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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루벤스 그림' 예 들며 "사법농단 의혹은 검찰발 미세먼지"[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①-2] 임종헌 "이해와 협조 구했을 뿐, 정치권력 유착 아냐"
박형준 | 승인 2019.03.11 16:1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2018년 11월 14일 임종헌에게 '사법농단' 관련 30여 개의 공소사실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임종헌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변호인의 주장에 앞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던 바 있다. 임종헌도 당연히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임종헌의 검찰 비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월 26일 자신의 보석 심문기일에서 검찰을 비판한 것 못지않게 강도가 높았다. 양승태는 검찰을 향해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던 바 있다. 임종헌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및 관련 언론 보도를 '미세먼지'로 규정했다.

임종헌과 변호인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는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이는 해석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주장과 임종헌의 주장 중 무엇이 옳은지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해석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좌우할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임종헌의 발언 전문이다. 문맥에 맞게 발언의 일부를 다듬었음을 미리 말씀드리고자 한다.

제 근무 시절 수행한 직무 및 법원을 떠난 2년 동안 적폐의 감옥에 갇혔다. 비탄스러운 마음이다. 

저는 "3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법부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법원행정처에서 일한 것이 행정권 남용으로 판단돼 제 뜻과 무관하게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 담당 업무에 대해 책임이 엄중하다면 다 감수하겠다.

지난 8개월 동안 사법행정 전방에 대한 전례 없는 검찰 수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법원 가족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법치주의의 중심을 잡아야 할 사법부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내몰리고 연일 갈등이 이어져 마음이 무겁다.

다만, "'양승태 사법부'는 검찰이 단정하듯 터무니없는 사법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법행정을 담당한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청산 대상으로 판단해서도 안 되고, "저들에게도 선의가 있었다"고 이해하길 부탁드린다.

저는 수사 과정에서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서 침소봉대됐지만, 과연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행동했으며, 과연 범죄가 되는지" 등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됐다.

법원행정처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사실상 경계가 분명하지 않는다. 또한, 즉시 대응해야 할 현실에서의 행정도 용이하지 않는다. 일선 재판담당자나 검찰은 행정에 대해 겪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법무부·검찰·외교부 등은 단순하거나 녹록치 않는다. 

재판 독립은 '가치'지만,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를 위해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국가기관 상호 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력과의 유착'과 '일정한 관계는 전혀 다른 얘기다.

"사법부가 재판 거래로써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프레임이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재판에 다양한 행정목적 차원에서 그렇게 했지만, 재판의 독립 원칙은 훼손되지 않게끔 삼가고 조심했다.

이는 일선 법관의 소신과 양심을 꺾고 법원행정처의 의중을 강제로 관철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상당한 오해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충실히 설명하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검찰의 수사와 공소사실은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너무 호기롭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법원행정처의 문건 대부분이 삼권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해친다"는 것을 근간한 구조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은 작성 당시 이슈와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상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관련 이슈를 확인한 내부 문서일 뿐이다. 검찰과 청와대 등 어느 단체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내부 검토이고, 개인의 일기장과도 같다.

공소사실 일부는 사법행정의 정당한 범위에 있고, 일부는 이탈·남용이라고 할 수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규정하는 검찰의 논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직권남용의 경계가 핵심이다. 검찰의 경계는 수용하면 안 된다.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재판부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作 '시몬과 페로'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하면, 어떤 사람들은 성화(聖畵)라고도 하지만, 일견 보기에는 영락없는 포르노다. 하지만 그림 속 인물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이고, 그림은 성화(聖畵)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 진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일방적인 여론전은 끝났다. 오늘은 사실관계가 드디어 백일하에 처음 드러나는 사실심 첫 재판이다. 앞으로 재판장과 두 판사가 검찰발 미세먼지의 심리의 표상에 매몰되지 않고 피고인의 주장과 증인의 진술을 차분히 들으시고, 무엇이 사인의 진실인지 판단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한다. 형사소송법 제267조의2에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집중심리를 규정했다. 하지만 그 원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과 관련돼 있다. 피고인이 충실한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객관적 요건을 보장하지 못하는 심리는 본말이 전도된 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막강한 공격과 화력을 갖춘 검찰의 일방적인 공판이 될 수 밖에 없다.

부디 재판장께서 공판기일에서 이 점을 감안해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사려 깊게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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