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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추진 위해 '원세훈 사건' 성동격서+靑 약점 잡기[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⑭] "전교조 사건 이용해 靑에 '원세훈 사건' 신호…약점 잡아 청와대와의 관계 주도권"
박형준 | 승인 2019.02.18 14:05

임종헌·정다주 "전교조 사건 빨리 처리해서 靑에 원세훈 사건 암시 제공"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서울고법 형사6부(당시 부장판사 김상환)는 2015년 2월 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3년 형·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제1심에서는 원세훈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무죄를 선고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참고로, 제1심 재판장이었던 이범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하면서 원세훈에 대한 처벌이 강해진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7월 16일 일부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파기환송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KBS

상고심과 관련해서는 ▲전원합의체 회부 ▲일부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 제기 등 판단의 핵심을 놓고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위 사건과 관련된 재판거래 의혹의 시작을 항소심 선고 직전인 2015년 2월부터 잡았다. 판사 출신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연락해 '항소 기각'을 기대하면서 선고 전망을 물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임종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1심과는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워서 법원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왜 불안해하는 것일까?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직접 지지를 얻으려고 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최대한 협조"하는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역린'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측이 원하는 방향의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정부의 공세가 사법부로 향하는 등 '뒤집어 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2014. 1. 23.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원세훈) 공판진행상황 문건 ▲2014. 8. 23. 국정원 선거개입(원세훈) 사건 요약보고 문건 ▲2014. 9. 15. 원세훈 사건 1심 판결 및 비판에 대한 분석 및 설명자료 문건 ▲2014. 9. 18. 원세훈 사건 1심 판결 분석 및 항소심 전망(설명자료) 문건 등을 작성·보고 받으면서 재판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심 선고 하루 전인 2015년 2월 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문건을 통해 ▲"청와대는 (제1심 공직선거법 무죄 결과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 감사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 있고 ▲새누리당은 "큰 짐을 덜었다"면서 크게 반기면서 야당에 역공을 했다는 등 분석을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정다주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이었다. 임종헌이 당시 정다주에게 주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가 선고되면, 청와대와 여권은 국면 전환 조치로 사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법개혁에 나설 것 같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사법부가 재판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검토해 보고하라."

정다주는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제시했다.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청와대의 관심사안을 빨리 처리해서, 청와대에 "원세훈 사건도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될 것"이라는 암시를 제공하자.

▲ 상고심을 최대한 발리 진행하고, 만약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선고해서 청와대의 불만과 오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항소심 판결 선고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등 적당한 비공식 라인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면서 설득해야 한다.

"원세훈 사건, 靑 원하는 대로 해준 뒤 약점 잡아 상고법원 추진"

앞서 이야기한대로, 항소심 재판부는 원세훈은 공직선거법 유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의 당선 정당성에 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대법원에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다면 상고심을 빨리 진행해야 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전원합의체를 통해 '공직선거법 무죄' 결론을 못 박아 달라"는 취지의 요구사항이었다. 그러자 임종헌은 항소심 선고 직후 박성준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상고심 예상 쟁점 작성을 지시했다. 

박성준이 작성한 문건 '(요약) 원세훈 사건 항소심 판결 분석 보고'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고, 홍승면 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도 전달됐다. 문건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또한, 대법원의 구성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425지논 파일·시큐리티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상고심의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그 사실관계는 너무 구체적이어서 단순히 전제법리만으로는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후 진행되는 상고심의 결론은 실제로 "425지논 파일·시큐리티 파일에 대해 항소심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또한, 절차 진행과 관련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문건이 작성됐다. 이 문건에 적힌 절차 관련 주문은 다음과 같다.

▲ 기록 접수 전이라도 항소심 판결과 제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서 상고심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 향후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는 (대법원이) 수세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면 전환을 꾀해야 한다.

▲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고,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따라서 발상을 전환하면 대법원이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 그렇기 때문에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임기가 지날수록 박근혜의 국정 장악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입맛에 맞도록 처리해서 ▲이를 약점 잡아 상고법원을 추진하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YTN

이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상고심은 실제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전원합의체는 증거능력에 대한 부분만 판단한 뒤 2015년 7월 16일 파기환송했다. 그로부터 약 3주가 지난 8월 6일 박근혜와 양승태는 오찬 회동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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