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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이것이냐 저것이냐"…통찰 없는 믿음과 복종의 종말[리뷰] 통찰 없는 광신의 끝으로 돌아보는 "대가리가 깨져도 그 정치인"과 "마마" 대성통곡
박형준 | 승인 2019.02.25 13:35

※ 이 기사에는 영화 '사바하'의 중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께서는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1. "이것이냐 저것이냐"

"나를 구하지 않고 어찌 너를 구할 수가 있겠느냐. 이것이냐 저것이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느니라."

영화 '사바하' ⓒ외유내강

참선하는 보우 앞에서 신돈은 출생에 얽힌 한을 이야기했다. 신돈의 갖가지 짓궂은 질문 앞에 철저하게 침묵을 유지하던 보우가 갑자기 내뱉은 일성은 바로 위의 말이었다.

훗날 신돈은 3년을 기한으로 무문암(無門巖)에서 폐관 수련을 한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월선 큰스님의 유언 때문이었다.

당시 고려는 중원의 홍건적이 쳐들어왔던 시절이었다. 결국 홍건적은 신돈이 수련하던 무문암까지 쳐들어왔고, 신돈을 연모해 수발을 들던 여성 초선은 결정적인 위기에 처한다.

뛰쳐나가려던 신돈을 막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이미 입적한 월선 큰스님의 영혼이었다. 월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이놈! 3년 기한은 부처님과의 약속이다. 초선이 죽고 사는 것은 부처님의 뜻이다. 부처님이 너를 어여삐 여기셔서 마귀들을 보내신 것이다. '네 마음 속 가장 큰 업을 끊으라'는 부처님의 당부시니라."

그리하여 신돈은 다시 주저앉고 만다. 다행히도 우연히 다른 스님들이 초선의 위기를 목격해 홍건적들을 겨우 쫓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비정한 신돈의 대처에 큰 충격을 받은 초선의 집사는 신돈을 원망하면서 절규했다.

"이것이 부처님의 법입니까?"

저것이 없어야 이것이 빛날 수 있고, 반대로 이것이 없어야 저것이 빛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을 수 있고, 저것이 있기에 이것이 있을 수 있다.

중생을 구원하기 위한 득도를 하는 과정에서는 때때로 주변에게 이기적이다 못해 비정할 정도로 매정해야만 할 때가 있다. 유혹·욕망·번민을 이겨내야 득도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유혹·욕망·번민은 득도와 '이것'과 '저것'의 관계가 된다. 

보우는 "나를 구해야 너를 구한다"고 말했다. 내가 번민하지 않아야 너의 번민을 구할 수 있다. 내가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는다면, 저것은 악(惡)으로 남거나 존재의 의미를 잃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면, 저것은 악(惡)이 된 나를 징벌하는 선(善)이 될 것이다. 

영화 '사바하'에서는 '김제석(유지태 분)'과 '그것(이재인 분)'이 '이것'과 '저것'의 관계를 형성했다.

#2. 성불했지만 끝내 성불하지 못한 존재

'그것'은 태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하여 탯줄이 없는 '그것'은 태아 시절 금화(이재인 분)의 다리를 뜯어먹으면서 버틸 수 있었고, 온몸에 수북히 털이 난 그것은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성불(成佛)한 김제석은 불사(不死)의 존재가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제석은 성불하지 못했다. 티베트 고승(타나카 민 분)은 김제석에게 "당신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에 당신이 태어난 땅에서 천적이 태어나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예언을 남긴다. 

영화 '사바하'의 한 장면 ⓒ외유내강

김제석이 정말로 성불(成佛)을 했다면, 그 모든 것을 부처님의 뜻에 맡길 것이다. 김제석은 성불하지 못했기에 불사(不死)라는 개인의 욕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것'은 존재의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결국 이것과 저것은 모순적 관계였다.

그 순간부터 김제석은 궁예가 됐다. 궁예는 자신을 미륵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을 '마군(魔軍)'으로 규정해 숙청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김제석도 자신의 천적을 죽이기 위해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 81명"을 마군으로 규정했다. 

