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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소송, 양승태 대법원의 다양한 '시간 끌기' 기교들[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⑥] 심리불속행 기각 회피 → 소멸시효 3년 회피 → 한일 위안부 합의 → 박근혜 지시…그 사이 원고 3명 사망
박형준 | 승인 2019.01.15 13:50

강제징용 소송에 '박근혜 의견' 반영 위해 제도 신설

법정조언자(amicus curiae) 제도는 영미식 제도로써, 특정 소송과 관련해 당사자는 아니어도 판결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좌우되는 사람이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3년 9월 23일, 외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법정조언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외교부,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견을 재상고심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외교부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법원행정처에 "외교부의 의견을 절차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호응해 사법정책실 심의관의 검토를 거쳐 "외교부의 의견 제출은 현행 규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규정이 신설하다"는 판단을 했다. 

법원행정처는 법률이 아닌 대법원 규칙 '민사소송규칙' 개정을 통해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라는 이름으로 법정조언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제도를 규칙으로 도입하는 것은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대했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회의를 거쳐 2015년 1월 28일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다음 조항을 신설했다.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2(참고인 의견서 제출) 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② 대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공공단체 등 그 밖의 참고인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 회피 → 소멸시효 3년 회피 → 한일 위안부 합의 → 박근혜 지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외교부의 바람은 ▲선고가 빨리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정부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며 ▲외교적 의미와 파장 등을 감안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기존 상고심·파기환송심의 결과를 뒤집되, 전원합의체를 거쳐 그 '뒤집은 결과'를 제대로 못 박으려고 하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의 판단은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뒤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2항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부가 기록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4개월 내 판단을 하지 못하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할 수 없다. 

"일단 4개월을 넘기자"는 취지의 판단인 셈이다. 또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가 도입된 시점은 2015년 1월 28일이다. "4개월을 넘긴 데에 이어 제도 신설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외면한다"는 판단이 여론의 지지를 얻을 리 만무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KBS

그런 가운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사실을 파고들었다. 대법원이 해당 소송을 파기환송한 시점은 2012년 5월이었기 때문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5년 5월 이후에는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 이후 최소 4개월을 더 끌어야 하는 이유가 발생한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그 '최소 4개월'보다 시간을 더 끌고 있는 사이 정부는 일본과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범기업을 옹호하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여건이 여전히 아니었다.

그러던 중 박근혜는 2016년 4~5월 경 청와대를 거쳐 법원행정처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위안부 관련 재단은 6월에 설립될 예정이고, 6~7월에는 일본에서 약속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다. 그러니 그로부터 1~2개월이 지난 뒤에는 외교부에서 의견서를 제출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임기는 2017년 9월까지였다. 재상고심에서 기존 상고심 결과를 뒤집으면 파기환송심도 덩달아 뒤집힌다.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 → 제2차 파기환송심 → 재재상고심 등 절차가 또 진행된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1년 안에 재재상고심까지 마무리해야 했던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김앤장 고문을 맡고 있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법무비서관을 역임한 김종필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외교부에 "의견서를 빨리 제출해 달라"고 독촉했다. 

뿐만 아니라, 임종헌은 2016년 9월 29일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외교부가 법정조언자 제도를 통해 자료를 제출하면, 그 자료를 기초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할 것"이라며, "늦어도 11월 초까지 의견서를 제출해 주면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전원합의체 회부 등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는 임종헌의 개인 의견이 아니었다. 대법원장과 각 소부 소속 대법관이 1명씩 모여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전합소위' 위원장의 의견이었고, 그는 바로 양승태였다. 

김용덕 전 대법관 ⓒSBS

재상고심 주심이었던 김용덕 당시 대법관은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해 작성된 검토보고서에는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 보고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법관들은 이를 돌려본 뒤 전원합의체 회부를 위한 절차를 진행시켰다. 

하지만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박근혜는 2016년 10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가 2017년 3월 파면됐고, 대법원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인지 2018년 7월 27일에서야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던 것이다. 

그 시점은 양승태가 임기를 마친 뒤 약 10개월이 지나 김명수 현 대법원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김명수 체제의 전원합의체는 10월 30일 재상고를 기각했다.

2005년 강제징용 소송이 제기될 당시 원고는 모두 9명이었다. 양승태 체제의 대법원이 시간을 끄는 사이 사망한 원고는 그중 3명이었다. 2018년 10월 판결이 최종 확정될 때 남은 원고는 1명 밖에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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