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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외교부 파견 법관 "외교부, 강제징용 소송 원고 승소에 격앙"[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⑥] "임종헌, 외교부 반응 접한 후 차관 만나기 전 보고서 작성 지시"
박형준 | 승인 2019.04.09 19:00

前 외교부 파견 법관 "외교부, 강제징용 소송 원고 승소에 격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날 공판기일 오전 일정에는 조인영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지만, 조인영은 8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후 출석하지 않았다. 

8일 공판기일에는 박찬익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현 변호사)·김종복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현 변호사)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지만, 그들 모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후 출석하지 않아, 증거 정리만 진행한 후 마무리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검찰은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한 법원행정처의 문건을 소개했다. 이 내용은 이미 임종헌의 공소장 분석을 통해 다룬 바 있기 때문에 특별히 소개할 이유는 없는 듯하다.

오후에는 정 모 전 의정부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모는 국제법 전문가로서 현직 판사 최초로 외교부에 파견돼 근무를 한 적이 있고,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던 바 있다. 박찬익도 정 모의 보고서를 기초로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문건을 다시 작성했던 바 있다.

정 모는 이날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반인권적 문제 외에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법원이 잘 몰라서 그러니 설명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며 ▲ 2013년 9월 23일에는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외교부의 입장'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정 모의 관련 증언이다.

▲ 외교부 파견 근무 당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저(정 모)는 외교부 내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TF 소속은 아니었지만, 회의에 몇 차례 참석해서 외교부의 입장은 알고 있었다.

▲ 대법원이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 승소를 선고한 것을 두고, 외교부에서는 내부적으로 격앙돼 "국제법적으로 옳지 않은 의견"이라는 성토가 있었다.

▲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반인권적 문제 외에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 외교부는 상고심 선고 이후 대법원에 "해당 판결은 부적절하고,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 당시 외교부에서는 "법원이 잘 몰라서 그러니 설명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외교관들은 대개 담당자를 만나 설명하는 업무방식을 취한다. 

▲ 그 취지에 따라, 외교부 파견 판사인 저에게 "대법원에 설명을 해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설명할 기회가 없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2013년 9월 23일,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외교부의 입장' 보고서를 작성했던 바 있다. 

▲ 당시 임종헌은 "외교부 차관을 만나는데, 강제징용 손배소 판결이 외교관계에 크게 문제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고, 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 등 외교관계상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 이후 저는 임종헌의 요구에 따라 관련 사항을 보고서로 작성해 임종헌의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줬다. 당시 임종헌은 어디에선가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것 같았다.

▲ 당시 임종헌은 외교부 차관과의 회동 일정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다만, 김규현 당시 1차관과 조태열 당시 2차관 중 누구를 만난 것인지는 알지 못하고, 만난 이유도 들어본 적이 없다.

▲ 외교부는 소송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중요한 관계자가 대법원에 설명을 하고자 했던 것은 조금 부적절한 행위다. 하지만 외교부에는 어색한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래서 저는 (조직에 따른) 문화적 차이로 판단했고, 보고서에는 "외교부의 분위기를 미리 알고 있으라"는 취지에서 "국제법 문제 등을 설명할 기회를 갖기를 조심스레 희망하고 있다"고 적었다.

▲ 외교부 파견근무를 마무리하고 대전지법으로 복귀한 2013년 9월에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에게 전달했던 적이 있다. 다만, 외교부의 입장은 확인하지 않았고, 보고서 내용을 외교부 관계자에게 알려준 적도 없다.

▲ 박찬익이 2014년 9월 작성한 강제동원 관련 보고서는 검찰 조사 때 확인했다. 제가 작성한 '외교부 입장' 문건 내용과 비슷하고, 문장이 많이 똑같았다.

▲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임종헌의 요구에 따라 분석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

▲ 당시 저는 보고서에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례 취지를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는 청구권 협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 정부를 비롯한 가해자들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임종헌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과 관련해 "국가 간에는 해결됐을지 몰라도 개인 간에는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고 ▲정부는 여러 해에 걸쳐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형사소송규칙에도 반영했으며 ▲법원행정처에서는 "대법관들이 외부사정을 판결에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임종헌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는 외교부의 입장을 무조건 반영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를 최대한 줘야 한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고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상고심을 의도적으로 지연 진행한 것이 아니라 재판연구관의 추가 연구와 전원합의체 논의 경과 등을 거쳤던 것이며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 이후에도 외교부에 제도 도입을 직접 통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檢 "언론 통해 증인 채택에 부적절한 발언한 김시철, 법정 나와야"

검찰은 이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의혹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경하게 제기했다. 검찰은 김시철에 대해 "법원행정처와 사전 논의를 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던 바 있다. 이후 검찰은 대법원에 김시철을 '사법농단 비위 법관' 명단에 포함시켜 통보했다.

김시철은 8일 재판부에 "나에 대한 증인신청은 공소장 중 기타 사실과 관련된 것이라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고, 증인신청의 필요성과 입증취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김시철이 임종헌과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구체적인 신문을 해야 하고, 독단적으로 판결문을 작성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며, "김시철은 검찰 출석에 응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없으니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종헌 측은 이날 재판 일정과 관련해 재판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현직 법관인 증인들이 연이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미뤄졌고, 이 과정에서 공판 일정이 주 2일에서 주 3일로 바뀌어 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도 쉽게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측은 서로를 향해 "어렵다"는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어쨌든 재판부는 5월 말까지의 재판 일정을 확정했지만, 현직 법관인 증인들이 정확히 출석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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