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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1심 판결 분석 ⑮] 김백준 작성 문건 "삼성, MB에 소송비 지원…이학수도 직보 받아"[이명박의 다스 횡령 및 탈세·뇌물수수 등 공판 31-18] 다스, '삼성 소송비 대납' 모르고 에이킨 검프에 "왜 수임료 청구 안 하느냐"
박형준 | 승인 2018.11.09 13:5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도곡동 땅·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하면서 총 16개의 공소사실 중 유죄 3개·일부 유죄 4개를 인정했다. 이어 징역 15년 형·벌금 130억 원·추징금 82억 7,070만 3,642원을 선고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명박의 제1심 판결문은 총 470쪽에 달한다. 이명박 측은 절차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이의 제기를 했기 때문에, 판결문 초반부에는 이명박 측의 절차 관련 이의 제기에 대한 판단이 주로 적혀 있다.

'이명박 제1심 판결 분석'은 절차 관련 판단을 뒤로 미루고, 일단 유·무죄 판단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에서는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이명박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삼성그룹으로부터 소송비용 명목으로 585만 709달러 73센트(약 67억 7,401만 7,383원)를 받은 사안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법원은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2008년 4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송금된 522만 5,709달러(약 61억 8,276만 7,382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KBS

재판부가 유죄 인증 근거로 비중 있게 사용한 것 중 하나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검찰 진술이었다. 

김백준은 1990년대 후반 진행된 이명박의 금융업 진출에 깊이 개입했고, 다스가 김경준 씨에 대해 "BBK투자자문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미국 민사소송도 주도적으로 챙긴 사람이었다.

김백준은 검찰 수사 초반만 해도 ▲"나는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삼성그룹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등 소극적인 진술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태도를 바꿔 사실관계를 인정하게 된 계기는 '영포빌딩 문건'이었다. 그중에는 김백준 스스로 작성한 다스 민사소송 관련 문건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김백준이 당시 작성했던 문건의 내용과 당시의 정황 증거들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김백준 작성 문건 "삼성, MB에 월 12만 달러 지원…이학수도 직보 받아"

이명박 측은 영포빌딩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압수된 대통령기록물을 일컬어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측의 강경한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영포빌딩 문건의 증거 가치를 돋보이게 한 측면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포빌딩 문건 중에는 김백준이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 및 삼성그룹의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 작성한 문건들도 있었다. 문건의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김백준은 2009. 10. 16. 청와대에서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 항소심 변론을 맡은 에이킨 검프 소속 김석한 미국 변호사를 만났고, 이를 이명박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2009. 10. 27. 'VIP 보고사항' 문건을 작성했다.

▲ 해당 문서의 작성자 항목에는 김백준의 영문 약자 'PJK'가 적혀 있었고, 보관되고 있던 서류철의 제목은 'Akin Gump(다스)'였다.

▲ 문건의 주된 내용은 김경준 씨의 재산 압류·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 검토·다스의 미국 민사소송 예상 비용·삼성전자의 비용 대납 암시였다.

▲ 삼성전자의 비용 대납을 암시하는 내용은 "비용 조달: Retainer 월 125,000 달러 (MB 지원), Charge to S.G A/C (삼성전자 현지법인 대표 mr oh 이학수 실장에게 직보)"였다. 이중 "(삼성전자 현지법인 대표 mr oh 이학수 실장에게 직보)"는 김백준이 수기로 작성했다.

▲ 김석한은 실제로 2009. 10. 16. 청와대를 방문했고, 삼성전자는 에이킨 검프에 매달 12만 5천 달러를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KBS

▲ 이명박의 퇴임 후 계획이 담긴 'PPP(Post President Plan)' 기획안은 제승완 전 청와대 민정1비서관이 2011년 1월 작성해서 김백준과 함께 이명박에게 보고한 문건이다.

▲ 그 문건에는 "김경준이 스위스은행 계좌에 보관 중인 140억 원을 다스에 돌려주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다스는 합의를 이끌어낸 에이킨 검프에 별도의 수임료를 내지 않은 만큼, 다스는 VIP로 인해 그만큼의 금전적 이득 수혜"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 제승완은 검찰에서 "김백준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이명박으로 인해 다스가 에이킨 검프에 변호인 선임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스, '삼성 소송비 대납' 모르고 에이킨 검프에 "왜 수임료 청구 안 하느냐"

이명박이 직접 법정에서 주장했던 것 중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이학수를 청와대 본관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백준은 "2008년 4~6월 경, 청와대를 방문한 이학수를 대통령집무실로 데려가서 이명박과 접견시켰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재판에서 이를 인용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건희라면 몰라도 거기(청와대 본관 대통령집무실)가 어디라고 이학수가 들어오느냐"는 취지로 항변했던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백준·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비롯해,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에이킨 검프를 둘러싼 당시 사정을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김성우 당시 다스 대표는 2007. 10. 4. 영포빌딩 1층에서 이명박 혹은 김백준의 지시에 따라 에이킨 검프와의 변호인 선임계약서에 서명했다. 

▲ 김석한은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한미FTA 및 쇠고기 교역 등 이명박의 대미외교 컨설팅을 맡았고, 관련 비용은 삼성전자가 에이킨 검프에서 지급한 비용에서 충당됐을 것으로 보인다.

▲ 김백준은 검찰에서 "2008년 4~6월 경, 이학수를 대통령집무실 2층 소접견실에 데리고 가서 이명박을 접견시킨 적이 있다"며, "이학수는 당시 이명박에게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검찰 조사 중 검사로부터 "이학수의 얼굴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이학수가 이명박 취임 초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고, 김백준이 이학수를 청와대 본관 2층에서 모시고 가던 장면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 뿐만 아니라, 김희중은 "이학수는 이명박을 면담하기 위해 왔고, 김백준은 당시 저에게 '대통령을 면담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희중은 검찰에서 이학수와 대질 조사를 했을 때에도 진술 취지를 유지했다.

(※ 기자 주: 이명박 뿐만 아니라 이학수도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참고로 이학수는 이명박의 고려대 상대 후배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KBS

▲ 물론, 이학수가 청와대를 출입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학수가 '보안손님'으로서 청와대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 이명박과 이학수는 당시 삼성그룹이 에이킨 검프에 지급할 자금에 관한 의사를 서로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 김백준은 2012년 5~6월 경 이명박의 지시를 받고 이학수를 찾아가 "김석한이 받은 자금 중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김석한에게 '대통령께 돌려 달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이학수는 다음날 김백준에게 "김석한이 '돌려줄 돈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달했다. 이 정황은 김백준·이학수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 김백준·김석한은 제승완과 다스 관계자들에게 "삼성그룹이 에이킨 검프에 소송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 실제로 홍 모 당시 다스 대리는 2009년 9월 김석한과 통화를 하면서 "왜 수임료를 청구하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고, 김석한은 홍 모에게 "억지로라도 준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청구하지는 않겠다"고 답변했다.

다스에 '삼성의 소송비용 대납'을 숨긴 이유는 아무래도 보안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보안 유지가 어려운 것은 상식이다. 

그러다 보니, 다스 관계자들은 "에이킨 검프가 왜 수임료를 청구하지 않느냐"면서 '돈을 주려고' 전화를 하는 촌극도 발생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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