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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세월호 7시간 산케이 칼럼' 재판…주문 첨삭 지도"[임종헌의 사법농단 혐의 분석 ⑮] "가토, 봐줄 테니 조심해" 폼 잡기 위해 동원된 기관: 청와대·외교부·법원행정처·서울중앙지법
박형준 | 승인 2019.02.20 13:00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공소사실 중에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 관련 추측성 기사와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도 있다. 

당시 가토 다쓰야는 2014년 8월 3일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정윤회 씨의 세월호 참사 당일 밀회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검찰이 청와대의 요구대로 하명수사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가토 다쓰야의 기사를 번역한 사람까지 수사했기 때문에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토 다쓰야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한 정황 자체는 인정됐던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 추진·헌법재판소와의 위상 경쟁에서의 우위 확인 등을 위해 청와대의 뜻에 적극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종헌은 2015년 3월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청와대의 요구사항을 확인했다. 

검찰이 재판거래 정황 중 하나로 짚은 것은 바로 가토 다쓰야가 검찰이 자신의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한 것에 대해 항고를 제기한 것을 들 수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항고심 결정이 미루어지길 바란다"는 의중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이 재판의 기일은 김기춘이 원했던 시점인 2015년 4월 15일까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임종헌은 항고심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은 가토 다쓰야의 재판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대응을 했다.

▲ 2015년 3월,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청와대에 협조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알리면서, "증거조사 중 가토 다쓰야의 기사가 허위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 이어 "법원행정처에서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는 허위였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이미 밝혀졌다는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근은 이동근 당시 형사합의30부 부장판사에게 그 취지를 전달했다.

▲ 이후 이동근은 2015년 3월 30일 제4회 공판기일에서 "기사는 허위임이 증명됐다"는 취지를 고지했고, 소송지휘권을 통해 검사와 피고인 측에 "공공의 이익과 비방 목적 유무에 변론을 집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 임종헌은 같은 날 '유력 일간지' 사회부 차장 등을 접촉해 이동근의 소송지휘권 행사를 놓고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관한 진실게임은 종료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면서, "보도 분량과 논조를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 임종헌은 지속적으로 재판 상황에 대해 보고 받았고, 임성근은 2015년 11월 초 임종헌에게 "무죄 선고가 불가피한데, 재판장이 법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

▲ 임종헌은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반드시 허위 보도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고, '명예훼손은 인정되지만 비방 목적을 인정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혀야 하며, '가토 다쓰야의 행위는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 2015년 12월 선고 직전에는 임성근에게 "외교부에서 '가토 다쓰야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의견서가 제출될 것"이라며, "재판장에게 선고 시 그 내용을 고지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 또한, 임종헌은 판결이유 요약·가토 다쓰야의 행위에 대한 평가 등을 선고 말미에 고지하도록 지시했고, "그 내용은 사전에 내게 검토 받으라"고 요구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 임종헌은 선고 약 1개월 전인 2015년 11월 11일 선고 주문 초안을 미리 확인했다. 임종헌은 "청와대에서 서운해 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적 존재인 이상,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함부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삭제했다.

▲ 임종헌은 자신이 수정한 내용을 다시 전달하면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재차 강조했다.

▲ 이에 따라, 이동근은 원래 "박근혜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적시했던 판결이유를 "명예훼손은 성립하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로 바꿨다. 

▲ 아울러 이동근은 임종헌의 요구대로 "외교부에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선고 주문을 읽고 가토 다쓰야에게 통역으로 전달되는 3시간 내내 가토 다쓰야를 세워둔 채 주문을 읽었다. 

(※ 기자 주: 피고인은 보통 일어서서 선고 주문을 듣지만, 통상 장시간 선고가 진행될 때에는 피고인이 앉아서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토 다쓰야는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주문을 통역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관계로 선고 시간은 더욱 길어졌던 특성도 있었다.)

▲ 이후 임종헌은 판결에 대한 외부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 선고 이전에 미리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는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설명자료' 작성을 지시했다. 임종헌은 이 자료를 청와대·국회 등에 전달했다.

▲ 뿐만 아니라, 임종헌은 2015년 11월 10일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안내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 이에 따라, 임종헌은 '산케이 지국장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 표시 관련 검토' 작성을 지시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임종헌이 아예 선고 주문까지 직접 첨삭 지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KBS

가토 다쓰야를 3시간 내내 세운 뒤 선고가 진행됐던 당시 정황은 부정적인 취지에서 화제가 됐던 바 있다. 외교부가 선고 직전 탄원서를 제출한 정황도 마찬가지로 논란이 됐다.

"봐줄 테니까 조심하라"는 유치찬란한 행각을 위해 청와대·외교부·법원행정처·서울중앙지법 제1심 재판부 등 행정부·사법부의 핵심 역량이 총동원된 것이다. 임종헌은 이런 무리수까지 동원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두 사람은 모두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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