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재판 방청
임종헌, 검사 10여 명과 마주앉아 '나 홀로 법률 전쟁' ③[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②-3] 임종헌 "심의관에게도 복종 의무 있어…검사, 행정법 교과서 읽어보시길"
박형준 | 승인 2019.03.19 20:0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임종헌은 주4일 재판 일정이 결정된 이후 단 2명의 변호인만 선임했고, 공판이 시작된 이후로는 변호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조 역할만 맡긴 채 직접 변론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임종헌 혼자서 10여 명 이상의 검사들과 맞부딪쳐가면서 직접 법리 논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법리 논쟁도 그저 통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판례와 구체적인 강학상 이론까지 통째로 끄집어내 진행하고 있다. 과연 30년 경력 법관 출신다운 대응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검찰과 임종헌은 이날도 다양한 논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그들의 논쟁을 이 기사에 모두 담기는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핵심 논점을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논점 5] 각종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 검토 작성

임종헌의 공소사실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전범기업 측의 절차 진행 요구를 상고심 절차 진행에 반영하게 하거나 아예 의견서를 사실상 대필해 준 혐의다.

임종헌 측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무죄를 주장했다.

▲ "외교부의 의견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 또한, 다른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상 독립 침해도 아니고, 위법하지도 않는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라고 볼 수 없다.

▲ 검찰의 주장은 유죄 심증을 형성하기 위한 일방적 주장이고, 가공의 유죄 프레임이다.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적극 수용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임종헌은 외교부 파견 법관으로부터 "외교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입장을 문의했을 뿐, 요청사항을 전달받은 적은 없다. 재외공관 법관 파견에 대해서도 논의만 했을 뿐이다.

▲ 검찰은 외교부가 임종헌을 거쳐 법원행정처에게 불만을 전달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의 각종 정책 추진과 관련해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내려고 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일방적·주관적 억지에 불과하다. 

▲ 또한, 상고기록 접수통지서가 늦게 발송된 것은 국외송달에 따른 근본적 문제점일 뿐, 의도적 지연이 아니다. 해당 소송 기록을 잘 보면 재판 모두 송달에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국외송달이기 때문이다. "고의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겼다"고 보는 것은 무리하다.

▲ 해당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도 외교부의 요구 때문에 진행된 것이 아니다. 또한,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시점은 양승태 체제의 수뇌부가 법원을 떠난 후 진행된 것이다.

▲ 또한, 법관의 재외공관 해외 파견은 법무부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반대로,  판사 증원과 검사 증원은 함께 국회에서 통과됐던 바 있다.

▲ '강제동원 판결' 문건에는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서 실체적 판단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과 "외교부에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위법한 검토가 아니다.

▲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 검토가 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이겠는가. 이 문건은 재상고심에 영향을 줄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소장 송달 거부 이후 원고가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으로 끝내 달라"고 2회에 걸쳐 요구한 것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을 뿐이다.

ⓒKBS

▲ 아울러 검사는 심의관의 복종의무와 관련해 행정법 교과서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공무원은 당연히 행정조직의 일원으로서 상급자의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직무상 명령이 명백하게 위법한 경우에만 복종의무가 없다.

▲ 법원사무규칙에 따르면, 심의관은 독자적 책임과 권한이 있지만, 수시로 진행하는 업무와 과제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보조기관이기 때문에, 고유의 권한과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행정처는 재판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 아닌 사법행정조직이다. 임종헌은 이를 토대로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거론하면서, "위법한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성립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검찰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자세히 서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임종헌의 반박은 공판 절차에서 처음 제시된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한다"는 사실도 아울러 강조하고자 한다.

[논점 6] 임종헌의 USB 압수수색 공방

임종헌은 검찰이 2018년 7월 21일 자신의 USB를 압수수색하면서 파일을 복제한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너무 세부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는 큰 틀의 윤곽만 간단히 거론하고자 한다. 검찰은 임종헌의 이의 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당시 임종헌은 "법원 퇴직 후 자체조사에 대비해 반출한 저장정보를 외장하드에 담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법관 인사가 전부 반영된 증거물이라서 불명예 퇴직한 사람으로서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기 위해 폐기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 이어 임종헌은 "법원 특별조사단의 2018년 5월 발표 이후 '형사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외장하드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폐기했다"고 말했다.

▲ 또한, 임종헌은 "복제해 둔 USB도 없다"고 말했지만, 임종헌이 자택에서 사용한 컴퓨터를 포렌식한 결과, 임종헌의 거짓말이 확인됐다. 임종헌은 7월에도 컴퓨터에 외장하드를 연결해 문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 당시 임종헌은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읽어본 후 "저에게만 영장이 발부된 것이냐"고 말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이상 영장을 읽었다. 이후 검찰과 임종헌은 임종헌이 USB를 보관한 곳으로 이동했다.

▲ 임종헌이 준 USB는 2개였지만, 추가로 사용하는 USB를 쉽게 확인했다. 따라서 그날 검찰이 확보한 임종헌의 USB는 5개였다. 그중 1개는 사건과 관련이 없어 압수하지 않았다.

▲ 임종헌은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파일 8,635개를 복제한 후 목록을 작성해 저장했다.

ⓒKBS

이에 대한 임종헌 측의 주장은 요약하면 "영장에 명시된 압수수색 장소 외 장소에서 진행됐다"는 것이었다. 

너무 세부적인 이야기라서 구체적 서술은 생략하고자 한다. 간단히 핵심만 언급하자면, "임종헌이 검찰에 정말로 USB가 보관된 사무실을 안내했느냐"는 것에 주장의 옳고 그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임종헌은 추가로 "외장하드에는 제 판사 시절 모든 것이 담겨 있고, 범죄와 무관한 정상적 사법 활동에 대한 파일도 구분 없이 압수당했다"고 덧붙였다.

임종헌의 공소사실은 총 33개에 달한다. 하지만 임종헌은 공판 내내 광범위한 공소사실을 토대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세부적·구체적 핵심사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정다주 전 기획조정심의관·박상언 전 기획조정심의관 등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부장판사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시진국은 3월 28일에 출석할 예정이고, 정다주는 4월 2일 출석할 예정이며, 박상언은 4월 4일 출석할 예정이다.

(곧이어 계속)

- 로디프 트위터(링크 클릭) - http://twitter.com/law__deep

- 로디프 페이스북(링크 클릭) - https://www.facebook.com/로디프-217664052308935

박형준  ctzxpp@gmail.com

<저작권자 © 로디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로디프 소개취재방향로디프 기자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로디프  |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73길 23 101호  |  대표전화 : 010-5310-6228  |  등록번호 : 서울 아03821
등록일 : 2015년7월14일  |  발행일 : 2015년8월3일  |  발행인/편집인 : 박형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명원
Copyright © 2019 로디프.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