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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의 격정 진술 2시간…"朴, 특활비로 옷 사 입을 줄 꿈에도 몰라"[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남재준 등 재판 ⑧-2] "현기환·이한구, 저 몰래 공천 논의…이한구 귀싸대기 때리려 해"
박형준 | 승인 2018.04.13 23:3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3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날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신문이었다. 오전에는 남재준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고, 오후에는 이병기·이병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병기는 이날 피고인신문에서 특유의 달변과 박근혜에 대한 격렬한 분노를 드러냈다.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의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는 눈물까지 쏟는 등 2시간 동안 격렬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 ⓒKBS

이병기는 ▲이헌수로부터 "청와대가 넉넉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박근혜가 기업에 손을 벌리게 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국정운영 자금을) 보탠 것이었고 ▲"박근혜가 그 돈을 옷을 사 입는 데에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며 ▲매달 보내는 돈을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린 뒤, 박근혜로부터 "고맙다"는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예산안 통과 후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피자 350판을 보낸 적이 있듯이 ▲최경환에게 "예산안 관련해서 수고한 기획재정부 직원들을 격려하라"는 취지에서 1억 원을 전했으며 ▲조윤선·신동철에게도 격려금을 보냈던 것이었는데 "괜히 그들을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병기의 관련 주장이다.

▲ 주일대사로 재직하다가 원래 제안받은 직책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하지만 저는 "2대 독자로서 6개월 방위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장은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 그러자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한 것이었다. 주일대사로서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려고까지 했다.

▲ 인사청문회 당시 "5·16은 역사적·학문적으로 쿠데타"라고 말했다가, 모 비서관(안봉근)이 "어른(박근혜)이 무척 불쾌해 하신다"고 말했고, 김기춘은 저를 대면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병기를 만나 나무라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 국가정보원장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쾌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에서는 정치중립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 2014년 7월 18일 국가정보원장에 취임한 후 이헌수로부터 "남재준 재임 시기부터 원장의 특수사업비 중 5천만 원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보고 받았다. 

▲ 남재준은 5월에 퇴임했기 때문에 6월·7월 분을 합쳐 청와대에 1억 원을 보냈다. 8월부터는 매달 1억 원을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박근혜의 미국 방문 당시 어느 기업인이 박근혜에게 '기자들에게 쓰시라'면서 1만 달러를 줬지만, 박근혜는 돌려줬다"고 들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돈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은 없던 것 같고, 주변에 자문해 보니 박근혜의 성격은 외곬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박근혜가 돈을 밝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다만 이헌수로부터 "청와대가 넉넉한 것 같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박근혜가 기업에 손을 벌리게 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보탠 것이었다. 

▲ 게다가 1990년대 중반 안기부장 특보로 근무하던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기부의 돈 500만 원씩을 청와대로 올린 적이 있었다. 

▲ 또한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수석 재직 당시에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비·특수활동비는 외무부에서 올라왔다. 해외순방을 갈 때마다 많은 돈이 들었지만, 청와대에는 돈이 없었다. 

▲ 다만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되는 줄은 몰랐다. 이 자리(피고인석)에 앉은 이유도 예산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 저 같은 경우에는, 박근혜가 그 돈을 '국정홍보'에 사용했으면 했다.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리는 등의 작업에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면 해명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박근혜가 그 돈을 옷을 사 입는 데에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즉,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는 곳에 쓰라"는 취지에서 보낸 돈이었다. 직원 격려도 국정운영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전부 격려금으로 사용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

▲ 도곡동 소재 국가정보원 소유 빌딩을 확인해 본 결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아파트로 개조해 사용한 적도 있었다. 

▲ 그래서 일부러라도 예산을 들여 모두 부쉈고, 직원들 사무실로 사용하게끔 개조했다. 지금도 사무실로 쓰고 있을 것이다.  

