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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팔순 거장 리들리 스콧은 여전히 꿈을 꾼다[리뷰] <마션>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를 버티게 한 긍정의 힘
박형준 | 승인 2015.10.09 06:00

화성에서 로빈슨 크루소 신세가 된다면?

영화 <마션>, 저작권자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마션(The Martian)>은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했다. 원작은 과학적·기술적 고증이 매우 철저했다고 한다. 영화 연출은 1937년생으로서 팔순을 앞둔 거장이자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이다.

만약 당신이 화성에 혼자 남겨졌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 소설과 영화의 근본적인 물음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로빈슨 크루소>를 보면서 그 암담한 기분에 공감한 바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 신세로 전락하기도 하고, 무인도인 줄 알았던 섬에서 혼자 버티다가 건너편 섬의 토착인들로부터 잡아먹힐 뻔하기도 한다. 그가 자신이 구출한 토착인 '프라이데이'와 귀환한 시기는 표류 이후 28년이 지나서였다.

그나마 로빈슨 크루소는 지구 안에 있었고, 지내던 섬도 완전한 무인도는 아니었다. 다만 식인을 하는 토착인들이어서 문제가 됐을 뿐이다. 

그런데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은 무려 화성에서 혼자 살게 된 것이다. 함께 왔던 ARES3팀의 나머지 팀원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화성에 버려두고 온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절망적이다.

그가 화성에 표류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화성에서 철수하다가 모래폭풍을 만나 바람에 부러진 안테나에 맞아 부품의 파편이 몸에 박히기도 하는 등 누가 봐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주복의 생명유지장치도 오프라인이었다. 그런데 그는 파편과 몸에서 흘러 나온 피가 굳어서 수트의 압력을 보존해줘서 호흡에 지장이 없어 살게 된 것이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광활한 화성에 오로지 혼자였다. 통신도 두절됐다. 식량도 정해진 양 밖에 없다. 뚜렷한 생존본능을 요한다.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리들리 스콧

다행히도 와트니는 식물학자였다. 한국인들은 주윤발의 총격 액션 영화에서 친숙하게 봐왔던 자가 파편 제거 수술을 진행해 스스로를 치료한 와트니는 금새 몸을 회복한다. 이어 화학 반응으로 물을 만들어 우주선 내 남은 배설물과 화성의 흙을 이용해 감자를 재배하려 한다.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저작권자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리고 영상 기록을 스스로 남기면서 긍정의 힘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극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며, 애써 절망하지 않는 긍정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와트니는 영상 기록에서 절망적 상황은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가벼운 농담을 두루 섞어 스스로를 위안한다. 하지만 지켜보는 제3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담담하게 애처롭기도 하다.

고립된 상황에서 사람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다.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은 와트니를 버틸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영상 기록을 남겨도 지켜볼 사람은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트니는 영상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저런 아픔과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쉽게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고통을 당하면 몸부림을 치거나 끝없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원작과 영화는 몸부림과 눈물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래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대한민국 군대의 유명한 격언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던가.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저작권자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힘을 강조한다. 긍정과 함께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면, 그 다음은 생존 본능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긍정의 힘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다. 우연히 통신이 닿아 와트니의 상황을 파악하고 구출 작전을 논의하는 NASA에서도 이런저런 논쟁은 있고 이런저런 위험은 우려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정치가 아닌 과학의 문제"라는 대사 속 진심

<마션>은 와트니의 구출을 시도하는 중후반에 이르러 의외의 정치적 요소를 선보인다. 현재 미국이 처한 국제정세에 대한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마션>의 등장인물들은 큰 갈등을 보이지 않는다. 논쟁을 하다가도 금새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후 와트니의 화성 표류가 지구에도 알려짐으로써 국제적 이슈가 되면서 미국의 국제적 갈등 요소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미국은 부인하지만, 현재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도 목적이 있으며 큰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버니 샌더스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미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높아 안착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 정치적 이슈는 갈등과 갈등의 연속이다. 미국의 현실도 그렇다. 하지만 휴머니즘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갈등은 잠시 접는 것이 인간의 규칙이다. 3세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이 난민 이슈에 대한 인류의 관심과 안타까움을 유도했듯이 말이다.

<마션>은 인간 본연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갈등도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래서 "(와트니의 화성 표류는) 정치가 아닌 과학의 문제"라는 극중 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치적 갈등은 잠시 접어두고 과학 본연의 자세로 접근하면 따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메시지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리들리 스콧은 곧 80세를 맞이하는 노장으로서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래디에이터>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로마를 다시 공화정으로 돌리려는 생각을 가졌다는 비현실적이며 고증과 다른 설정이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묘사를 한 이유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의 왼쪽 상단 ARES3은 영화 속 화성탐사선 아레스3의 탐사지역이자 마크 와트니가 혼자 남겨진 장소이다. 그 아래 Kipini는 와트니가 '루이스 협곡'이라고 명명한 협곡이며, Pathfinder는 무인탐사선 패스파인더의 착륙장소이자,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저작권자 - www.fundazone.com

작중 마크 와트니의 화성 내 이동 루트를 분석한 미국 너디스트 포스팅을 소개한다.

마크 와트니의 이동 루트 살펴보기(클릭)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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