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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사건 속 '어르신': 청와대인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인가[차은택·송성각 등 포레카 강탈 미수 재판 ⑬-5] 법정 공개 안 된 '한상규 녹취록'으로 본 '어르신'과 '안종범'
박형준 | 승인 2018.03.13 14:05

한상규, '청와대 어르신'이라더니…녹취록에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언급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김경태 전 모스코스 이사·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는 '포레카 지분 강탈미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제1심 재판을 받았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김홍탁을 제외한 4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요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와 공모해 광고회사 모스코스를 설립한 뒤,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전에 나선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를 상습적으로 협박했다"는 것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청와대 어르신'이었다. 검찰과 한상규는 "김영수·김경태·김홍탁이 '청와대 어르신'을 거론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인수를 무산시키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KBS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 어르신'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공소장 변경 형식으로 철회했다. 전반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했던 김영수·김경태는 "청와대 어르신이라는 말은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는 등 완강히 부인했고, 검찰도 더 이상의 증거 제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전화통화마다 녹음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한상규가 제출한 방대한 녹취록 중에는 유독 그들이 처음 호텔 커피숍에서 직접 만났던 2015년 3월 5일 오전에 진행된 대화 녹취록은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입증은 곤란했을 것이다. 

한상규의 주장에 따르면, "말을 듣지 않으면 인수를 무산시키겠다"는 협박을 처음 들었던 날이 바로 2015년 3월 5일이다. "유독 그날과 관련된 녹취록이 없었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015년 3월 5일에 어떤 대화가 진행됐을까? 한상규는 2017년 2월 1일 차은택 등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상규의 주장에 따르면, 김영수·김경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어르신들·포스코 고위층 사이에 이야기가 끝났다. 포레카를 인수하면 모스코스가 80%의 지분을 가져가고, 당신은 2년 간 봉급쟁이 사장으로 근무할 것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판을 엎을 것이고, 인수를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일단 한상규는 '청와대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고집했지만, 한상규의 주장 대부분을 수용해 기소한 검찰은 정작 '청와대 어르신'을 '어르신'이라고 정정했다. 한상규의 주장은, 그 지점에서부터 벌써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성을 남겼다. 

기자는 법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한상규의 녹취록 일부를 입수했다. 대화 상대는 이 모 포스코그룹 상무였다. 한상규는 이 모와 대화할 때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한상규가 이 모와의 대화에서 말했던 '2015년 3월 5일의 대화'이다.

 "김영수가 '긴히 보자'고 해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영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모스코스·컴투게더가 손잡고 포레카를 인수하게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며칠 후 김영수는 김경태·김홍탁을 데리고 나왔다."

이후 한상규는 이 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녹취록에 기록된 한상규의 표현을 최대한 살려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 가지고선 (김영수가) '이 사람들(김경태·김홍탁)의 말을 들어야 된다. 회장님의 지시다'라고 말했다. (김영수는) '회장님께서 원래 '다 주라'고 했는데, 지금 이만큼 진척이 됐으니까 컴투게더와 손잡고 같이 가는 것으로 했다."

대화 중 ▲포레카 인수 시 모스코스가 지분 80%를 가져가고 ▲김홍탁이 대표를 맡으며 ▲한상규는 2년 간 봉급쟁이 사장(혹은 등기이사)을 유지한다는 등 소위 알려졌던 '협박'의 내용이 그대로 암시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KBS

한상규는 이 모에게 "김영수 등에게 항의를 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상규의 표현을 최대한 살려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그게 말이 되느냐. 나는 지금까지 여기(포레카)에 매진해 왔다. 당신들(모스코스)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이렇게 다 빼앗아 간다는 것은, 회장님께서 '도와주라'고 했던 것은 모르겠지만, (회장님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한상규가 지칭하는 '어르신'은 청와대와 무관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권오준이 포레카 매각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한상규도 이 모에게는 "회장님은 김영수에게 '(포레카 매각 절차 관련해서는) 그냥 네가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하셨을 뿐이고, 김영수가 '회장님'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규의 위 발언은 "김영수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한상규는 이 발언을 통해 자신의 모순을 드러낸다. 

"김영수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인식을 했다면, 3개월 넘게 김영수·김경태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의 표현대로 "응하는 척 끌고 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안종범'을 둘러싼 한상규의 각각 다른 반응들

한상규는 재판에서 '청와대 어르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상규의 당시 증언은 다음과 같다.

 "그때는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 저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차은택이라고 생각했다. 김영수는 "내 어르신은 안종범"이라고 말했고, 김경태의 윗선은 차은택으로 추리됐다."

김영수가 '안종범'을 언급한 것은, 김영수 스스로도 인정했기 때문에 사실로 볼 수 있다. 물론, 김영수가 '안종범'을 언급한 취지와 관련해서는 한상규·김영수의 주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추후 자세히 짚을 필요성을 느낀다. 이 기사에서는 한상규가 정작 이 모에게는 다른 이야기를 했던 것을 짚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한상규는 이 모에게 '안종범'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권오준 회장의 동생이신 권오용 사장(효성그룹 고문)을 조금 안다. (중략) 김영수가 '안종범'을 이야기한 뒤, 권오용이 청와대 민정에 확인을 해보니, 민정으로부터 '그렇지 않다. 김영수는 청와대와 전혀 무관하고 우리가 뭐 지시하거나 뭐 한 바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권오용은 '(김영수를) 무시하고 잘 진행하라'고 말했다."

한상규는 막상 자신의 입으로는 "김영수는 청와대와 무관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한상규가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다.

'로디프'는 이후 한상규의 녹취록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모순과 의문점을 짚을 예정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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