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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이헌수, 서로에게 '경우회 지원 강요' 책임 추궁[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남재준 등 재판 ⑦-2] 서천호 전 국정원 차장 "남재준 '보수단체 칭찬' 때 '경우회 지원' 비공식 건의"
박형준 | 승인 2018.04.10 21: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0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정진철 전 청와대 인사수석·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었다. 

정진철은 이원종의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 직무관련성·대가성 관련 정황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고, 서천호는 남재준·이헌수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재향경우회 지원 강요' 사건 관련 증인이었다. 

남재준·이헌수 재직 시절의 국가정보원은 현대차그룹에 '재향경우회 지원'을 요구했고, 현대제철은 재향경우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경안흥업과 물류 운송 관리 계약을 체결해 2014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수수료 명목으로 25억 원을 지원했다.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 ⓒKBS

서천호는 원래 9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시간상으로는 정진철이 먼저 증인신문을 했지만, 오전에도 '현대차그룹에 대한 재향경우회 지원 강요'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기 때문에 편의상 서천호에 대한 증인신문부터 서술하려고 한다.

서천호는 이날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잘 모른다"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로 증언에 임했다. 자신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방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이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로 증언에 임한 것으로 보였다.

서천호는 ▲국가정보원 내부에는 '좌파단체 견제·우파단체 지원 강화'라는 분위기가 있었고 ▲남재준이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심히 한다"고 칭찬할 때 '재향경우회 지원'을 비공식 건의했으며 ▲이헌수에게는 "현대차그룹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재향경우회 지원과 관련해 이헌수로부터 "잘 될 것 같다" "잘 해결됐다"라는 말을 연이어 들었고 ▲남재준에게는 "감사드리고, 재향경우회에서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서천호의 관련 증언이다.

▲ 저(서천호)는 경찰 출신으로서 2013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재준이 추천했다"고 들었다. 남재준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

▲ 사임한 계기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제가 담당 최고위 정무직 책임자라서 책임지게 된 것 같다.

▲ 남재준이 원장일 때에는 '정무직 회의'라는 것이 있었다. 외부에 신분이 공개되는 국가정보원 최고위직인 원장·1~3차장·기획조정실장과 원장의 특별보좌관이 참석해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회의였다. 

▲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가정보원 내부에는 "좌파단체를 견제하고 우파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별히 취급한 이슈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다.

▲ 2013년 7월, 원장이 주재한 보수단체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보수단체 대표들은 남재준에게 지원을 요구했다. 그 즈음, 구재태 당시 재향경우회 회장은 저에게 "보수집회를 개최하면서 자금을 많이 써서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 경찰 재직 시절, 구재태는 제 상관이기도 했고, 친분도 두터웠다. 구재태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도와 달라"는 말로 이해했다. 물론, 구재태는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그렇게 이해했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KBS

▲ 남재준은 어느 날 정무직 회의에서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심히 한다"면서 칭찬했다. 그래서 저는 남재준에게 "재향경우회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니 지원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했다. 

▲ 물론, 정식 안건은 아니었다. 당시 회의에 이헌수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남재준은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동의하고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 이헌수에게도 "재향경우회를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재준·이헌수 중 누구에게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저는 경찰 출신이었고,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반면, 이헌수는 국가정보원에서 오래 근무했고, 많은 '대외적 방법'을 알아서 부탁 겸 의논을 한 것이었다. 

▲ 어느 날 점심식사 중 남재준이 재향경우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래서 다시 '재정 지원'을 이야기했지만, 남재준은 "기다려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다. 저는 "(재향경우회에 지원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 재향경우회는 고철을 취급하는 사업을 오래 했다. 그래서 이헌수에게 "현대차그룹에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헌수에게 '고철'을 언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헌수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이후 이헌수로부터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남재준에게는 "감사드리고, 재향경우회에서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 주: 남재준은 "서천호로부터 '재향경우회 지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KBS

남재준 측·이헌수 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남재준 측은 ▲남재준은 언제나 합법적 활동만을 강조했고 ▲남재준의 전임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부터 '보수단체 지원'이 진행됐으며 ▲일부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에 "이헌수가 '재향경우회 지원'을 챙긴다"는 취지의 이야기와 업무 지시가 오간 것으로 봐서 실세였던 이헌수가 지휘하는 계선이 따로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간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헌수 측은 ▲남재준의 지시에 따라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재향경우회가 빈사상태인데, VIP관심 사안이기도 하니 월 1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말했고 ▲이헌수는 다른 사람의 소관업무를 놓고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곧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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