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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이 누락한 의문 "DJ 정부는 왜 흑금성 보호 안 했나"영화감독의 편집권, 진영 논리 위해 남용된다면?
박형준 | 승인 2018.08.20 15:00

※ 이 기사에는 영화 '공작'의 일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흑금성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한 의문

영화 '공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

암호명 '흑금성'으로 유명한 박채서 씨는 2011년 10월 13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년 형을 최종 선고 받고, 2016년까지 복역했다. 

간단히 말해 북한 공작원 리호남에게 각종 군사교범·탈북 연예인에 대한 정보 등 기밀을 넘긴 혐의 때문에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이다.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문맥상으로는 "유죄 선고를 줄 만하다"는 인상을 줄 여지는 컸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 흑금성은 북한 현지에 직접 침투해 공작활동을 했던 사람이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대북 비선 활동을 했다.

▲ 따라서 그가 북한에서 거둔 공작의 성과와 북한에 넘겨준 정보를 비교형량해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 하지만 기소·재판 과정에서 그의 대북 비선 활동과의 비교형량을 구체적으로 다룬 흔적이 없었다. 

어지간하면 사법부의 판결에 수긍하는 기자로서도 "흑금성이 국가정보원·검찰·사법부의 판단대로 정말로 북한에 포섭돼 적에게 이로운 정보를 준 포섭된 공작원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1998년 6월 이후에도 12년 동안 전개된 그의 대북 비선 활동의 실체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맞상대였던 '리호남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참사'의 정체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은 리호남을 일컬어 대남공작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사저널' '오마이뉴스'에서 흑금성 관련 기사를 작성한 김당 기자는 리호남이 대남공작원일 가능성을 대단히 희박하게 바라보고 있다. 쉽게 말해 '외화벌이 일꾼'이라는 것이다.

국가정보원·검찰·사법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리호남은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다수의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인을 만났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

심지어 '총풍 사건' 당시에는 '리철운'이라는 가명으로 대한민국 언론에까지 크게 노출됐다. 대남공작원의 행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고지식하고 투명한 대응이다. 

또한, 흑금성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주 임무는 대남공작이 아니라 방첩·내부단속이기 때문에 그 의문은 더욱 커진다. 대남공작을 주로 진행하는 곳은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기 때문이다.

영화 '공작'의 문제점 "DJ 정부 보호 못 받은 과정 묘사 누락"

이렇듯 흑금성을 둘러싼 주변 공기들은 1998년 이래 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이 얽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영화 '공작'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허구의 내용이 일부 담겼다"는 취지의 고지를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진영을 옹호·두둔하기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한 영화"라는 의심을 할 만한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의 묘사와는 달리, 사법부는 총풍 사건과 신한국당 및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 그 이유는 김대중 정부의 검찰이 피의자들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가해 '총격 요청' 관련 핵심 진술을 받은 사실 때문이었다. 가혹행위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의무까지 인정됐다.

▲ 사법부는 '총풍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북한 사람들과 접촉해 남한의 대선에 대한 그들의 동향을 알아보기로 한 사실"과 "박충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관에게 우발적으로 총격 요청을 거론한 사실"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이대성 전 안기부 해외조사실장이 1998년 초 정대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이대성 파일'을 넘긴 이유는 "새 정부와 거래 또는 협박은 하기 위해서"였다. 

▲ 이후 이 문건이 유출된 매체는 하필이면 親DJ 성향으로 유명한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이대성 파일' 내용대로 흑금성에 대해 "이중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취지의 보도를 다수 쏟아냈다.

▲ 물론, '권영해 안기부'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통제범위 밖에서 '김대중 낙선 공작'을 진행한 이유가 "김대중이 너무 싫어서"인 것은 사실이다. 

▲ 영화 '공작'은 후반부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헌정에 가까울 정도로 찬양 일색 묘사를 했다.

▲ 흑금성은 정체가 탄로 난 뒤 안기부로부터 위로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것을 끝으로, 정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 하지만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 김대중 정부로부터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 결국 흑금성은 다시 리호남을 통해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되살려 스스로 생존을 도모했다. 

▲ 흑금성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에 걸쳐 리호남과의 연결고리를 토대로 대북 비선 역할을 했고, 세 정부는 그의 대북 비선으로서의 '이용 가치'를 주목했다. 

▲ 기자는 이 사실관계 때문에 흑금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 영화 '공작'이 보수정권을 비난하고 싶었다면, 그 포인트는 흑금성의 체포·구속·기소 과정이어야 했다. 

▲ 3개의 정부는 모두 흑금성을 거쳐 리호남을 통해 대북 비선 접촉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흑금성을 체포한 뒤, 이해찬 전 총리 측의 리호남 접촉을 강도 높게 수사했다. 

▲ 하지만 검찰은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의 2009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리호남 등과의 접촉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 이런 상황을 나열하려면, 결국 흑금성이 김대중 정부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과정이 묘사돼야 한다. 

▲ 영화 '공작'은 이 묘사를 피하기 위해 흑금성의 체포·구속·기소 과정 묘사를 자막으로 퉁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감성 자극 시도 장면이다.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 차라리 흑금성이 우리 정부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제시됐다면,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을 수도 있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

영화감독의 편집권, 진영 논리 위해 남용된다면?

일부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북한 미화 영화"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주장으로 보인다. 북한을 미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영화였다면, 북한의 실상을 담담하게 제시하는 장면들이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볼 때, 늘 기억해야 하는 것은 "영화는 그 무엇보다 훌륭한 정치선동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계지점이다. 세르게이 예이젠시타인의 '전함 포템킨'과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의지의 승리'는 대표적인 특정 이념 및 진영 논리를 설파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영화는 편집과 누락의 마술을 통해 정치적 주장을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경계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공작'은 왜 흑금성이 체포·구속·기소되는 과정을 묘사하지 않은 것일까? 왜 잘 나가다가 막판에 뜬금없는 '감성팔이' 장면을 삽입한 것일까?

영화감독이 특정 진영 및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스스로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그 논리를 설파하는 것도 자유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논리 설파 과정에서 영화감독의 편집권이 특정 진영 옹호를 위한 도구로 교묘하게 활용된다"는 의심이 될 경우, "그것을 비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흑금성은 신분이 발각된 뒤 '정권이 교체된 우리 정부'로부터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후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리호남과 다시 접촉해 가까스로 대북 비선 활동을 재개했고, 정치논란에 휘말릴 만한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

기자는 흑금성을 통해 故 최인훈의 '광장'을 느꼈다. 그리고 조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제이슨 본을 보았다. 

이어 영화 '공작'은 특정 정당과 진영 논리를 두둔할 목적에서 편집권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들을 다수 나열했다. 영화 '공작'을 보고 난 뒤, 진영 논리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기자의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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