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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1심 판결 분석 ⑭] "'삼성 소송비 대납' 버티던 김백준, '영포빌딩 문건'에 태도 변화"[이명박의 다스 횡령 및 탈세·뇌물수수 등 공판 31-17] 김백준 "삼성, 김석한 거쳐 이명박에 '현금 지원' 제안"
박형준 | 승인 2018.11.08 15: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도곡동 땅·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하면서 총 16개의 공소사실 중 유죄 3개·일부 유죄 4개를 인정했다. 이어 징역 15년 형·벌금 130억 원·추징금 82억 7,070만 3,642원을 선고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명박의 제1심 판결문은 총 470쪽에 달한다. 이명박 측은 절차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이의 제기를 했기 때문에, 판결문 초반부에는 이명박 측의 절차 관련 이의 제기에 대한 판단이 주로 적혀 있다.

'이명박 제1심 판결 분석'은 절차 관련 판단을 뒤로 미루고, 일단 유·무죄 판단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에서는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이명박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삼성그룹으로부터 소송비용 명목으로 585만 709달러 73센트(약 67억 7,401만 7,383원)를 받은 사안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법원은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2008년 4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송금된 522만 5,709달러(약 61억 8,276만 7,382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KBS

재판부가 유죄 인증 근거로 비중 있게 사용한 것 중 하나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검찰 진술이었다. 

김백준은 1990년대 후반 진행된 이명박의 금융업 진출에 깊이 개입했고, 다스가 김경준 씨에 대해 "BBK투자자문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미국 민사소송도 주도적으로 챙긴 사람이었다.

김백준 "삼성, 김석한 거쳐 이명박에 '현금 지원' 제안" 

김백준은 검찰에서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을 변론한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소속 김석한 미국 변호사는 "다스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하면, 이명박이 삼성그룹·현대차그룹의 사건을 수임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료 변론을 했다.

▲ 저(김백준)는 이명박에게 "김석한이 다스의 소송을 무료로 변론하고 있으니,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한 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의 미국 소송을 김석한이 맡게 해 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 김석한은 저에게 "저는 원래 삼성그룹의 해외 소송을 상당수 맡았지만, 김현종이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現 통상교섭본부장) 부임한 뒤, 에이킨 검프가 견제를 받아서 일감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스의 미국소송을 맡을 테니 삼성그룹의 해외 소송을 많이 맡을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 그래서 저는 이명박이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07년 10월 이명박에게 "김석한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 이명박과 김석한 사이에는 "삼성그룹의 수임료에 다스의 소송비용까지 더해서 (삼성그룹이) 에이킨 검프에 지급하도록 하고, 그중 일부는 이명박에게 '페이백(pay back)을 해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기자 주: "이명박·김석한은 '삼성그룹이 에이킨 검프에 지불하는 자금 중 일부를 이명박에게 떼어준다'는 밀약을 맺었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 김석한은 2008년 3~4월 경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에게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 '에이킨 검프의 소송비용에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추가해 줄 테니 대통령을 도와주는 데에 쓰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석한의 당시 발언은 '삼성그룹의 현금 지원(cash back)'을 의미했다.

(※ 기자 주: 김석한이 청와대를 방문한 날은 2008년 3월 12일과 4월 8일이었다.)

김석한 미국 변호사 ⓒKBS

▲ 즉, 김석한은 저에게 "이학수가 해외에서 대통령께 캐시를 주고 싶어 하면서 '대통령 재임 중 바로 국내에서 지급하면 위험하니, 안전하게 대통령 퇴임 시까지 미국에서 잘 쌓아두고 관리·운영해 주겠다'고 말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다.

▲ 김석한은 2008년 3~4월 경 이명박에게 해외 순방 관련 보고를 하던 중 저에게 했던 위 발언을 전달했다.

▲ 김석한은 이명박의 개인적 외교 자문·다스의 소송 자문을 하면서 자문료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김석한은 처음부터 이명박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료로 해 주겠다"고 말했다.

▲ 이학수는 "김석한이 '청와대를 다녀왔다'면서 먼저 소송비용 지급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삼성그룹이 먼저 이명박에게 '캐시 지급'을 제안했던 것이다.

김백준·이학수는 "누가 먼저 자금 지원을 언급했느냐"는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진술을 했지만,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자체는 사실로 인정했다. 

지금에 와서 "누가 먼저 언급했느냐"는 것은 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설령 "삼성그룹이 먼저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이명박이 이를 받아들여 자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명박 측은 김백준이 진술한 당시 정황과 관련해 "김석한은 다스에 '무료 변론을 제안했다"는 것을 강경하게 내세웠다.

이는 기자가 제1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이명박 측을 안쓰럽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주장 중 하나였다. "변명할 거리가 얼마나 없으면 저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령 변호인들이 구상한 논리라고 하더라도, "그 논리가 법정에 공개됐다"는 것은 "이명박이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설적으로 말해, 명색이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자가 저런 황당한 주장을 방어 논리로 내세우는 것을 듣고, 이명박이 진심으로 안쓰러워 보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심이 있다. "김석한이 '무료 변론'을 제안해 실제로 무료로 다스를 위해 변론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치자.

김석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통령을 위한 무료 변론'을 했다면, 대가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김백준의 진술에는 사실 유무를 떠나 김석한이 이명박에게 바랐을 만한 '현실적인 대가'가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KBS

반면, 이명박 측은 "김석한은 삼성그룹·현대차그룹 관련 사건 수임을 바라면서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을 무료로 변론했지만, 이명박은 김석한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돈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이명박 재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다스가 이명박의 위세를 이유로 삼성그룹의 돈을 함부로 먹은 것'을 방치했다"는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또한, 김석한은 이명박과 다스에게 '먹튀'를 당한 셈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다스와 이명박은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김석한은 다스를 위해 무료 변론을 했던 것일까? 단순히 '이명박의 장형(長兄)과 처남이 경영하는 업체'였기 때문에 무료 변론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명박이 실소유주인 업체'이기 때문에 무료 변론을 했던 것일까?

"김백준, '삼성 소송비 대납' 진술 안하다가 증거 제시 받고 비로소 진술"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하면서 김백준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 김백준은 검찰 수사 초반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을 때,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진술 과정에서도 '현대차그룹'만 언급할 뿐, '삼성그룹'은 언급하지 않았다.

▲ 그러다가 자신이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에 대해 이명박에게 보고할 목적에서 작성한 보고서 등이 제시되자 기억을 더듬어 사실대로 진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김석한은 '무료 변론'을 제안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말은 "다스는 수임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즉, "삼성그룹으로부터 자금을 받는다"는 말과 "다스에 무료 변론을 해 주겠다"는 말은 양립할 수 없는 진술이 아니다.

▲ 뿐만 아니라, 김석한 입장에서는 이명박에게 "삼성그룹의 해외 소송을 맡도록 밀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물론, 김백준은 대납 방식·자금 지원 결정 시기 등과 관련해 일부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백준은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다가 각종 문건이 발견되자 기억을 더듬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 김백준은 진술을 하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거나, 이학수의 진술 내용에 대해 스스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백준이 허위 진술을 하거나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KBS

김백준은 검찰 수사 초기에는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해서는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검찰은 김백준에게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들'을 제시했고, 그 문건들 중 일부는 김백준 스스로 작성한 '김석한 면담 기록' '김경준 관련 법적 대응 및 소송 진행 검토' 문건이었다.

이렇듯 김백준의 진술을 놓고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한 재판부는 이명박 측이 줄기차게 강조했던 '김석한의 무료 변론'에 대한 판단을 이어나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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