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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검사 10여 명과 마주앉아 '나 홀로 법률 전쟁' ①[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②-1] 임종헌 "공보관실 운영비, 충분한 확인 없이 예산 준 기재부는 문제 없나"
박형준 | 승인 2019.03.19 17:4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임종헌은 주4일 재판 일정이 결정된 이후 단 2명의 변호인만 선임했고, 공판이 시작된 이후로는 변호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조 역할만 맡긴 채 직접 변론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임종헌 혼자서 10여 명 이상의 검사들과 맞부딪쳐가면서 직접 법리 논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법리 논쟁도 그저 통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판례와 구체적인 강학상 이론까지 통째로 끄집어내 진행하고 있다. 과연 30년 경력 법관 출신다운 대응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검찰과 임종헌은 이날도 다양한 논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그들의 논쟁을 이 기사에 모두 담기는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핵심 논점을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논점 1] 공보관실 운영비 3억 5천만 원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이 2015년도 예산안 일부 내역에 '공보관실 운영비' 항목을 편성해 3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후 현금화해 일선 법원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나눠준 사건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의 논점을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기획재정부 법제예산과·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담당자들은 임종헌 등으로부터 속아 예산을 지급했다. 대법원은 이미 3억 7,2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던 바 있다.

▲ 다른 명목의 예산을 편성 받아 현금성 경비·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로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행위다.

ⓒKBS

▲ '공보관실 운영비'는 실질적으로 비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운영 예산일 뿐, 공보·홍보 예산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장들에게 지급할 수 없다. 실제로 공보관실 운영비는 허위 처리 이후 법원행정처가 모두 회수해 법원장들에게 지급됐다. 

▲ 같은 기관 내에서도 예산을 전용했을 경우에도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하면 국고손실의 인식이 인정된다. 

임종헌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은 "일선 법원에 공보관실이 있다"고 믿어 자연스럽게 예산을 배분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위계로 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적이 없다.

▲ 또한, 법원의 홈페이지 등을 보면 "일선 법원에는 공보관실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충분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예산을 배분했을 뿐이고, 저는 위계로 그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적이 없다.

▲ 뿐만 아니라, 일선 법원에 '공보관실'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보판사가 있어 대외적 공보 활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보관실 운영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미스라벨링(mislabeling)에 불과하다.

▲ 뿐만 아니라, 국고손실죄가 인정되려면, 검찰은 '공보관실 예산 명목으로 대법원장 개인의 격려금 마련'이라는 명제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장들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업무수행 목적 공적 용도로 지급된 것이다.

[논점 2] 문상배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의혹 관련 직무유기

임종헌은 "문상배 전 부산고법 판사가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사 등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 받아 기소됐다.

검찰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임종헌 등은 반드시 해야 하는 감사에는 외부에서 온 감사위원이 참여하는 사실을 우려 감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 법관징계법 등에 따르면, "징계청구권자는 징계를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법원 감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향응수수 등은 외부 감사위원이 반드시 참여하는 필요적 감사회부사항이다.

▲ 임종헌은 문상배의 비위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문상배와 친분이 있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 "자중하라"는 메시지만 전달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KBS

▲ 임종헌은 문상배의 비위를 접수하자마자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큰일 났다"고 보고했다. 그나마 문상배에게 취한 구두경고는 실질적 내용도 없었고, 문상배는 5년 내내 최상급 근무평정을 받았다.

임종헌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이금로 대검 기획조정부장(現 수원고검장)으로부터 전달 받은 문상배 비위 정보 문건의 분량은 불과 1쪽 반이었다. 이것이 감사위를 개최해 징계를 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대검찰청의 직무유기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법원행정처는 강제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위 자료들 만으로는 강제조사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징계 절차에 들어갔더라도, 실체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구두경고 밖에 없었다.

(곧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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