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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미래를 배경으로, 현재를 논하고, 과거를 강조하다[리뷰] 거장이 강조하는 '진짜 행복'
박형준 | 승인 2018.03.28 17:45

'레디 플레이어 원' 거장의 과거 회고·미래 논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1946년생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느덧 칠순을 넘겼다. 만 16세였던 1964년에 아버지로부터 빌린 500달러를 예산삼아 제작한 8mm 독립영화 '파이어 라이트' 이래로 50년 넘게 쉼 없이 거장의 길을 달려왔다.

거장은 2018년에 이르러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영화로 연출하면서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논했다. 

경기불황은 젊은 세대의 소비 부진을 유도했고, 젊은 세대의 소비 부진은 어느덧 복고풍을 불러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장의 과거 회고는 단순히 "그땐 그랬지"에 머무르지 않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2010년대 후반에 걸음마를 걷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이 원숙해진 세계를 다룬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이 극한으로 발전한 미래를 배경으로 SF 활극을 벌이는 상투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거장의 과거 회고는 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되고, 미래에 불거질 수도 있는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장이 평생 존경하면서 절친하게 지냈던 또 다른 거장 스탠리 큐브릭은 '미소 핵전쟁 위기'라는 당대의 현실을 소재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를 연출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을 미래를 우려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가진 로봇'을 소재로 한 'A. I'를 구상한 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겼다.

거장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A. I'의 세계관을 이어 나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과 자본주의는 함께 원숙해진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함께 있다. 기술과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소외되는 것은 인간의 가치였다. 

그리하여 'A. I'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은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엄마와의 사랑조차도 "그런 마음을 갖도록 기계적으로 설정된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플 지경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첫 배경은 마치 홍콩에 있었던 구룡성채를 연상시키는 암울한 빈민가였다. 오로지 재력의 유무로 인간의 가치와 서열을 평가받는 잔인한 시대가 더욱 극대화됐음을 보여주는 암울한 배경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가상현실·가상화폐가 끝없이 쏟아져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몰두하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2045년은 마치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이 마약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는 듯한 세계였다.

미래를 배경으로, 현재를 논하고, 과거를 강조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현재의 과거 회고 콘텐츠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다. 

주인공의 분위기 등 '백 투 더 퓨처'를 비롯해서 수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오아시스'라는 전 세계적 가상현실에 등장하며, 많은 사람들은 현실을 잊고 복고풍 가상현실에 빠져 지낸다.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가상화폐들은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오로지 가상현실에서 인연과 친분을 맺고 때로는 원수가 되는 설정은 1990년대 중반 채팅 광풍·수많은 게임폐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연상시킨다. 

그런 가운데 스티브 잡스·스티브 워즈니악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듯한 '오아시스'의 창조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스티브 잡스를 캐릭터로 형상화한 '제임스 도노반 홀리데이'는 아예 신(神)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속 제임스 홀리데이의 인간관계 중 일부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안토니오 살리에리에 관한 소문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클라이맥스 후반에 가면 아예 근대로 돌아간다. 프랑스 대혁명·볼셰비키 혁명을 연상시키는 듯한 초대형 클라이맥스 설정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거장이 근본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늘 강조하던 휴머니즘이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잔인해지고 단절되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점을 주목한 것 같았다. 거장이 늘 말하던 것은 바로 '사람의 소외'였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가상화폐가 극도로 발전해 자리 잡은 세상에서, 자본은 어떻게 사람을 폭압적으로 괴롭히는 지를 주목했고, 사람은 어떻게 이를 저지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장은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의 근본'을 주목했다.

주인공은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를 오마주했다. '오아시스'의 개발자가 사망한 뒤 "이스터에그를 찾는 자에게 재산과 '오아시스' 통제권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거대 기업 'I. O. I'와 혈투를 벌이는 과정이다. 

I. O. I와의 혈투는 사람이 사람다움을 간직하면서 거대자본의 유혹과 폭압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끝없이 달린 거장은,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1940)을 종착역으로 삼았다. 아무리 화려하다고 하더라도, 가상현실은 가상현실일 뿐이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사람이 함께 웃고 울면서 사는 존재는 가상의 가면이 아니다. 가면 뒤에 숨은 사람이다. 거장은 2045년을 배경으로, 현재를 짚어보면서 오손 웰즈가 1940년에 주장했던 진지한 메시지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현재 없는 미래는 없고, 과거 없는 현재도 없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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