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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무사 계엄 문건의 핵심 문구 "폭행으로 부득이하면 발포"[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분석 ①] "육군총장이 계엄사령관 맡아야"의 속내는?
박형준 | 승인 2018.07.09 14:05

#1. 진보(종북)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군인권센터가 공개한 2017년 3월 작성 기무사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의 군 장악 음모" 또는 "기무사 무력화 시도"라고 반응한다. 

또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건 유출 경위"를 언급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여전히 깨달은 것이 없는 제1야당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정신적 시계가 여전히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문건에는 공문서 특유의 빙빙 돌리는 표현과 요약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주의 깊은 해독을 필요로 한다. 김성태가 왜 '문건 유출 경위'라는 다 낡고도 허망한 단어를 급하게 동원했는지, 문건에는 그 이유를 여실히 드러낸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 간 대립 지속"

"사이버 공간上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

진보가 '종북'이라는 인식은 대단히 무식하고도 낡은 인식이다. 진보 내부에 종북 성향 종파가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보 진영의 넓고도 넓은 스펙트럼을 완전히 무시한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표현상으로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제시돼 있다. 하지만 문건의 속내는 '진보(종북)'에서 잘 드러난다. 진보를 종북으로 규정해야 군 동원에 대한 극렬보수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계엄 필요성을 주장하나, 국민 대다수가 과거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계엄시행 시 신중한 판단 필요"

"국민 대다수가 과거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는 하고 있지만,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은 없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계엄이 선포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 검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초대형 촛불집회가 진행되면,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촛불집회 규모가 더 커질 경우 경비계엄 → 비상계엄 순서대로 수위를 높인다."

#2. "폭행을 받아 부득이하면 발포"

문건에는 형식적으로 '보수인사의 선동'도 거론돼 있다. 하지만 기자는 '탄핵 기각'에만 초점에 맞춰 문건을 해석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진보(종북)'이라는 표현에도 문맥상 "탄핵 기각에 대비한 위수령·계엄 선포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위수령 발령에 대한 분석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평화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경찰력만으로 중요시설 방호 및 시위대에 대한 통제 곤란"

"평화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라는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보수단체와 노인 중심의 박근혜 지지 시위는 단 한 번도 평화집회였던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집회'라는 단어 자체가, 탄핵 기각을 가정해 '탄핵 지지 세력'의 반발을 상정한 위수령·계엄 선포 시도를 상정했을 가능성을 높인다.

"서울특별시장 등 시·도지사가 치안유지를 위해 軍 병력 출동지원 요청"

"위수사령관은 시위양상이 위급할 경우 위수령을 발령한 後"

"시·도지사가 경찰 담당지역 치안유지를 위한 병력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軍 중요시설 위주 전담 방호"

"시위대가 軍 중요시설에 접근 시, 경찰 협조下 외곽 경계선을 확장시켜 조기 접근통제"

위수령 제12조에 따르면, 병력출동 요청권자는 서울특별시장·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향상 설령 촛불집회가 폭력시위 양상으로 번진다고 하더라도 군에 출동을 요청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원순 개인의 정치생명이 완전히 파멸할 가능성을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위수사령관은 시위양상이 위급할 경우 위수령을 발령한 後"다. "시·도지사의 요청이 없어도, 위수사령관의 판단에 따라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어 문건 작성자는 "병력 요청이 없어도 군의 중요시설 위주로 전담 방호를 하다가, 시위대가 군 중요시설에 접근하면 외곽 경계선을 확장시켜 조기에 접근을 통제한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이 없어도 병력을 동원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3. "국회가 위수령 없애면 어쩌지?"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육군참모총장에게는 군령권이 없다. 하지만 위수령이 발동된 상황에서는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을 얻어 병력을 출동시킬 수 있고, "사태가 긴급해 승인을 기다릴 수 없을 때"에는 "즉시 출동 후 지체 없이 총장에 보고"하는 단계를 거친다.

