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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산이 있어서? 웃기지 말라는 영화 <에베레스트>[리뷰] 담담한 풍경 묘사는 인상적이지만, 부실한 내면 묘사가 아쉽다
박형준 | 승인 2015.09.25 06:00

 이 기사 속 에베레스트 산과 산악인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무위키의 에베레스트 항목을 참고했습니다.

영화 <에베레스트>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것은 상식이다. 높이는 8,848m이다. 정상을 최초로 정복해 귀환한 사람은 뉴질랜드 출신 산악인 에드먼트 힐러리와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이다.

이들은 동시에 정상에 발을 닿았다고 한다. 세상에 알리길 "우리는 동시에 등반했다"고 꼭 같이 언급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단순히 산악인과 셰르파의 사이에 머무르지 않고 교감하며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동반자로 인식한 것이다. 이들이 정상을 정복했던 과정에 있었던 난코스는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이라고 명명됐다. 영화가 다루는 1996년 등정 시도 산악인들의 루트도 바로 이 힐러리 스텝이다.

영화 <에베레스트>의 한 장면, UPI코리아 수입

에베레스트는 한국인에게도 가슴 먹먹한 스토리를 안겼다. 2004년 계명대 등산부가 등정에 도전했다가 박무택·장민·백준호 등 3명이 사망했다. 유명 산악인 엄홍길씨는 2005년 3명의 시신을 찾아오겠다며 휴먼원정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악전고투 끝에 박무택씨의 시신을 찾았지만, 이미 꽁꽁 얼어버린 시신이 너무 무거웠던데다가 기상이 급격하게 악화돼 시신을 양지로 옮기고 돌무덤을 만들어주는 선에서 하산한다. 이어 유품으로 노제를 지냈다고 한다. 2007년에는 낙석으로 이현조·오희준 등 2명의 산악인이 사망했고, 2012년에도 4명이 사망했다. 2013년에도 서성호씨가 탈진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전문 산악인의 잇따른 사망, 그리고 유명 산악인조차 그들의 시신을 운구해오지 못했다는 점은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인간의 수명은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산은 수십 억년을 고고하게 버텼다. 그 세월을 함부로 이기려 들면 자연이 고난을 주는 셈.

하지만 에베레스트의 명성은 부작용을 주기도 한다. 산을 잘 모르는 일부 사람들이 지나치게 산을 우습게 보면서 등반 붐이 일어나버린 것이다. 즉, 지나친 상업화의 문제가 생긴 셈. 오죽하면 '교통난'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상업화의 여파로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정상 등반을 시도하면서 악천후가 365일 이어지는 위험한 환경에서 긴 사람들의 행렬이 만들어져 생긴 표현이다. 산악인들은 "공기가 희박한 정상에서 줄이 길게 늘어지면 기다리는 동안 산소탱크 속 산소를 많이 써서 위험해진다"는 우려를 한다.

산악인들은 에베레스트를 언급하면, 1996년 5월 11일을 떠올린다고 한다. 존 크라카우어가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책을 써서 언급했던 사망 참사를 말한다. 영화 <에베레스트>가 다루는 사건이기도 하다.

1996년 5월 11일의 에베레스트

영화 <에베레스트>, UPI코리아 수입

뉴질랜드 사람 롭 홀과 개리 볼은 '어드벤처 컨설턴츠'를 설립해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다. 1992년 5월 12일에 9명의 고객과 에베레스트 정상에 등반한 것은 상업등반의 시초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1996년 5월 10일에 18명의 고객과 정상 등반을 한 뒤 다음날 하산하다가 1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추락과 지나친 추위, 산소 부족 등 사망 이유에는 높은 산에서 있을 만한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했다. 존 크라카우어는 당시 등반에 동행했던 산악전문지 기자였고, 몇 안되는 생존자 중 1인이었다.

영화는 에베레스트와 마주하기 전 긴장감이 없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팀과 팀이 모인 베이스캠프 근거지는 어이없게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컨설턴팅 회사와 기업 스폰서를 배후에 둔 관광상품화의 단면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볼 태반의 관객도 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를 것이다. 

심지어는 컨설턴트 회사 간 경쟁관계가 암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무의미한 경쟁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는지 팀과 팀이 합쳐 협력하기로 한다. 다소 다른 이야기이지만, 개 대신 말을 고집하는 등 영국의 전통만 고집하며 노르웨이의 아문센 탐험대와의 협력을 무시하고 독단적 탐험을 강행했던 스콧 탐험대의 안타까운 결과를 기억하면 될 것이다. 

등반 과정에서도 의외로 긴장감 넘치는 묘사는 많지 않다. 다만 에베레스트의 압도적 풍경에 대한 감탄만이 있을 뿐이다. 의아해보일 수도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난은 하산 과정이다. 체력은 정상 정복을 하며 소진했다. 그리고 무릎에 무리를 줬던 등반 과정은 하산 과정에서는 가파른 높이가 목숨을 위협한다. 상업화의 냄새를 풍기며 정상을 찾았던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인지 에베레스트의 변덕스러운 날씨도 그들을 마구 위협한다. 

<에베레스트>는 그 과정을 영화적 과장 없이 생생하게 묘사한다. 영화적 과장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거기에 산이 있어서"라는 말은 아무나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여름에 개봉했다면 더 좋았을 압도적 풍경은 <에베레스트>의 진수이지만, 그 풍경은 어느 호러 영화보다 무섭다.

"거기에 산이 있어서(Because it is there)"라는 말도,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했다가 1999년 시신으로 발견된 조지 맬로리가 신문기자의 귀찮은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면서 나온 표현이라고 알려졌다.

영화 <에베레스트>의 한 장면, UPI코리아 수입

상업화된 호승심의 부작용

엄홍길씨는 "2000년대 이후 에베레스트 인근 마을에도 자동차와 쓰레기가 넘치면서 고산의 날씨와 기온도 제멋대로 달라져 등정이 힘들어졌다"고 회고했다. 산에 함부로 도전해 인명이 희생되는 산악 상업화는 환경에도 그늘을 남긴다. 

산은 그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존재이다. 집배원 출신이자 "동전을 모아 등반비용을 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에베레스트에 온 더그 한센은 정상 근처에서 탈진한다. 가이드 롭 홀은 하산 과정에서 그를 발견하고 무리하게 정상 정복을 원하던 더그 한센을 외면하지 못한 채 다시 정상 등반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묘사한다.

차갑고 고고한 존재이기에 어설프고 무리한 호승심을 용서하지 않는다. 무모한 결과는 무모한 고집과 욕심으로부터 비롯된다. 산을 비롯한 자연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호승심조차 무리하게 상업화되고 만 결과로 볼 수 있다. <에베레스트>가 영화적 과장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산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나아가 자연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산을 정복하러 갔다가 산에 호되게 혼이 나고 무너져가는 그들의 내면 묘사가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틀리, 조쉬 브롤린, 에밀리 왓슨 등 유명배우들이 이 영화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영화 <남극일기>가 대원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하면서 오히려 상업적으로 외면을 받았던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아쉬움을 준다. 심리묘사와 풍경묘사의 중용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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