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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선고 ①] "안종범 수첩은 정황증거·간접증거"[박근혜·최순실·신동빈 재판 101-1]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주체는 朴 청와대"
박형준 | 승인 2018.02.13 15: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순실 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 각종 혐의들과 관련해 선고를 진행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검찰이 2016년 11월 20일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구속 기소한 후 약 1년 3개월이 지나 진행되는 선고였다. 

최순실의 혐의 특성상 길고도 긴 재판 과정이었다. 수많은 증인들이 출석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함께 재판을 받다가 박근혜가 '재판 전면 거부'를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던 재판이었다. 

최순실 씨 ⓒKBS

최순실의 혐의는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롯데그룹 관련 뇌물수수 ▲SK그룹 관련 뇌물요구 ▲미르재단·K스포츠재단·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관련 삼성그룹 외 사안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각종 기업체들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으로 대단히 방대하다. 

[선고 요지 ①] "안종범 수첩은 정황증거"

재판부는 먼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부터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제1심 공판을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간접적인 정황증거"라는 것이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안종범은 박근혜의 각종 지시를 전화통화를 통해 전달받았다. 박근혜의 대기업 총수 단독면담에는 배석했을 때도 있고, 배석하지 않았을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종범 수첩'을 직접적 증거로써 단정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참고로, 안종범은 박근혜·이재용의 단독면담에는 배석한 적이 없었고, 기성언론이 의도적으로 누락해 보도하는 사실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안종범은 "박근혜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삼성그룹 관련 보고도 잘 올리지 않았다"는 증언을 굽히지 않았다. 

이재용 등의 항소심 공판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은 안종범의 주장을 무겁게 고려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2012도16001 판례(링크 클릭)를 토대로 ▲전문(傳文)증거라고 하더라도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박근혜가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면담을 한 뒤 안종범에게 불러줘 안종범이 수첩에 받아쓴 사실"은 박근혜와 대기업 총수들의 단독면담과 관련된 간접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주요 언론은 각종 다양한 정황에 따른 경우의 수를 무시한 채 "재판부가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했다"고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해석해야 한다.

[선고 요지 ②]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추제는 朴의 청와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검찰은 최순실·안종범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특검은 삼성그룹의 출연금 총액 204억 원에 대해서는 최순실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다시 기소했고, 검찰은 박근혜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즉,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근혜·최순실은 제3자 뇌물수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의 피고인이고, 안종범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피고인이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에 대한 판단부터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순실·안종범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최순실은 검찰에서 "대통령이 문화·체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진술했고, 안종범은 "박근혜가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면담을 한 뒤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각각 300억 원대 규모로 설립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 안종범은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승철 당시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연락해 "신속하게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전경련과 기업들은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빨리 설립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 청와대는 미르재단 설립 전 관련 회의를 4회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설립을 독려했고, 전경련에는 출연 참여 기업의 명단을 줬다. 최상목은 "안종범이 출연기업의 명단을 불러줘서 메모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 재단의 이름도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정했고, 전경련의 의견을 반영한 적이 없다. 출연비율도 박근혜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대기업들은 "재단 설립의 취지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지급했다"고 진술했고, 설립 후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 출연기업들은 사업계획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고, 설립 및 운영에 참여할 기회도 전혀 얻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대통령·청와대의 관심사항·지시사항"이라는 말만 듣고 불과 1~2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 출연기업들은 대부분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고, 대통령과 경제수석은 각종 인·허가 및 세무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다. 

▲ 최순실은 재단 설립 과정을 알고 있었고, 안종범은 설립과 관련해 중요한 부분을 이행했다. 재단 설립 후, 최순실은 재단의 임·직원으로부터 '회장님' 호칭을 들으면서 각종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선고 요지 ③] "朴, '정유라 초교 동문 부모' 회사 위해 현대차에 납품 강요"

현대차그룹과 관련해서는 ▲'정유라 씨 초등학교 동문의 부모' 이종욱·문화경 부부가 경영하는 KD코퍼레이션의 제품 납품 강요 의혹 ▲"최순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실제 경영한 업체"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광고계약 강요 의혹이 있다.

검찰이 박근혜·최순실·안종범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였다. 재판부는 KD코퍼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최순실·안종범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고, 플레이그라운드와 관련해서는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만 유죄를 선고하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시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경제수석의 요구·지시가 없었더라면, KD코퍼레이션이 통상적인 입찰절차 없이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혜택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김용환의 지시 직후 KD코퍼레이션에 연락해 계약을 체결했다. KD코퍼레이션의 생산 제품은 원동형 흡착기라서 자동차와 관련이 없어서, 현대차그룹 구매팀에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부품이다.

▲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도 몰랐기 때문에, 부회장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KBS

▲ 최순실은 정호성에게 KD코퍼레이션의 소개자료를 주면서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정호성은 이를 박근혜에게 보고했고, 정호성은 이 정황과 관련해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진술했다.

▲ 따라서 최순실 → 박근혜 → 안종범의 순으로 현대차그룹에 요구가 전달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안종범이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부탁한 사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박근혜가 유독 KD코퍼레이션을 유독 챙긴 것을 토대로 미필적으로나마 "대통령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최순실은 플레이그라운드와 관련해 자본금 조달·운영진 지정·각종 보고 수렴 등의 정황이 있기 때문에 "최순실이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해 운영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자료를 주면서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를 수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근혜는 안종범을 거쳐 김용환에게 지시를 전달했다.

▲ 김용환은 "안종범이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자료를 줬다"고 증언했다. 안종범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용환이 거짓말을 해야 할 별다른 동기는 없다. 김용환은 직원들에게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주라"고 지시했다.

▲ 현대차그룹은 광고기획사로 선정된 다른 회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에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했다. 김용환은 "안종범의 요구가 없었다면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할 이유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 다만 대통령에게는 "민간회사에 특정회사에 대한 광고 발주를 요구할 일반적 권한"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강요 혐의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곧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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