문건 작성자는 "육군참모총장에게는 군령권이 없어 병력출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본질적 한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병력출동 시 육군총장 승인 後 합참의장·장관 별도 승인을 받아 논란소지 해소"

"위수령 개정 시 8~9개월 소요/국회의 법령폐지 시도 우려"

국군조직법상 병력출동 승인권자인 합동참모의장·국방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 책임 회피를 하려고 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임기가 정해진 합동참모의장과 민간인 신분의 국방부 장관에게 책임을 집중시킨 뒤, '손절'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 작성자가 본질적으로 우려한 것은 '위수령 폐지 시도'로 보인다. 위수령에 대한 헌법소원·국가배상 청구 가능성을 진단하면서, "국회가 위수령 폐지를 시도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시간을 끌면, 일정 기간 동안 위수령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어 "위헌 소지가 있거나 국가배상 논란이 있어도 군은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가 위수령을 폐지한다고 해도, 이는 국회 본연의 권한에 근거한 매우 합법적이고 합헌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건 작성자는 '국회의 위수령 폐지 시도'에 대해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민통제를 거부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4. 1경비단

제1경비단은 수도방위사령부 직할 부대로서,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한다. 문건 작성자는 '서울지역 위수령'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남겼다.

"육군총장은 ‘수방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 시위대 대응 준비. 우선, 수방사 예하사단 가용병력 출동 및 증원 준비"

"위수사령관, 광화문 일대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 시도 시 ‘위수령’ 발령 검토"

"청와대 일대에 수방사 1경비단이 주둔하고 있어 위수령을 발령하여 방호 가능"

즉, ▲탄핵 기각 후 대규모 촛불시위가 발생한 상황에서 ▲설령 서울시장의 병력출동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육군참모총장은 '청와대 경비'를 명분으로 수도방위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한 뒤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에 진입을 시도하면 위수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진입 저지'에만 초점을 두고 위수령을 발동하는 것일까? 그렇게 보기 힘들다.

"발포 가능시기 : ①폭행을 받아 부득이한 때, ②다수 인원이 폭행해 진압할 수단 부재 시 등"

"서울 인접 증원 가능 부대는 기계화 5개 사단(8·20·26·30사단, 수기사), 특전 3개(+) 여단(1·3·9여단, 707대대)"

그렇다. '발포'를 상정해놓은 것이다. 약 15년 가까이 진행된 촛불시위에서는, 설령 시위가 과격해 진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통제나 진압 범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과격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문건 작성자는 "위수사령관은 軍 병력에 대한 발포권한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폭행을 받아 부득이한 때 ▲다수 인원이 폭행해 진압할 수단 부재 시 등 대단히 불명확한 개념을 통해 발포의 요건을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폭행 자체만을 '발포'로 규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5.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 맡아야"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을 임명, 합참의장이 北 도발 대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

기무사는 계엄령을 검토할 권한이 없다. 계엄은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 민군작전부에서 관할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무사가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자체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문건 작성자는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아야 하는 이유'로 "합참의장이 北 도발 대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또한, 주요 방호시설에 합참과 국방부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오로지 육군만이 온전히 주도권을 쥐고 계엄을 관할한다'는 구상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S

뿐만 아니라, 언론과 인터넷을 차단할 가능성도 열어둔 대목도 있다. 계엄을 극도로 신중히 취급해야 할 이유는 바로 '언론 통제'에 있다. 

반드시 기득권화된 주류매체들의 이익을 위해 이 문제를 짚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시민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사이버 대응조직' 「국정원(국가사이버안전센터)·경찰(사이버안전국)·군(사이버사령부) 등」 활용, 北 사이버심리전 활동 차단"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운영, 軍 작전 저해 및 공공질서 침해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통제"

"방통위 '유언비어 대응반'은 시위선동 등 포고령 위반자의 SNS계정을 폐쇄하는 등 사이버 유언비어 차단"

"말 많고 탈 많았던 정보기관들의 댓글 활동을 통한 여론 조작 시도를, 계엄을 빌미로 '양성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추정을 한다면, 이 역시 과민한 것일까? 또한, 오로지 '탄핵 기각'에 대한 위수령 및 계엄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라서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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