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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1심 판결 분석 19]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국고손실 공범"[이명박의 다스 횡령 및 탈세·뇌물수수 등 공판 31-22] 法 "기밀활동 자금은 전용 불가…국회 의결 취지대로 사용해야"
박형준 | 승인 2018.11.15 15:4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도곡동 땅·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하면서 총 16개의 공소사실 중 유죄 3개·일부 유죄 4개를 인정했다. 이어 징역 15년 형·벌금 130억 원·추징금 82억 7,070만 3,642원을 선고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명박의 제1심 판결문은 총 470쪽에 달한다. 이명박 측은 절차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이의 제기를 했기 때문에, 판결문 초반부에는 이명박 측의 절차 관련 이의 제기에 대한 판단이 주로 적혀 있다.

'이명박 제1심 판결 분석'은 절차 관련 판단을 뒤로 미루고, 일단 유·무죄 판단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부터는 이명박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다루고자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KBS

검찰은 이명박에 대해 "2008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지원을 요구해 4회에 걸쳐 총액 6억 원과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취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2008. 3.하순~5.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② 2008. 4~5.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③ 2010. 7~8.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④ 2011. 9~10.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10만 달러 수수

결과적으로 말해, 재판부는 ①에 대해서는 뇌물수수·국고손실 모두 무죄 ②와 ③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무죄·국고손실 유죄 ④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유죄를 인정했다. 참고로 검찰은 ④에 대해서는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박근혜 특활비 수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에 대해 대체로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편이었다. 

관건은 "뇌물을 주고받을 만한 정황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검찰은 박근혜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들에 대해 "인사권이나 국가정보원의 현안을 매개로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댓글 사건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굳이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박근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라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했고 ▲박근혜와 국가정보원장들의 관계가 썩 원만하지는 않았던 사실 관계 때문에 제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것이었다. 

심지어 검찰은 10년 넘게 야인으로 지내다가 갑자기 임명됐던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뇌물수수 정황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원종 측은 ▲이병호가 먼저 이원종에게 제안한데다가 박근혜가 이병호에게 사전에 조치한 사안이었고 ▲이원종은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김기춘과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과,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정무직 인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던 정진철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증언을 내세워 제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적도 있다. 

이원종에 전달된 특수활동비는 박근혜가 개입했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굳이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고 싶었다면, 박근혜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라고 주장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10년 동안 정계를 떠나 있다가 갑자기 임명된데다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는 달리 박근혜와 각별한 인연도 없는 이원종이 국가정보원 인사에 개입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가 그것을 가만히 놔둘 사람도 아니다.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이와 관련해, 기자는 서울중앙지검에 대해 "(특히 이원종의 사례처럼) 말 같지도 않은 것까지 갖다붙이는 등 윤석열 현 지검장이 '최순실 특검' 시절 했던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취지로 비난했던 적도 있다. 

윤석열은 '최순실 특검'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관계자들의 알리바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영선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이 1분 만에 강남 신사동에서 종로 삼청동까지 이동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을 장기간 유지했던 적이 있다. 

이영선이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이재용에게 직접 전달할) 서류를 받기 위해 신사동에서 최순실 씨의 운전기사를 만난 시각은 오전 11시 7분이었지만, 이재용의 차량이 삼청동 안가를 나간 시각은 11시 8분이었던 것이다.

이원종도 이와 비슷해서,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김기춘을 능가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되니, 이영선이 1분 만에 강남·북을 오간 것과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 김기춘조차도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이원종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마치 최면술로 박근혜를 장악한 최태민 씨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요는, 뇌물수수죄가 인정되려면 '뇌물을 주고받을 만한 정황'의 존재가 입증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관련 피고인들은 대체로 '예산 지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기 때문에, 유죄를 인정하려면 '청탁 > 예산 지원'이라는 최소한의 정황이라도 입증돼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의 경우도 그 '뇌물을 주고받을 만한 정황'을 중심으로 재판부의 판단이 진행됐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거시적 차원의 판단이다.

특수활동비 상납이 국고손실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국가정보원장도 회계사무 집행자(회계관계직원)로 볼 수 있는지 ▲이명박 측 주장대로 "특수활동비를 공적인 명목으로 사용했"어도 국고손실 유죄가 성립되는지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사안이 과연 '예산 지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측은 ▲김성호와는 국가정보원 자금과 관련해 전혀 연관된 사실이 없고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며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더라도 공적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국고손실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국가정보원장은 회계관계직원…대통령이 특활비 불법 수수하면 국고손실 공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박근혜의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했고, 형사합의27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은 김성호·원세훈과 공모해서 국고손실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국가정보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회계사무가 주 업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회계 사무에 대한 최종적인 감독·승인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실질적인 회계관계직원 지위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 국가정보원법 제7조와 제14조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소관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를 하게 돼 있고, 제12조에 따르면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이라서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예산을 조정하려면 국가정보원장과 미리 혐의해야 한다.

▲ 국가재정법 제40조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의 세출예산요구액을 줄이려고 할 때에는, 국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장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SBS

▲ 국가정보원은 원장 지시 없이 특정 사안에 대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을 할 수 없고, 예산을 편성할 때에도 반드시 원장과 기획조정실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 특별사업비(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장이 기획조정실장에 불출을 지시한 뒤, 예산관은 기획조정실장의 지시에 따라 지출결의서나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기획조정실장의 결재를 받은 이후에야 불출된다.

▲ 정기적으로 나오는 특별사업비가 아닌 그 외 경우에는 반드시 국가정보원장의 지시가 있어야 불출돼 사용할 수 있다.

▲ 국가정보원장의 특별사업비는 국가정보원장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집행의 적법성도 국가정보원장만이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가정보원장은 예산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별사업비를 사용할 때에도 반드시 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하며 ▲회계검사 권한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대통령에게 전달되려면 반드시 국가정보원장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과 김성호·원세훈은 '국고손실 공범'으로 묶인 것이다.

국고손실죄는 회계 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의 '횡령죄 특별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직원이 공금을 횡령하면 국고손실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반드시 자신의 주머니에 공금을 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산을 전용하거나 위법한 유용을 할 경우에도 국고손실죄로 처벌 받는다.

재판부는, "설령 국가정보원의 자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의 업무 수행을 위해 사용했다면 국고손실이 아니"라는 이명박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용도가 무엇이든 국가정보원의 예산 사용 범위에서 벗어났으니 국고손실 유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밀활동 자금은 전용 불가…국회 의결 취지대로 사용해야"

재판부는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장의 특별사업비를 사용하는 것이 왜 위법한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판단을 제시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한 때에 따라 지급돼야" 한다. 

▲ 또한, "중앙관서의 장은 특수활동비를 편성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하고,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국가정보원은 독립기관이고, 그 국가정보원에서 사용되는 특수활동비는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돼야 한다.

▲ 국가정보원장의 특별사업비는 국가정보원법에 규정된 국가정보원의 업무 범위 내에서 사용돼야 한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SBS

▲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밀유지' 관련 활동에 사용될 특수활동비는 다른 기관의 운영경비로 사용될 수 없다. 또한, 국회가 의결한 취지와 다르게 사업 예산을 집행하면 안 된다. 

▲ 따라서 대통령실의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장의 특별사업비를 받았다면, 이는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당시 이명박 측도 은밀하게 자금을 전달 받았고, 이는 그 위법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중앙지법은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에 대해서도 국고손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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