜로부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도 서면보고만 했으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에 대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박근혜의 다른 범행 정황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시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던 안종범이, 유독 삼성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안종범만 아는 것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수첩을 작성한 사람이 저렇게 증언하니, 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부정한 청탁' 부분이 내내 모호한 입증이 이어지다가 무너지면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출연 및 후원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 특검은 스스로 반성을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특검은 단 한 번도 반성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법원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다수의 기성언론이 이상한 행위를 감춰주면서 옹호하는 것"만 믿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시쳇말로 "대한민국에 사람이 없는 줄 아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언론·여론의 옹호만 믿고,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사람 치고 그 끝이 좋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쓸데없는 원한을 깊이 새겨주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한다. 정호영 전 BBK 특검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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