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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검사 10여 명과 마주앉아 '나 홀로 법률 전쟁' ②[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②-2] 임종헌, 변론 중 정색하며 검사에 "웃지 말라" 호통…재판부는 임종헌에 "삼가 달라"
박형준 | 승인 2019.03.19 17:5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임종헌은 주4일 재판 일정이 결정된 이후 단 2명의 변호인만 선임했고, 공판이 시작된 이후로는 변호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조 역할만 맡긴 채 직접 변론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임종헌 혼자서 10여 명 이상의 검사들과 맞부딪쳐가면서 직접 법리 논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법리 논쟁도 그저 통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판례와 구체적인 강학상 이론까지 통째로 끄집어내 진행하고 있다. 과연 30년 경력 법관 출신다운 대응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검찰과 임종헌은 이날도 다양한 논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그들의 논쟁을 이 기사에 모두 담기는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핵심 논점을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논점 3] 靑에 각종 재판 검토 문건 제공

양승태 재임 중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예금계좌 가압류 신청·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대해 검토한 문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에 전달한 적이 있다. 검찰은 이 정황을 놓고 임종헌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법원행정처는 가압류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까지 동원해 통합진보당의 예금계좌에 대한 가압류 신청에 대한 검토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다. 이 문건은 임종헌·박병대에게 보고된 후 확정됐다.

▲ 해당 문건은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써, "대외비에 준해 관리해야 하고, 외부에 제공되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도 적혀 있다. 

▲ 사실상 재판 결론과 같은 문건이고,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에게 특정 방향 선고를 종용하는 문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에 해당 문건을 제공했다. 

▲ 또한, 강제징용 소송의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도 청와대와 소송 당사자인 전범기업의 소송대리인에게 노출했다.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는 대법원 내부에서도 엄격한 보안 하에 관리된다.

그러자 임종헌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김종필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부터 법률 자문 요청을 받은 적은 있다. 다만, 법리검토 자료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명백하게 기억한다.

▲ 김종필의 자문 요청을 받은 후 저는 정당법을 검토했다. 정당법 제48조 제2항에 따르면,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헌재의 해산 결정과 동시에 국고로 귀속된다.

ⓒKBS

▲ 제 법률상식에 따르면, 국가가 통합진보당의 예금계좌 관련 권리를 갖는 것은 준물권변동에 해당한다. 당연히 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채권적 청구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처분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 기자 주: 물권행위는 소유권·전세권·유치권 등 물권의 권리관계를 변화시키는 법률행위를 말하고, 채권행위와는 달리 채무자의 의무 이행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물권 외에도 권리관계를 직접 변화시키는 법률행위는 '준물권행위'라고 하고, 그 예로는 채권 양도·채무 면제·무체재산권 양도가 있다.

통합진보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해산됐고, 정당법에 따라 결정과 동시에 그 재산이 국고에 귀속된다면, 국가는 자동으로 통합진보당의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종헌은 이를 '준물권변동'으로 판단해 물건에 대해 신청하는 가처분에 적용한 것이다.)

▲ 따라서 통합진보당의 예금채권은 이미 국가에 귀속됐기 때문에, 예금계좌를 보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에 불과하고,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에 후견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불과하다. 

▲ 또한, 김종필은 최초 검찰 조사에서 "문건이 첨부된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다가 검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가처분 관련 문건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 설령 자료가 누설됐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재판기능에 뭐가 장애가 됐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공무상 비밀누설의 구성요건 '비밀의 보호 필요성'을 충족시키는지 의문이다. 

▲ 또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 검토 의견은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대법원장에게는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할 권한도 없고, 양승태도 확정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없다.

[논점 4] 각종 문건 작성 지시 등 직권남용 혐의

임종헌의 혐의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작성 의무가 없는 문건을 작성하게 하거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심의관·일선 판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취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였다.

임종헌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보호하는 법률상 이익(보호이익)은 국가권력 및 기능의 엄중한 보호도 있지만, 개인의 의사결정 자유 보호도 있다. 물론, 전자는 다수설이지만, 후자는 소수설이기는 하다.

▲ 하지만 대법원 판례 중에는 '피해자'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도 있다.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 또한,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정기인사와 관련해 8명의 판사에게 불이익을 입혔다"면서 1인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 일선 법관이 법원행정처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라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다. 

▲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이 국과수 법의학과장에게 고문치사자의 사망 원인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참고할 메뉴를 제출 받은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요청에 의해 작성했다면, 스스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던 바 있다. 
 
그러자 검찰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이미 대법원은 "직권남용의 상대방 1명당 1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직권남용에서의 죄수(罪數) 판단은 상대방 별로 이뤄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공무원이 뇌물을 여러 명에게 받든, 1명에게 받든, 침해되는 법익 '불가매수성'은 똑같아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실제로는 뇌물공여자가 1명이어도 청탁의 대가성 여하에 따라 따로 판단한다.

ⓒKBS

쉽게 말해, 임종헌은 "협조와 요청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한 피해자가 없으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보호하는 핵심 법익은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라며, "상대방 수와 죄수(罪數)는 다른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한편, 임종헌은 한창 변론을 하던 중 갑자기 검사석을 향해 정색하면서 "김 검사님, 웃지 마세요"라고 정색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은 재판부에 "(임종헌에게) 주의를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그것은 변론 내용이 아니고, 그렇게 보였어도 재판부가 지적할 사항"이라는 등 임종헌에게 주의를 줬다.

이는 양측 간 기선 싸움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옳고 그름과 동의 여하를 떠나, 임종헌의 사실상 '나 홀로 전쟁'은 눈길을 끄는 측면이 있다. 치열한 법리 논쟁은 물론, 기선 싸움까지 하는 등 임종헌은 과연 30년 경력의 전직 법관다웠다.

(곧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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