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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1심 판결 분석 21] "국정원장 임명 직후 경질 염려해 MB에 뇌물? 무죄"[이명박의 다스 횡령 및 탈세·뇌물수수 등 공판 31-24] "김성호, 정작 '광우병 촛불' 당시엔 이명박에 자금 지원 안 해"
박형준 | 승인 2018.11.19 14:2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도곡동 땅·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하면서 총 16개의 공소사실 중 유죄 3개·일부 유죄 4개를 인정했다. 이어 징역 15년 형·벌금 130억 원·추징금 82억 7,070만 3,642원을 선고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명박의 제1심 판결문은 총 470쪽에 달한다. 이명박 측은 절차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이의 제기를 했기 때문에, 판결문 초반부에는 이명박 측의 절차 관련 이의 제기에 대한 판단이 주로 적혀 있다.

'이명박 제1심 판결 분석'은 절차 관련 판단을 뒤로 미루고, 일단 유·무죄 판단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부터는 이명박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다루고자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KBS

검찰은 이명박에 대해 "2008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지원을 요구해 4회에 걸쳐 총액 6억 원과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취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2008. 3.하순~5.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② 2008. 4~5.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③ 2010. 7~8.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2억 원 수수

④ 2011. 9~10.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특수활동비 제공을 요구해서 10만 달러 수수

결과적으로 말해, 재판부는 ①에 대해서는 뇌물수수·국고손실 모두 무죄 ②와 ③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무죄·국고손실 유죄 ④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유죄를 인정했다. 참고로 검찰은 ④에 대해서는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성호, 정작 '광우병 촛불' 당시엔 이명박에 자금 지원 안 해"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명박은 2008년 4~5월 경, "청와대의 특수활동비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는다. 이어 박재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김백준 당시 총무비서관과의 논의를 거쳐 "국가정보원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검찰에 따르면, "이명박은 '국가정보원의 예산에 대한 감시·감독은 엄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저런 결정을 했다"고 한다.

결국 이명박은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예산 교부'를 요구했다. 김성호는 ▲재산형성 과정·아들들에 대한 편법 증여·삼성그룹의 떡값 수수 등 의혹 때문에 인사청문회도 못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이 임명을 강행해준 것에 대한 보답 ▲국가정보원장 직 유지와 각종 인사·예산·현안 관련 편의 기대 때문에 이명박의 요구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김성호는 김주성 당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청와대에서 도와달라고 하니 2억 원을 현금으로 만들어서 김백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김주성은 예산관을 거쳐 2억 원을 준비해 여행용 캐리어에 담은 뒤,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김백준에게 그 여행용 캐리어를 전달했다.

이명박 측은 "김성호에게 '국가정보원 자금을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고, 그런 지시를 하거나 승인을 한 적도 없으며,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등 모든 정황과 의혹을 부인했다.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KBS

하지만 재판부는 이명박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이전 기사에서는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이유를 분석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분석하고자 한다.

다음은 재판부의 관련 판단이다.

▲ 진술인들은 "청와대에서 사용할 자금" "청와대를 도와줄 자금" 등 취지를 언급했을 뿐이다. 국가정보원이 전달한 2억 원은 이명박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김백준과 각 수석실에 전달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을 위해 전달된 2억 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 당시 국가정보원은 별다른 논의 없이 통상적 예산 집행 절차에 따라 '원장 특별사업비'를 불출해 청와대에 지원했다.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은 검찰에서 "국가정보원은 청와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진술을 했던 적이 있다.

▲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은 "이명박의 지시에 따른 당연한 업무"로써 청와대에 2억 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 검찰은 "김성호는 각종 의혹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무산됐음에도 임명된 보답 차원에서 2억 원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임명 보답으로 예산을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 또한, 2억 원이 전달된 시점은 김성호가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기 때문에 김성호를 경질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 뿐만 아니라, 정작 이명박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렸던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에는, 김성호가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전혀 없다.

▲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상급기관은 대통령 개인이라서 대통령실에 돈을 줘야 할 이유가 없고, 기관 간 임의적 예산 전용은 위법하다"는 취지 하에서 "'이명박에게 돈을 준다'는 인식으로 자금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하지만 예산 전용 위법 여부는 뇌물공여와 별개의 문제에 불과하고,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상급기관"이라는 사정은 다양한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의 하부기관은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위법하게 자금을 지원하면 언제나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KBS

기자가 강조했던 적이 있듯이, 법원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전달된 사안의 뇌물 거래 여부를 판단할 때 "뇌물을 주고 받을만한 최소한의 사정이 있느냐"는 것을 중요하게 살펴보는 편이다.

요약하면 ▲국고손실 유죄가 곧바로 뇌물 거래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임명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김성호가 '직에서 짤리는 것'을 염려해 뇌물을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정작 김성호는 이명박의 취임 초 최대 위기였던 '광우병 촛불 시위'에는 아무런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뇌물수수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확실히 "임명되자마자 경질을 걱정하고, 정작 이명박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아무런 지원 흔적이 없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법원은 "'예산 전용은 위법하니까, 죄질이 더 중한 뇌물거래 의도로 자금이 전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평을 점잖게 남겼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관련 재판을 장시간 봤던 기자로서는, 검찰이 이 논평을 신중하게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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