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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관 해외 파견 위해 외교부에 유리한 침대재판"[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⑦] 임종헌의 탁월한 기획조정 능력: 사법부 민원 끼워 넣기·침대재판 실행
박형준 | 승인 2019.01.16 15:00

임종헌의 탁월한 '기획조정' 능력: 외교부 민원 접수 후 사법부 민원 끼워넣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외교부는 2013년 9월 다음과 같은 취지가 적힌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관련 설명자료'라는 보고서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달했다.

▲ 2012년 대법원의 원고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외교적·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되면 그 효력이 부정될 수도 있다.

▲ 재상고심 선고를 늦춰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12년 선고 당시 정부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 대법원 판결 확정 시 예상되는 외교적 문제점과 전원합의체 심리의 필요성을 '적절한 채널'을 통해 알려 신중한 판결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 기자 주: 상고심은 일반적으로 대법관 4명이 구성하는 소부에서 진행한다. 판결은 각 소부 소속 대법관 4명의 만장일치로 진행되고, 통상 1명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전원합의체로 회부된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은 전원합의체 회부 요건을 ▲(판결의 근거가 된) 명령·규칙이 헌법·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전 대법원 판례의 법령 해석 의견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경우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라고 규정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임종헌은 이 보고서를 권순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현 대법관)·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이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외교부의 의견 반영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통한 전원합의체 회부 필요성 등을 역설 ▲국제사법공조·법관의 국제기구 및 재외공관 파견 협조를 강조하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는 등 외교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재판 개입을 결정했다.

여기서 우리는 임종헌의 탁월한 '기획조정'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교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외교부에 대한 사법부의 민원을 끼워 넣으려고 한 것이다.

당시 사법부는 법관의 (물 좋은 곳에 한정한) 재외공관·국제기구 파견을 원하고 있었다. 이후 임종헌은 2013년 10월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만나 '강제징용 소송&법관의 해외 파견' 등 상호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2014년 1월에는 주UN대표부에 파견 법관 관련 직위가 신설됐다. 2016년 9월에는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 의견서 제출'이라는 외교부의 민원이 해결된 데에 이어, 2017년 4월에는 주 제네바 대표부 파견 법관 직위를 신설했다. 

원래 원하던 곳이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이었음을 감안할 때, 미국 뉴욕·오스트리아 빈·스위스 제네바 등 기자가 '물 좋은 곳'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아실 수 있을 듯하다. 

만약, 외교부가 대법원의 뒤통수를 쳐서 원하는 것을 챙긴 뒤 ▲분쟁지역 ▲개발도상국 ▲치안부재지역에 파견 법관 직위를 신설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권순일 전 법원행정처 차장(현 대법관) ⓒKBS

박찬익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현 김앤장 변호사: 김앤장은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 소송대리인이었다)은 2013년 9월 30일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 외교부와의 관계'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외교부를 배려해서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변호인을 통해 각종 서류를 간접적으로 제출하게 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이를 놓고 "사법부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특정 재판의 절차와 결론을 검토하는 것은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다"며,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침대재판: 기록접수통지서 발송 지연·불필요한 국외송달 시도

임종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찬익은 2013년 11월에도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강제동원자 판결 검토'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이전 버전의 '심리불속행 기각이 타당'이라는 결론을 뒤집었다. '소송 절차 지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고심 재판부가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항소심 재판부가 제1심 재판부로부터 기록을 접수받으면, 재판부는 소송관계자들에게 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한다. 항소심·상고심을 각각 제기했던 사람들은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에 항소이유서·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KBS

이후 대법원은 '침대재판'을 시전 했다. 일본 전범기업들은 김앤장에 소송대리를 맡겼기 때문에 김앤장이 기록접수통지서를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록을 접수한 뒤 약 3개월이 지난 2013년 11월 굳이 '국외송달'을 시도했다. '국외송달'은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교롭게도 김앤장도 소송위임장과 상고이유서를 장기간 제출하지 않았다. 이어 심리불속행 기간 4개월이 모두 지난 2014년 5월이 돼서야 소송위임장·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찬익은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재임 당시 집무실에서 직접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난 정황이 있다. 김종필 변호사도 김앤장에서 근무하다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았던 적이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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