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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vs 임종헌 '사법농단' 직권남용 논쟁 "재판 개입은 직권남용인가"[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①] 핵심 중 하나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재판사무 감사·대외관계 업무 권한
박형준 | 승인 2019.01.08 15:35

재판 개입, '직무감독권' 해석으로 좌우될 가능성

2018년 11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임종헌은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혔던 만큼, 공소사실은 30개가 넘는다.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이었다.

공소사실이 많았던 만큼, 검찰은 임종헌의 혐의를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한 범죄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 ▲비자금 조성 등 크게 4개 범주로 분류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검찰은 임종헌을 구속 기소한 데에 이어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구속시키기 위해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의 최종 목표는 누가 보더라도 양승태다.

설령 3명의 전직 대법원장·대법관이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임종헌의 재판이 가지는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임종헌은 3명이 각각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이 재직할 당시 법원행정처 내 핵심 요직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지내는 등 실무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4명이 받고 있는 의혹의 범위는 대부분 겹칠 수 밖에 없고, 임종헌의 공소사실은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과 임종헌 측이 진행할 공방의 첫 핵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라고 할 수 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말한다. 즉, 범위가 공무원의 권한 내 사항으로 제한된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은 ▲사기업의 인사에 개입한 사안은 대통령의 직무권한 내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무죄 ▲사기업에 스포츠팀 창단을 강요한 사안은 대통령의 체육정책 관장 권한 내에 속하기 때문에 유죄라는 판단을 했다. 

비슷한 논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제1심에서 다스의 미국 민사소송 보조에 대통령실 공무원들을 동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법원행정처 차장·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특정 재판에 개입한 사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검찰과 임종헌 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이어갈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은 각각의 업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대법원장: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법원행정처 등 관계 공무원 및 각급 법원의 직원들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법원조직법에 따라 지휘·감독 권한은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에게 위임한다.

법원행정처장: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사법행정사무 일체를 관장한다. 법원행정
처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며, 법원의 사법행정사무 및 그 직원을 감독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면서 법원의 인사·예산·송무 등 관련 사무를 관장한다.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행정사무 일체에 관하여 처장을 보좌하여 법원행정처의 업무를 처리한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사법행정, 법원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집행계획의 수립· 총괄·조정, 국회 행정부처 기타 대외관계 업무, 재판사무 등에 관한 감사의 계획 집행, 여러 실국에 중첩적으로 연계된 업무의 조정, 법관의 국제화 연수 등 국제 관련 업무, 예산편성 배정 결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KBS

재판 개입과 관련해,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광범위한 직무권한이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수도 있다.

처장 이하 법원행정처 간부들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장의 송무 관련 사무 관장 권한과 기획조정실장의 '재판사무 등에 관한 감사의 계획 집행' 권한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원칙상 재판은 판사가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논리상 "법원행정처 간부들은 처장의 송무 관련 권한과 기획조정실장의 재판사무에 대한 감사 관련 권한 등을 토대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명제도 성립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핵심 논거 중 하나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각급 법원장들의 '직무감독권'을 꼽았다. 국가공무원법을 토대로 "법관은 사법행정권자의 직무감독권에 따른 정당한 직무상 명령에 대해 복종해야 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법관윤리강령에 따라 "법관은 개인적 양심이 아닌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이것은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헌 측으로서는 "재판은 법관이 각각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일 뿐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는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성립의 아슬아슬한 선이 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검찰은 재판에 대한 직무감독권 행사가 허용되는 기준으로 ▲법관의 명백한 실수 ▲법관의 중대한 잘못 등을 제시했다. "법관의 명백한 실수나 중대한 잘못 없이 직무감독권을 남용하면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헌 측 "일선 재판부는 법원행정처와 별개 독립 기관…직권남용 성립 불가"

한편, 기획조정실장에게는 ▲행정부처 관련 대외관계 업무 ▲헌법재판소·대한변협 등 기타 대외관계 업무 등 대외관계 업무 권한이 있다. 기획조정실장의 이 권한은 검찰이 '재판 거래' '헌재 기밀 빼돌리기' 등 사안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주장할 수 있는 핵심 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통상 재판 관련 조사‧통계‧보고‧제도개선‧지원 등 제반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재판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성립을 좌우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지원실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은 당연히 처장과 차장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KBS

임종헌 측은 2018년 12월 10일과 19일 각각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서류를 전부 복사해주지 않았고, 공소장에 예단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일선 재판부는 법원행정처와는 별개의 독립 기관으로서,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실·국장에 대한 복종 의무는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임종헌의 부탁을 받아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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