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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소송 심리'[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⑧] 행정부·사법부의 대법원 재판 합동 심리…이어받은 임종헌, 선 결론·후 근거 탐색
박형준 | 승인 2019.01.17 13:55

대법원 아닌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소송 심리

2013년 11월 15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외교관 출신)이 배석한 가운데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된 보고를 했다.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한일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는 보고였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그러자 박준우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대법원이 원고 승소를 확정되면, 큰 혼란이 온다. 또한 일본은 "한국이 1965년 체제(한일기본조약)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을 접촉해서 판결을 늦춰야 한다.

▲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늦춘다면 일본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 2014년 봄까지 양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면 일본 측도 재단 출연 협조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다만, 청와대와 총리실이 나서면 소문이 날 것이다. 외교부에서 하는 것이 좋다.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협의'의 큰 그림을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 한 마디였다. 이에 대한 긍정론·부정론은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발생하는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행정부에서 '판결을 늦추라, 마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사법부가 이에 순응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이를 알았기 때문인지, 행정부·사법부가 함께 진행한 대책회의는 은밀하게 진행됐다. 김기춘은 12월 1일 자신의 공관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이 모여 진행한 대책회의, 일명 '소인수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윤병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대법원은 심리를 하면서 이를 각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정치적·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사법적 해결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서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자 차한성은 윤병세에게 "그런 이야기를 왜 2012년 상고심 판결 당시에는 하지 않았느냐"며, "브레이크를 걸어 줬어야 한다"고 핀잔을 줬다. 

이어 "현재 송달 절차는 몇 달 더 지연시킬 수 있다"며, "시효 문제는 있지만, 운 좋으면 1년 이상 지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한성도 '침대재판'의 기본 밑그림을 당시 이야기했던 셈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다음과 같다.

▲ 상고심의 원고 승소 취지 판결을 바꾸려면, 반드시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한다. 재상고심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해야 한다. 재상고심을 지연시키면서 원고들의 소 취하를 유도하는 '투트랙'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 소 취하를 유도하려면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 안전행정부 주도로 특별법에 따른 국내 재단 설립을 추진하거나, 한일 합작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 청구권협정의 수혜기업인 포스코에서는 이사회를 거쳐 피해자들을 위해 100억 원 출연을 의결했다. 그러니 한국 정부·한국 내 협정 수혜 기업과 일본 정부·일본 전범 기업 등 '2+2' 출연을 거쳐 재단을 설립하는 형태로 배상 문제를 해야 한다.

▲ 이후 제기되는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국가적 파장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소멸시효 문제가 있으니, 2015년부터는 추가 소송이 어려울 것이다.

(※ 기자 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대법원 상고심이 원고 승소 취지 판결로 마무리된 날은 2012년 5월 24일이기 때문에, 이를 기산점으로 잡아 논의한 것이다. 3년 동안 질질 끌어서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는 방법으로 추가 소송 제기를 막으려고 한 것이다.)

임종헌의 '강제징용' 소송 관련 요구: 선 결론·후 근거 탐색

차한성으로부터 회의 결과를 전달 받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박찬익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현 김앤장 변호사)에게 ▲2013년 9월 30일 작성된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 ▲11월 8일 작성된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문건 등을 놓고, "황진구 당시 대법원 민사 총괄 재판연구관(현 광주고법 부장판사)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특정 재판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임종헌은 "전지원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이 황진구의 사법연수원 동기이니, 전지원을 거쳐 황진구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박찬익은 임종헌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제목을 '강제동원자 판결'이라는 두루뭉술한 제목으로 바꿨다. 이어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다음 대목을 삭제한 뒤 문건을 전달했다.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후 판단할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취지가 회손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외교부에 대한 배려와 절차적 정보공유를 통해 외교부의 이해를 구하기 용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외송달이라는 특수한 방법을 매개로 송달기간이 길어지면, 심리불속행 기간 도과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을 피할 수 있다."

실제 재상고심 진행 과정과 완전히 일치한다. 황진구는 이 문건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2014년 12월에 이르러 김용덕 당시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했고, 2015년 2월에는 후임자에게 인계했다.

김용덕 전 대법관 ⓒSBS

황진구가 전달받아 김용덕에 다시 전달한 문건들 중 참고자료 역할을 한 문건들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재상고심이 원고 승소로 마무리되면, 일본의 항의·일본의 사법적 대응·관련 소송 폭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 외교적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신중한 판결의 필요성을 알려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기자 주: 당시 외교부의 입장이 제시된 내용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검토한 뒤 "심리불속행 여부가 쟁점"이라는 판단을 했다.)

▲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이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에 포함되는지, 한일기본조약을 근거로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대법원이 외교문제에 대해 행정부와 다른 판결을 할 수 있는지 등 논점이 담긴 논문이 있다.

쉽게 말해, ▲대법원 스스로 판결한 상고심 결과를 놓고 ▲법원행정처가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상고심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고 먼저 결론을 낸 뒤 ▲관련 근거를 사후에 찾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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