그중 1명이 자신의 천적이 맞는다고 쳐도, 80명은 아무 죄도 없이 김제석의 지시에 의해 죽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김제석은 한낱 개인의 욕망에 취해 신(神)을 자처하고 희롱하는 사아비종교 교주, 코끼리의 눈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한낱 나약한 존재로 타락한다. 박 목사(이정재 분)의 말대로, 용이 뱀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3. 광신(狂信)의 끝

누군가는 "대가리가 깨져도 그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편에서는 쫓겨난 그 정치인을 향해 절을 하면서 "마마(媽媽)"라고 외치며 울부짖는다. 

기자는 "그 '대가리가 깨져도 그 정치인을 지지하신다는 그분'이나 '마마'라고 울부짖던 그분이 만약 '사바하'를 보면, 이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할지 말지" 궁금해졌다. 

통찰이 없는 믿음의 끝은 광신(狂信)이고, 광신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종착역은 결국 흉악범죄이기 때문이다.

한편, 김제석은 스스로 제석천(帝釋天)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것'은 '아수라'였다. 아수라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사천왕을 필요로 했다. 

김제석이 찾은 사천왕은 영월을 중심으로 강원 태백·강원 정선·충북 제천·충북 단양 등 동서남북에서 각각 아버지를 죽인 소년범들이었다.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에 한편으로 아버지를 갈망하는 자들을 사천왕으로 삼은 것이다. 이 역시 이것과 저것이었다.

하지만 김제석이 그들에게 악행을 주문한 순간, 김제석은 그들에게 결국 죽인 아버지의 재림에 불과할 뿐이었다. 믿음이 흔들리던 순간, 정나한(박정민 분)은 더 이상 코끼리의 눈을 보고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등 광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어 한낱 욕망에 취한 인간에 불과한 아버지의 추락을 지켜본다. 그리하여 끝없는 악행을 했던 정나한은 마지막 순간 징벌의 사자가 된다. 

광신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불멸을 위해 81명의 죄 없는 소녀를 죽여야 한다"는 미친 명령을 따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사바하'의 한 장면 ⓒ외유내강

그리고 통찰한 최후의 순간 정나한은 욕망과 나약함을 이겨내지 못한 광신자를 징벌했고, 그 광신자를 광신한 자신을 징벌했다. 김제석의 생명이 다한 순간, 자신의 역할을 다한 '그것'도 육신의 생명을 마감한다. 

이것이 타락하지 않았더라면, 저것은 존재의 의미를 영원히 찾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일깨운 진리는 "김제석의 성불은 육체의 성불에 불과할 뿐, 중생을 구원할 수 있는 정신의 성불이 아님"을 일깨운 것이었다. 자신의 육체적 성불에만 몰두한 한낱 나약한 인간에 불과할 뿐이었다.

'유일무이한 절대'에 대한 집착은 곧 광신으로 연결돼 파멸했고, 그 광신자를 구원자로 여겨 집착한 광신도 파멸로 연결됐다. 마지막 순간의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이전 저지른 악행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한'이라는 이름은 '깨달음'을 상징하지만, 그들 모두는 한낱 아수라였던 것이다. 대가리가 깨져도 믿고, 살인을 해도 믿는다. 그 광신의 끝은 악행과 파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신흥종교 교주의 아래 설교 발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불'의 껍질을 벗긴 김제석의 본질은 심취한 대상만 다를 뿐 그 교주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통찰 없는 복종의 본질도 "대가리가 깨져도 지지한다"거나 쫓겨나는 그분께 "마마"라고 울부짖던 그 믿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디 그 "대가리가 깨져도 그 정치인을 지지한다"던 그분과 "마마"라고 울부짖던 그분이 각각 자신이 모시는 정치인의 정적 81명을 죽이려고 들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수를 좀 쳐 줘요. 이 사람들은 이 천모(天母)가 얼마가 필요하다 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져온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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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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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9-05-20 19:19:29

    대가리가 깨져도 지지합니다 ^^ 형준님도 고마워하세요^^ 저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수많은 뱀(재벌5세)들이 VIP룸에서 형준님의 딸 여동생 조카들을 희롱한다에도 뉴스 1줄도 나오지 않는 세상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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