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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 화끈한 '대궐 좀비 아포킬립스', 억제시킨 장동건 아쉽다
박형준 | 승인 2018.10.25 21:34

혼돈의 임금, 최악의 간신

영화 '창궐' ⓒ리양필름, 영화사 이창

1637년 2월,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하면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라는 청나라의 예법을 행한다. 상국을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꾸기로 공식 맹세한 것이다.

인조는 그야말로 혼돈의 임금이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이 됐지만, 비전이 있어 왕이 됐던 것은 아니었다.

동생 능창군이 억울하게 역모에 몰려 죽고, 아버지 정원군의 집을 빼앗긴 것으로부터 앙심을 품었던 것이다.

인조는 공신들 간 알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이괄의 난이 발생하는 단초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사 선임이 엉망이었고, 그 여파가 제대로 터진 사태는 바로 병자호란이었다. 

강화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항복해 세자 부부가 청나라에 넘어가게 한 김경징, 정병 2만 명을 이끌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도원수 김자점, 모두 인조의 인사정책이었다.

반면,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이후에도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 발생하는 외교 현안을 능숙하게 대응해 청나라의 호감을 얻는다. 이는 곧 인조에게 위협이었다. 

조선은 개국 초기부터 아들이 아버지를 몰아내고 옥좌에 앉은 나라였고,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반란을 사주한 나라였다. 청나라도 틈이 날 때마다 인조에게 "네 아들의 존재를 잊었느냐"고 협박했다.

나라는 치욕을 겪었고, 정쟁은 멈추지 않았다. 인조는 소현세자가 죽은 뒤, 며느리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않았다. 후계자를 둘째 아들 봉림대군으로 내정한 뒤, 며느리와 손자들을 비정하게 내쳤다.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은 김자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상인이자 상식인이었던 효종은 즉위하자마자 김자점을 내친다. 

아버지의 측근을 즉위하자마자 내친 이유는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무능을 도저히 감싸줄 수 없었고, 감싸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내친 이유도 허망하기 그지없다. "아버지 인조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영화 '창궐'의 한 장면 ⓒ리양필름, 영화사 이창

대신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증오심을 이기지 못해 며느리의 일가를 몰락시키고 손자들을 귀양 보냈던 임금, "정병 2만 명을 거느리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간신, 김성훈 감독의 영화 '창궐'은 좀비 아포칼립스의 무대를 이와 같은 혼돈의 시대로 잡았다.

혼돈의 '인조 시대'에서 묘사되는 좀비 아포칼립스

인조 재위 시대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시전하기 좋은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청나라에 항복하면서 지배층의 권위는 무너졌고, 인조는 자신의 옥좌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정쟁을 주도했다. 이괄의 난·정묘호란·병자호란 등 전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여러모로 혼돈의 시대일 수 밖에 없다.

영화 '창궐'은 김자점을 모델로 한 캐릭터 '김자준'에 무려 장동건을 캐스팅해 강력한 반란자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실제의 김자점은 인조의 권위에 기댄 무능력한 간신이었을 뿐이지만, 영화 '창궐' 속 김자준은 거의 국정농단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하다가 "세상을 뒤엎기 위해" '야귀(夜鬼)'를 활용한다. 

사극 '궁중잔혹사: 꽃들의 전쟁' 속 배우 정성모가 구현한 김자점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창궐'은 뜬금없이 출몰한 좀비떼와 봉림대군을 모델로 한 캐릭터 '강림대군'(현빈 분)의 시원한 무술을 토대로 화끈한 좀비 액션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 Z'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장면도 일부 제시된다.

다만 이를 토대로 '주제의식'을 강조하려는 시도는 전형적인 한국영화식 감성팔이 기법이기 때문에 매우 식상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주제의식 구현 시도는 액션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면서 가슴 속에서 울렁거리는 '오글오글'로 형상화된다. 

영화 '창궐'의 한 장면 ⓒ리양필름, 영화사 이창

물론 "당대 정궁이었던 창덕궁에서 수많은 좀비떼들이 밤마다 날뛴다"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인조 시대의 혼돈을 비유하는 매개체로는 훌륭해 보인다. 이를 정리하는 영웅 역할을 봉림대군에게 맡긴 것도 나름대로는 역사의 흐름을 의식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김자준에 대한 묘사 비중이 다소 낮은 것도 아쉽게 느껴지는 요소다. 더욱 강하게 발산시켰어도 부족할 김자준의 사악함은 다소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 

억제시켜 놨기 때문에, 후반부에 그 강력함이 격투기 게임 '끝판왕급'에 다다른 김자준의 힘도 다소 반감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한국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제의식을 억지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장르와 상황의 특성에 맞는 주제의식이어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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