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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이헌수, 현대차 부회장에 'VIP' 언급하며 경우회 지원 요구"[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남재준 등 재판 ⑦-1] "기획조정실장에 '기업이 경우회 지원하게 하라' 지시할 수 있는 사람, 오직 국가정보원장 뿐"
박형준 | 승인 2018.04.10 12:5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0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오전 일정에는 김 모 국가정보원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국가정보원이 현대차그룹에 재항경우회 지원을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었기 때문에 신변보호 등을 위해 방청석에서 김 씨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법정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또한 김 씨가 "남재준·이헌수를 직접 대면하고 싶지 않다"고 요청하면서 남재준·이헌수는 김 씨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위치에 앉도록 조치됐다. 

뿐만 아니라, 김 씨가 법정에 들어와 증인석에 앉기까지 방청객들은 잠시 퇴정해야 했다. 김 씨가 법정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김 씨의 얼굴이 잠시라도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KBS

남재준의 혐의 중 하나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형법상 강요 혐의였다. 검찰에 따르면, 남재준은 2013년 10월 이헌수에게 "VIP의 관심 사안인데, 집회 활동을 많이 하는 재향경우회(퇴직 경찰관들의 모임)를 재정적으로 도울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했고 , 이헌수는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경우회 지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현대제철은 경우회가 지분 100%를 가진 경안흥업과 물류 운송 관리 계약을 체결했고, 2014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25억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원했다. 김 씨는 김용환과 친분이 있었고, 이헌수의 지시에 따라 김용환과의 대면을 주선한 사람이었다. 

김 씨는 이날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게 "대기업으로 하여금 경우회를 지원하게 하라"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원장 뿐이고 ▲이헌수는 "경우회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말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과의 만남 주선을 요구했으며 ▲이헌수는 저(김 씨)·김용환에게 'VIP'를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헌수는 김용환에게 "월 1억 원 지원" "감사하다" 등의 말을 했고 ▲이헌수·김용환은 2013년 가을·2014년 2월 2회 만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2013년 가을에 제가 동석했는지는 기억이 불분명하며 ▲국가정보원이 현대차그룹에 경우회 지원을 요구한 일 때문에 국가정보원 내 젊은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김 씨의 관련 증언이다.

▲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면서 현대그룹·현대차그룹을 출입한 적이 있다. 현대그룹·현대차그룹은 계열사가 많아서 주 2~3회 정도 출입했다.

▲ 김용환은 여수엑스포와 관련해서 업무를 함께 하다가 친해졌다. 김용환에 대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 2013년 가을, 이헌수는 저에게 "김용환을 아느냐. 친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잘 안다"고 답변했더니, 이헌수는 "김용환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당시 저는 대기업 출입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완곡히 거절했다. 하지만 이헌수는 "현재 현대그룹을 출입하는 직원은 김용환과 연결이 잘 안 된다"면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만남을 주선할 수 밖에 없었다. 

▲ 당시 이헌수는 저에게 'VIP(대통령: 박근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헌수가 'VIP'를 언급했을 때는 2014년 2월이었다. 살짝 언질을 주는 수준의 언급이었다.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MBC

▲ 검찰에서는 "2013년 가을, 이헌수·김용환이 강남의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났을 때, 저도 동석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실은 제가 그 자리에 동석했는지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 이헌수·김용환은 그날 처음 만났으니 제가 주선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기억이 정말로 나지 않아서 곤혹스럽다. 

▲ 검찰에는 "제가 동석해 있다"는 가정 하에 "이헌수가 김용환에게 '도와 달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토대로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 이헌수·김용환의 2014년 2월 만남에는 분명히 동석했다. 이헌수는 당시 김용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경우회를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던 것으로 짐작한다. 

▲ 다만, 이헌수가 김용환에게 'VIP'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분위기상 이야기했을 수는 있다. 했다면 2014년 2월에 했을 것 같다.

▲ 2014년 2월에 3명에 함께 간 호텔 일식당이 익숙해서 "2013년 가을 만남에도 제가 동석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 또한 검찰에서 "김용환은 '2013년 가을에 3명이 만났다'고 진술했다"고 들었다. 그 전제 하에 검찰에 자세히 진술했던 측면도 있다. 

▲ 지원을 부탁하는 자리에는 동석하지 않고, 나중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에만 동석했다면, 어색한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 2013년 가을 만남에도 있었을 것 같지만, 정말로 기억나지 않는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

▲ 이헌수는 김용환에게 "(경우회에) 월 1억 원 정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용환은 "알겠다.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 기억은 있다. 하지만 언제 이야기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당시 국가정보원에는 "기획조정실장이 2차장(당시 서천호)의 업무를 대신 한다. 서천호의 역량이 부족해서 위(남재준)에서 기획조정실장에게 시킨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 2차장도 아닌 기획조정실장이 기업에 지원을 요구하는 일에 관여하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헌수는 저에게 "뭔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경우회에서 컴플레인(complain: 불평)이 들어온다"면서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라"고 말했다. 

▲ 이헌수의 요구를 듣고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 "국가기관이 보수단체 지원에 동원된다"는 사실에 대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 국가정보원은 그일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 김용환도 국가정보원의 2인자인 기획조정실장이 요구사항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 일에 대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기획조정실장은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는 직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 국가정보원 내에서 기획조정실장에게 "현대차그룹에 '경우회를 지원하라'고 전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원장 뿐이다. 

▲ 2014년에는 국가정보원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기획재정부에 2015년도 예산으로 2014년에 비해 518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 기획재정부는 420억 원만 증액하려고 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와 국가정보원의 예산은 518억 원을 증액하는 대신, 국가정보원이 개입하는 다른 정보부처 예산을 깎기로 협의했다.

▲ 또한, 기획재정부 예비비에 포함된 국가정보원 예산은 많이 증가시키기로 협의했다. 기획재정부 소관 예산은 정부 예산안 전체에 포함돼 시비가 적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예산에 대한 시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오후에는 서천호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지만, 서천호는 9일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서천호는 2017년 11월 '국정원 댓글 수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오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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