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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朴의 사적 유용 전혀 생각 못해…경위 떠나 국민께 송구"[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남재준 등 재판 ⑧-2] "'보수단체에 재정적 지원하라' 지시한 적 없어" 강하게 부인한 남재준
박형준 | 승인 2018.04.13 13:3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3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날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신문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5명에 대한 신문·양측의 쟁점 설명이 끝난 뒤,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 피고인신문 대상은 남재준이었다. 남재준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것은 인정하지만, 뇌물공여 의도로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KBS

검찰은 이날 남재준을 신문하면서 ▲남재준의 진술은 이헌수·서천호 등 다수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고 ▲안봉근·이재만은 "박근혜로부터 특수활동비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모·박 모 등 남재준의 지시를 받고 특수활동비 전달에 개입한 사람들은 "창피했다"는 등 수치심을 호소했고 ▲남재준이 더 큰 범법행위를 숨기기 위해 허위 주장·사리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남재준은 ▲박근혜와 국가정보원장 취임 후 '특수활동비 전달'을 상의한 적이 없고 ▲"청와대에 배정된 일부 예산의 전달"로 이해하고 전한 것이었으며 ▲박근혜가 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는 국정 최고 책임 기관이기 때문에 지시시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하는 일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경위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고 반성하고 있고 ▲참담할 만큼 비참한 심경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재준의 주장이다.

▲ 오 모에게 "특정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적이 없다.

▲ 문고리 3인방을 일컬어 "그놈들" "형편없기로서니" 등의 말을 한 적은 없다. "설마 (문고리 3인방이) 사기 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식으로 혼잣말을 한 것이고, 오 모에게 했던 말도 아니다. 

▲ 박근혜와 특수활동비 전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다. 어느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과 약속한 사항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독촉을 받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성명 불상자로부터 들은 "원장의 특별사업비에는 청와대 예산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수많은 국가정보원 간부·직원들이 사무실을 수 없이 드나들며 업무보고를 하던 상황이었다. 

▲ 2013년 5월에 안봉근이 말을 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 5천만 원"가지만 듣고 안봉근의 말을 끊었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 2000년 합참 정보본부장 재직 당시 일부 예산에 국가정보원이 일부 통제하던 예산 내역이 있던 것을 토대로, 안봉근의 요구도 그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했다.

▲ 오히려 안봉근은 "남재준과 마주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진술을 번복해 그런 주장을 했다.

▲ 저(남재준)는 30년 넘게 보병 야전장교로 지냈기 때문에 예산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서 "국가정보원장의 특별사업비에 청와대 몫의 예산 일부가 배정돼 있다"고 이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박근혜가 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단지 "청와대 몫의 예산을 전달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과거 정부부터 쭉 해오던 것으로 이해했다. 

▲ 안봉근이든, 이재만이든, 전달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재만의 존재도 잘 몰랐다. 이 재판에 증언하러 나왔을 때 얼굴을 처음 본 사람이다.

▲ 특수활동비를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고, "'대통령비서실'에 준 것이기 때문에 비서관에게 전했다면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스럽게 돈을 전달한 방법도 법정에서 처음 들었다.

▲ 평생을 군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상명하복'을 중시한다. 청와대는 국정 최고 책임 기관이기 때문에 지시시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 또한 저는 국가정보원장 직에서 해임 당했다. 대체로 해임을 할 때는 차라도 한 잔 대접하는데, 저와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그런 절차도 없이 나갔다가 2개월 뒤에야 비로소 박근혜와 차 한 잔을 마셨다. 

▲ 왜 해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임용·해임이 가능하다. 따지거나 물을 일이 아니다. 

▲ 안봉근의 요구는 '편성된 예산의 배정'으로 이해했지만, 최경환의 요구는 '개인적 요구'로 이해했다. 그래서 최경환의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 서천호가 "국가정보원은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전혀 몰랐다. 법정에서 처음 들었다. 

▲ 40년 동안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 업무 중 해외·대북·기술 등 분야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대공·방첩은 아는 바가 없어서 관련 업무의 최고 책임자였던 2차장 서천호에게 의존했다. 

▲ 업무계획보고 문건에 담긴 '보수단체 지원'이라는 내용은, "제가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었다. 

▲ 그마저도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대북문제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관련된 여론 조성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언급한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보수단체는 "헌법 가치 수호라는 취지 하에 활동하는 단체"를 말한다. 

▲ 업무지시 문건 중 "민감한 업무는 보수단체를 활용한다"는 내용이 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합법적 범위 내의 활동만을 강조했고, 북한 관련 사항 중 몰아부이기 어려운 것은 보수 성향의 국내외단체를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 저는 단 한 번도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다"는 등의 지시를 한 적이 없다.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다만 이헌수가 현대차그룹을 압박해 재향경우회를 지원하게 한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KBS

▲ 또한, '댓글 사건' 이후 법률상 개념에 맞도록 심리전단을 운용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불법 사실만 지나치게 강조해서 심리전단을 무력화·위축시키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적은 있다. 

▲ 저는 非하나회 출신이고, 故 김오랑 중령의 무덤 앞에서 신군부를 성토해 18년 넘게 전방 근무를 했던 적이 있다. 국가정보원장 취임 당시의 포부는 남북통일이었다.

(※ 기자 주: 故 김오랑 중령은 12·12 쿠데타 당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으로서 반란군의 무력화 목표 중 1명이었던 정병주 당시 특전사령관을 지키려다가 총에 맞아 순국한 사람이다. 

남재준은 故 김오랑의 육사 동기로서, 故 김오랑의 사망 후 신군부를 성토했다가 오랫동안 인사상 불이익을 입었던 적이 있다.)

▲ 현 상황에 대해 "무지하고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하고 있고, 후회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한 번 실수한 것이 후회되고 참담하다. 제 공직생활 최대의 오점이 됐다. 

▲ 경위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고 반성하고 있다. 참담할 만큼 비참한 심경이다.

오후에는 다른 4명의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병기는 첫 공판기일에서 '박근혜에 대한 배신감'을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어떤 진술을 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저녁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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