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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의 출발점: 내부엔 법관 인사 이원화, 외부엔 헌재[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②] 검찰이 임종헌 공소장에 적시한 상고법원 설치·사법농단 의혹의 배경
박형준 | 승인 2019.01.09 15:30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가 달갑지 않았을 이유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한 이유'로 ▲법관인사 일원화 제도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경쟁 등 크게 2가지를 짚었다. 

이 부분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임종헌의 공소사실, 나아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혐의를 이해할 기초 요건이기 때문에 대략이나마 짚을 필요성을 느낀다.

법관은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진급 체계를 거친다.

 지방법원 합의부 배석판사 → 지방법원 단독판사 → 고등법원 배석판사 → 지방법원 부장판사 → 고등법원 부장판사 → 법원장

대법관·대법원장 임명 과정에는 정무적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 편이고, 외부의 변호사 등이 임명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법관이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진급상한선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통상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와 같은 진급체계에 대해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의 눈치를 보고 판결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KBS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이 지적을 감안해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를 발상했다.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는 법관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아예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이 각각 판사를 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양승태 체제는 이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진급 체계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인사와 관련해 절대적인 힘을 부여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이를 잃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부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외부적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경쟁이었다.

'한정위헌' 결정으로 부각된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경쟁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의전서열 상으로도 같은 예우를 받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최고지위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다. 이렇듯 지위가 동등하면 반드시 싸움이 발생하는 것은 인생의 이치였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바 있다. 제도적 장·단점을 떠나서, 대법원으로서는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헌법재판소의 하위기관으로 추락하게 된다. 대법원의 선고도 헌법재판소에서 얼마든지 뒤집어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소원을 금지한 조항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인 헌법재판소법에 있다. 대법원의 관점에서는, 국회가 어느 날 마음만 먹으면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의 상위기관으로 만들 수 있는 '불안한 금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국회나 법조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이렇듯 '불안한 금지'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따금씩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결정(링크 클릭)2012. 5. 31. 자 2009헌바123 결정(링크 클릭) 등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정위헌' 결정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한정위헌'은 "~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말하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정위헌을 한다는 것은 "대법원처럼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대법원의 입장에서는 존립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신호였던 것이다.

당연히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의견에 불과할 뿐, 법원을 구속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 이 외에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리 해석을 놓고 '최고법원' 지위를 둘러싼 다툼을 이어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이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은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에 통합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미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공고하게 자리 잡힌 21세기 이후에는 불가능한 대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승태 사법부는 놀랍게도 이를 끊임없이 추진하려고 했다. 헌재를 무력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급'을 낮추기 위한 '작전'을 추진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양승태 사법부의 위기감과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필요성이 맞물렸던 사건은 바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이었다. 그리고 이는 임종헌의 공소사실, 나아가 사법농단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양승태 사법부에서는 기존 대법원장의 권한을 유지하면서 '최고법원' 대법원의 위상을 지킬 방법 중 하나로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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