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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탱크 안에서 피어난 작은 남북대화[리뷰] 추석연휴에 시의적절한 영화 <서부전선>
박형준 | 승인 2015.09.25 18:00

남한에 살아서 국군, 북한에 살아서 인민군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 -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6.25 전쟁이 왜 6월 25일에 일어났냐면, 50일 안에 전쟁을 끝내고 8월 15일 광복절에 한반도 통일을 선언하려는 김일성의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더운 여름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군사적 상식임에도 6월 25일을 선택한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 스탈린은 48번이나 거절했음에도 49번째 전쟁 승인을 요청한 김일성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승인했다고 한다. 

남한이라고 다른 것은 없다. 분명 미군은 군사고문단만 남기고 철수했고 국방력은 부실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정치적 이유로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는 허세만 부렸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는 처참한 상황을 맞이한다. 국민은 영문도 모르고 전쟁에 시달렸다.

클라우제비츠의 저 유명한 멘트가 우리 민족의 비극 6.25 전쟁에도 통했던 셈.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지려는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것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5년도 안된 시점에서 말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상선이지만, 전쟁에 동원되는 사람들은 정치·외교적 사안에 무관심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건 남북한을 가릴 필요가 없다. 아니, 모든 전쟁은 늘 그래왔다. 

영화 <서부전선>의 주인공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북한군 '영광(여진구)'도 그랬다. 그들은 그저 농부와 학생이었다. 남쪽에 살고 있어서 대한민국 국군에 징집됐고, 북쪽에 살고 있어서 북한 인민군에 징집됐을 뿐이다.

영문 제목 "The Long Way Home"이 더 직접적이다

영화 <서부전선>, 저작권자 - (주)하리마오픽쳐스

<서부전선>의 영문 제목은 "The Long Way Home"이다. 전쟁나면 당연히 집으로 가는 길은 멀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남복의 부대와 영광의 부대는 각각 전멸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남복이 꼭 사수해야 하는 비문은 영광이 가지고 있었다. 영광은 그게 뭔지는 몰라도 중요한 문서라는 것을 직감하고 남복에게 절대로 비문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영광은 탱크를 무사히 끌고 북쪽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남복이 탱크에 총을 들고 타버린 상황이다. 

비문과 탱크, 그들의 인생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게 있어야 목숨을 지킬 수 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해졌다. 좁은 탱크에서 우연찮게 동거해버린 그들의 상황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전쟁은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죽고 죽여야 하는 이유없는 적대감의 대결이다. 그들도 그랬다. 하지만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고 또 싸우다 보면 고운 정도 들고 미운 정도 든다. 그들도 그렇게 된다. 영화 포스터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그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서부전선>은 <7급 공무원>과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의 각본을 맡았던 천성일 감독의 입봉작이다. 특유의 유머코드는 전쟁과 남북한에 대한 비유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쉽게 다가올 것이다. 

<서부전선>의 한 장면, 저작권자 - (주)하리마오픽쳐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남한의 병사와 북한의 병사가 우연히 조우해서 각종 상황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전쟁과 무관하게 순박한 사람들이 끼어든다는 설정은 우리 영화들이 자주 다룬 설정이라 예측이 쉽고 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죽음과 새 생명의 탄생이 교차하는 등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은 관객에게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쁜 선택은 아니다. 추석 연휴에 굳이 복잡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깨알같은 팁 하나. 아래 사진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의 한 장면이다. 이런 영화가 있고, 이 영화에 사람이 경비행기를 피해 도망다니는 장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서부전선>을 본다면 작은 재미 하나를 더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1959년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한 장면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금강간 면회소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25일 파주에서는 실향민들이 모여 추석망향제와 제34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도 열렸다. 명절일수록 고향을 잃은 어른들이라면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질 것이다.

시기를 잘 선택한 <서부전선>

사실 현대사회의 삶이 복잡해지면서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의미는 옛날같지는 않다.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은 명절이고, 가족은 가족이다. 남복과 영광은 처음에는 서로를 죽일듯이 싸우다가 서서히 마음을 연다. 전쟁터에서 만나 마음을 열면 하는 이야기는 결국 서로의 가족 이야기이다. 

<서부전선>의 한 장면, 저작권자 - (주)하리마오픽쳐스

그래서 시기를 잘 선택한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시의적절하다. 영문도 모르고 전쟁터에 징집된 남복과 영광이 있는가 하면, 북한에서 가족을 잃고 전쟁에 집념을 불태우는 유 중령(이경영-올해 개봉작에만 5편째 출연이다)의 존재감 또한 6.25 전쟁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다양한 의미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형태만 다르지 똑같다. 우리는 3년 넘게 전쟁을 치뤘고, 폐허 속에서 수많은 굶주림과 슬픔을 남겼다. 결국 우리 모두는 전쟁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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