▲ 검찰 조사·구속 기소·재판을 거쳐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가 "뇌물을 바친다"는 것이었다. 박근혜에게 뇌물을 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달 보내는 돈을 1억 원으로 올린 뒤, 박근혜로부터 "고맙다"는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 이헌수가 안봉근과 비밀리에 만나 돈을 전달한 사실도 몰랐다. 그래서 재판을 받다가도 이헌수를 나무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저는 일부러 이헌수를 보낸 것이었다. "국정운영에 사용할 돈이면 당당하게 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연 40억 원의 원장 특수사업비를 아껴서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 돈으로 옷을 사 입고 기 치료를 받으며 '최순실' 이야기가 나오니, 그게 100%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배신감을 느끼지 않겠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KBS

▲ 2014년 10월, 이헌수를 통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특수활동비 1억 원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고생한 기획재정부 직원을 격려하라"는 차원에서 준 것이다. 그 돈을 줬다고 국가정보원의 예산을 말도 안 되게 증액을 할 리는 없다. 

▲ 다만 당시 국가정보원이 어렵던 상황이라 최경환에게 "(예산안을) 잘 부탁한다"는 연락을 한 적이 있고, 기획재정부 직원들을 격려해서 예산안 편성에 도움을 받으려는 취지도 있었다.

▲ 조금 죄송한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예산안 통과 후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피자 350판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돈도 1천만 원 상당이다. 저도 그런 차원에서 보낸 것이다. 

▲ 검찰은 "최경환에게 예산 편성과 관련해 도움을 받으려고 1억 원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경환이 경제부총리를 언제까지 할 줄 누가 알겠는가?

▲ 최경환은 자신의 재판에서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헌수를 믿고 싶다. 

▲ 착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속 기소된 최경환에게도 미안하다. 최경환이 요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각각 매달 500만 원·300만 원을 보낸 일과 관련해서도, 제가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맞다. 다만 "매달 보내라"고는 하지 않았다. 

▲ 그저 격려 차원에서 보낸 것이었다. '120%' 격려금 차원의 전달이었다. 그렇다고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 신동철과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 격려 차원이 아니라면 제가 개인적으로도 용돈을 줄 수도 있는 사이다. 

▲ 잘 알고 지내던 조윤선·신동철이 아니었다면 지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친분상 굳이 뇌물을 써야 할 이유도 없다.

▲ 정무수석실에 뇌물을 줘야 할 이유도 없다. 여의도에는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제가 필요한 것은 전화 한 통이면 다 알 수 있었다. 또한, 정치인들이 가져오는 정보는 대체로 '찌라시' 수준이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KBS

▲ 또한 조윤선·신동철에게도 호의로 준 것이었다. 그것이 마치 대단한 뇌물로 해석돼 추악한 사건이 된 것 때문에 자괴감이 들고, 후배들을 보기 괴롭다. "괜히 고생을 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

▲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추명호는 당시 특수활동비 전달에 대해 "싫고 자존심 상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제가 허탈해 했다. 

▲ 사이가 안 좋은 사람한테 불법적인 일을 시킬 리가 없다. 추명호의 진술을 듣고 제가 허탈했다.

▲ 추명호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국가정보원장 취임 전 저에게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 보고서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런 짓을 하느냐"면서 추명호를 야단쳤다. 하지만 기를 죽이려는 취지는 아니었고, 야단을 친 뒤 기회가 되면 믿음을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 추명호의 보직을 놓고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갈등이 있었다. 김기춘이 "추명호를 국익정보국장에 임명하라"고 아예 인사안까지 고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 그러다가 대통령비서실장 부임 후 추명호를 아예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래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아예 사퇴할 생각에 사퇴 발표문까지 만들어놨던 적도 있다. 

▲ 조윤선·신동철 등 정무수석실에 전달한 돈은 원래 국익정보국 예산이었다. 정치관여에 하지 못하도록 각지의 파견 직원을 철수시킨 뒤, 국익정보국 예산이 남았기 때문에 보낸 것이었다.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 ⓒKBS

▲ 국가정보원은 돈이 생기면 다른 생각을 하는 곳이라서, 어떻게든 남은 예산을 활용해야 했다. 

