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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물 좋은 곳 판사 파견' 위해 '재판 코디네이터' 자처[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⑩] 미국의 '배심원 컨설턴트' 연상시키는 양승태 사법부의 '외교부 일병 구하기'
박형준 | 승인 2019.01.23 14:55

朴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공통 결론 "강제징용 소송, 전원합의체로 기존 판결 파기"

2014년 10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공관에서 2013년 12월에 이어 다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된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정종섭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핵심 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김기춘은 조윤선에게 "안전행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재단의 설립 진행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 윤병세는 "배상 판결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는 '국가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각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윤병세는 "배상판결이 확정되면, 정치적·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진다"며, "사법적 해결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서 대법원의 기존 '원고 승소'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재상고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만 결론을 변경할 수 있으니,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기존 결론을 다시 확인했다.

▲ 박병대는 윤병세에게 법원행정처가 2014년 10월 작성한 '일제 식민지 시대 관련 과거사 사건 계류현황' 문건을 줬다. 

▲ 윤병세는 박병대에게 2013년 10월 외교부에서 작성돼 회의에 제출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의 합의와 국가적 부담' 보고서를 줬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진행된 재상고심 심리'에서는 "전원합의체에 넘겨서 대법원의 기존 '원고 승소' 판결을 뒤집는다"는 결론이 재확인됐다. 

외교부·전범기업 위한 재판 코디네이터·컨설턴트

박병대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의 합의와 국가적 부담' 보고서를 전달했다. 

이후 기획조정실에서 2014년 11월 10일 탄생한 보고서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관련 보고'였고, 핵심 사항은 ▲배상판결 확정 시 예상되는 국가적 부담 ▲재상고심의 향후 전개 방향 검토였다.

문건에서 예상한 시나리오는 ▲재상고 기각 ▲소부에서 새 쟁점에 대해 판단한 뒤 환송 ▲대법원에서 조정이나 화해 시도 ▲대법원이 사법자제론에 기한 판단 ▲전원합의체에서 판단 등 5개였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대법원이 채택한 시나리오는 '전원합의체 회부'였다. 이미 대법원에서 결론을 낸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럴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그 결론을 뒤집으려면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2015년 1월 28일에는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가 도입됐다. 외교부에서 이 제도를 이용해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를 빌미로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려고 한 것이다.

이후 임종헌은 2014년 4~5월 경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외교부에서 빨리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독촉을 했다. 

아울러 전범기업을 대리하던 김앤장 변호사에게도 "재판부에 외교부의 의견 제출을 요구해야 하고, 제출 시기는 나중에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재판 코디네이터 아니냐"는 의심을 할 만하다. 

임종헌의 위 행위는 존 그리샴 원작·게리 플레더 연출의 2003년 작 미국 영화 '런 어웨이'에 등장하는 '배심원 컨설턴트(Jury Consultant)'를 연상시킨다. 

배심원 컨설턴트는 의뢰인을 위해 유리한 결론을 내 줄만한 배심원을 사전에 분석해 선정하고, 배심원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조언하는 직업을 말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KBS

한편, 사법부 내에서 판사의 해외 파견은 통상 '특혜'로 통한다. 제도상 연 1~2명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해외에 사법협력관으로 파견됐던 판사 5명 중 4명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고, 사법부 내부에서도 해외 파견은 '고법 부장' 승진의 지름길로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은 대법원장의 '칼자루'가 될 소지가 강했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2014년 10월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면서 주 오스트리아 대사에게 직접 '법관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은 2015년 6월 11일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을 만나 강제징용 재상고심과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확대를 놓고 '거래'를 시도했다. 

양승태의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기 때문인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제시한 파견 선정지는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이었다.

검찰은 이 정황을 놓고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위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외교부 설득을 위한 활용방안으로 검토했다"며, "사법행정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일이고,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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