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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강제징용 소송 상고심 핵심 "국가는 국민 권리 소멸 못 시켜"[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⑤] 강제징용 소송 3대 법적 쟁점: 국제사법상 재판관할권·민사소송법상 외국 판결 승인 요건·개인 청구권에 대한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 원칙
박형준 | 승인 2019.01.14 14:15

2012년 5월 4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신일철주금㈜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자 미쓰비시 중공업㈜·신일철주금㈜은 2013년 8~9월 재상고심을 제기했다.

재상고심 결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내내 선고되지 않았고,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중인 2018년 10월 30일이 돼서야 판결이 확정됐다. 

파기환송심이 상고심의 결론을 그대로 따른 사건의 재상고심이 5년이나 걸린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사법농단 의혹에 이르러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간 '재판 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기 시작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2012년 5월 선고된 판결은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링크 클릭),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 판결](링크 클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판결의 취지의 똑같기 때문에, 기자는 미쓰비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상고심만 거론하고자 한다. 선고 전문은 관심 있는 독자께서 링크를 통해 각자 확인하시면 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요점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미쓰비시중공업의 전신 '구 미쓰비시'는 일본 법인이지만, 한국에는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었다. 또한, 강제노동 등 불법행위 중 일부는 한국 내에서 진행됐고, 피해자들은 모두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 또한, 재판 사안의 내용은 대한민국의 역사·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

(※ 기자 주: 당시 대법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전단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했다.)

▲ 일본의 한반도 강점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이에 따른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효력이 배제된다. 

▲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는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당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국민징용령은 유효하다"는 평가가 포함된 일본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 기자 주: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을 승인하는 요건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KBS

▲ 구 미쓰비시는 해산됐지만, 현재의 미쓰비시는 구 미쓰비시의 자산들을 실질적으로 승계했다. 또한, 일본법과 옛 법인의 해산을 근거로 "채무가 없다"고 반박하는 미쓰비시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다.

▲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식민지배와 직결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소멸하지 않는다. 

▲ 국가가 국민의 동의 없이 외국과의 협정을 이유로 국민의 개인의 청구권을 직접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이고, 일본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일본 내 한국인의 관련 권리를 소멸시키는 법률을 따로 제정해 시행했던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청구권 협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의 청구권을 외교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 수단만 사라질 뿐, 개인의 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따라서 미쓰비시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손해배상채무와 임금지급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서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다.

쉽게 말해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배는 그 자체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서 식민지배 및 당시 제정 법률의 유효를 인정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인정할 수 없고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함부로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개인이 자신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상부는 상고심 결과가 나온 뒤, 당시 판결을 환영하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독도를 방문했고, 아키히토(昭仁) 덴노(天皇·일왕)에게 직접 일제강점기 당시 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당시 한일관계는 악화됐던 측면이 있었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원) ⓒKBS

하지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정치적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 판결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외교부는 2013년 9월 청와대에 "대법원을 상대로 외교적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신중한 판결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등 "대법원의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

또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도 "해당 판결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배치되고, 외교부의 의견을 사전에 듣지 않았다"면서 ▲재상고심 판결을 빨리 선고하지 않도록 해주고 ▲정부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줘야 하며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는 이를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 사법부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와 같은 정부의 요청 사항을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재판 등에 적극 반영하기로 계획"했다.

당시 대법원·법원행정처의 수뇌부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권순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현 대법관) ▲임종헌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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