▲ 제가 나이도 칠순이 넘었고, 국가정보원장·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조윤선·신동철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 없다. 

▲ 국회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조윤선·신동철을 거치는 것보다 제 전화 한 통이 더 빠르다. 

▲ 저는 재판에 출석할 때마다 사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 나온다. 저에게도 자녀·손자·손녀가 있다. "수의를 입고 나온다"는 것은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 심경을 정말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기자 주: 시종일관 달변을 과시하던 이병기는 이 순간 울먹였다.)

▲ 국가정보원장 재직 중 박근혜로부터 첫 전화를 받은 것은 "대통령비서실장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였다. 또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가서도 서러운 일이 많았다.

다음은 이병기가 직설적으로 털어놨던 그 '서러운 일'이다.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이병기의 표현 그대로 살리고자 한다.

 공개하기 어려운 일이 많지만,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하는 1년 2개월 동안(2015년 3월~2016년 5월) 받은 서러움이 많았어요. (수석비서관들이) 저 모르게 한 일이 많았거든요. 

 안종범이 대기업 총수를 만나는 것도 하나도 몰랐고, 4·13 총선 공천 과정도 하나도 몰랐어요. 이한구·현기환이 움직였거든요. 그래서 사표를 냈죠.

 그런데 운이 나쁘려고 했는지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어요. 제가 성완종의 돈을 받지 않았으니까, 성완종도 메모를 쓰면서 액수는 말도 못 하고 제 이름만 쓰고 죽은 게 아니겠어요? 

 성완종이 독대를 요구해서 거절했거든요. 그래서 또 관두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러면 돈 받은 격이 되니 버티라'고 해서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메르스 사태가 터져서 또 사표를 못 냈어요. 이제 다 공개된 것이라 이야기하자면, 제가 한일 위안부 협상 총책임을 맡았습니다. 대통령은 자꾸 "연말까지 해 내라"고 하셔서 기다리다가 연말을 넘겼죠. 

 이제 또 4·13 총선이 왔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총선을 며칠 앞두고 사표를 내는 것도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친박이다, 비박이다, 김무성은 도장 들고 또…. 총선 공천을 이한구·현기환이 주도하는 것도 몰랐습니다. 

 언론 보도 보고 깜짝 놀란 것 중 하나가 "이한구·현기환이 호텔에서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기환한테 "무슨 짓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현기환은 "형님, 보안 때문에 말씀 못 드려요"라더군요. 허, 참….

 이 아우성판에, 저는 그거(총선) 질 줄 알았어요. 지고 난 다음에 비로소 사표 내고 나온 겁니다. 공개석상에서 지나간 일을 말씀드리기는 뭣하지만, 도저히 못 살겠었는데, 오죽하면 사표를 내고 나왔겠습니까? 

 사표 내는 날, 사석에서 이한구를 만나면 귀싸대기를 때리려고 했습니다. 선거를 망친 자입니다. 김무성도 말을 잘못했죠. '180석 한다'고…. 공천 개판된거, 허, 참…, 그만하겠습니다.

 1년 2개월 동안 대통령과의 독대는 사표낼 때 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동안 )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뇌물 쓰고 갑니까? 국가정보원 활동요? 뭘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잘 났다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법정에) 왜 와 있나' 자괴감도 듭니다. 마지막 진술 때 말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재판장님 앞에서 (직설적인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횡령이니 뇌물공여니 하는 이야기는 듣기 싫습니다. 국고손실, 그것은 돈을 잘못 사용했으니 제 돈으로 갚을 수도 있는 일이고, 죄송한 일입니다. 하지만 뇌물공여·횡령은 혀 깨물고 죽어도 아닙니다.

(심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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