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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최순실 판결문, 안 줘도 불복 방법 없어"행정심판 답변서로 본 판결문 비공개 이유: 서울고법 "출입기자단에 판결문 준 적 없어"
박형준 | 승인 2018.03.27 13:55

서울고법 "출입기자단에 '김기춘 판결문' 준 적 없어"…받아들인 법원행정처

기자는 1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피고인 7명이 재판을 받았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의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을 요청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4일 "공개제한 사건이라서 제공할 수 없다"는 처분을 했다. 

이에 격분한 기자는 25일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청구위원회에 "판결문 사본 제공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기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처음부터 행정소송을 제기해 제대로 법리논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행정법원 판사들도 "판결문을 쓰는" 사람들이다. 판사들이라고 해서 '동업자 정신'이 없을지 의문이 들었다.

 ② 따라서 기자의 패소 위험이 매우 높았다. 이렇게 되면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법률구조공단의 소송구조를 받거나 '나 홀로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패소하면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한다. 

 ③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산하 기구이고,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는 당연히 법원행정처 소속이다. 

 ④ 즉, 사실상 대법원의 판단을 한 번에 받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굳이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기자가 행정심판을 제기한 법리의 핵심은 "제3자효 행정행위"였다. '제3자효 행정행위'란, "어떤 행정처분이 누군가에게 이익이 될 때,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서울고등법원이 기자에게 비실명화 판결문을 제공하면, 서울고등법원에 "판결문을 비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재판 증인 강 모 씨에게는 불이익이 된다. 전형적인 '제3자효 행정행위'에 해당한다. 

강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기 때문에, 4월 6일 선고를 앞둔 이 재판의 판결문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총선 출마를 꿈꾸는 정치인이다. 

행정청은 제3자효 행정행위와 관련해서는 당사자 간 이익을 비교해서 조절해야 한다. 기자는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파면까지 당한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분이다. 

 ② 피고인 7명도 판결문 사본에 대한 열람·복사 제한을 신청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으로서는 판결문을 읽을 이익이 크다. 

 ③ 비실명화 판결문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국민이 강 씨의 정체를 알 방법은 없다. 재판 관련 주요 언론 보도 중에서도 강 씨의 증인신문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④ 법원은 통상 출입기자단에는 개인정보 중 극히 일부분만 가린 판결문을 제공한다. 출입기자단과 '비실명화 판결문을 제공받는 일반인' 중 누가 더 강 씨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을지 의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이 "강 씨가 판결문 사본에 대한 열람·복사 제한을 신청했다"고 답변할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기자가 서울고등법원의 답변서를 받고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청구인(서울고등법원)은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판결문을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며, 일반 국민들을 차별하면서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가 제한된 사건의 판결서 등을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제공한 사실 또한 없습니다." - 2018행심20, 서울고등법원의 답변서 5쪽 일부

기자는 설마 서울고등법원이 이런 주장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법원이 출입기자단에게 판결문을 제공하는 것은, 법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도 구체적 대응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 사본 제공 불허' 처분 행정심판 답변서

기자가 "법원이 출입기자단 기자들에게 판결문을 나눠준다"는 사실과 관련한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기자의 발목을 잡았다. 기자는 27일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를 받았고, 그 결과는 '기각'이었다. 판단 취지는 매우 간결했다.

 ① 강 씨가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을 신청했기 때문에, 서울고등법원의 비공개는 정당하다.

 ②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을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공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렇게 해서, 기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판결문에 대한 봉인을 풀지 못했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행정심판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소속이고,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소속이다. 사실상 상고심 판단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일반인은 판결문 못 받아도 불복 못한다"면서 법리 오류 드러내

기자는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최순실 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1심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월 23일 "공개제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고, 기자는 "피고인 신동빈의 요청으로 공개가 제한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KBS

그리하여 기자는 2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의 기습적인 주장을 접한 경험을 토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에서는 다음 논거들을 추가했다.

 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매일 오전 전날 선고가 있었던 사건의 실명 판결문을 청사 내 모처에서 배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② 대형 매체들은 이 사건의 선고 다음날인 2월 14일 "판결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상식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나눠줬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③ '오마이뉴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사건 제1심·항소심 판결문을 공개했다가, 법원 출입기자단으로부터 '출입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④ 출입기자단은 '오마이뉴스'를 징계하면서 "현실적으로도 이렇게 나오면, 법원이 기자단과 신사협정 하에 제공해주는 판결문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⑤ 법원이 출입기자단에게만 실명 판결문을 제공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법원이 출입기자단에게 실명 판결문을 배포하는 근거가 '신사협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⑥ 신동빈은 비록 공인은 아니지만, 일정한 사회적 책무를 요구받는 대기업 총수다. 또한, 해당 사건은 전직 대통령이 파면된 계기가 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사건이다.

이후 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답변서는, 서울고등법원의 답변서와 다른 차원에서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법원사무관 등의 열람·복사 제한에 관한 처분에 대한 불복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 한해 법원에 취소·변경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3 제4항)" - 2018행심34,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답변서 4쪽 일부

해당 법률 조항은 "법원이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는 준항고를 신청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기자는 그 조항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만' 불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즉,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불복할 수 없다"는 제한을 걸은 조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답변서에는 심각한 법률상 오류가 있었다. 기자가 법률상 근거가 전혀 없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이라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행정심판 청구를 각하해 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에 요구한 것은 "이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것이었다.

'각하'는 "청구 자체에 법률적 흠이 있어서 심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기각'은 "심리를 한 뒤 위법·부당 여부를 판단해서 청구를 거절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는 보충서면을 통해 "행정처분에 대한 일반적 불복 방법은 행정심판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규정이 없으면 행정심판법에 따라 불복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자가 행정심판 청구서에 "법원이 출입기자단에게 판결문을 배포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서술했기 때문이었는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자들에게 판결문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일체 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단이 '오마이뉴스'에 징계를 한 사실도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 사본 제공 불허' 처분 행정심판 답변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답변서는 크게 2개의 측면에서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① '기각'과 '각하'의 법리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사실상 각하 재결을 구하는 답변을 해놓고 정작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에서는 '기각'을 구했다. 

 ② 제3자효 있는 행정행위와 관련된 법리 해석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답변하지 않았다.

"판결 다음날 실명 판결문을 손에 쥐는 출입기자단 소속 대형매체 기자들"과 "비실명화 판결문을 한참 뒤에 받아보는 일반인" 중 누가 더 사건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위험이 높을까? 

또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 정치인·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과연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가 보장돼야 하는 사람들일까?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하나같이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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