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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우병우와 전화통화…'우리 법원 너무 미워 말라'"[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⑨] 檢, 시진국에 "임종헌이 수뇌부에 문건 보고했을 것 같으냐"…'관심법' 요구
박형준 | 승인 2019.04.18 15:25

前 법원행정처 심의관 "임종헌, 우병우와 전화통화…'우리 법원 너무 미워 말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날 공판기일에는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1심의관(現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시진국이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당시 기획조정실장은 임종헌이었고, 시진국은 임종헌의 지시 하에 다수의 사법농단 의혹 문건을 작성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시진국이 당시 작성한 문건은 ▲카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관련 문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문건 ▲상고법원 설치 관련 문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조 사례 문건 등이다. 이후 시진국은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시진국은 이날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 작성한 '사법농단' 의혹 문건은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작성했고 ▲당시 법원행정처는 경직성·관료적 성격이 강해, 지시를 한 번이라도 거부하면 법관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현실적으로 지시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으며 ▲임종헌은 우병우에게 "우리 법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등 우병우와 전화통화를 자주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시진국의 관련 증언이다.

▲ 재직 중 법원행정처는 워낙 경직돼 있었고, 관료적 성격이 강해 현실적으로 지시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거부를 한 번이라도 하면 법관으로서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도 있었다.

▲ 나상훈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 수원지법 부장판사)로부터 "근무하면서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기획조정2심의관 재직 중 업무량이 많았다.

▲ 기획조정심의관은 대 국회 업무를 맡는다. 심의관은 제일 말단이었고, 의사 결정을 하는 간부의 지시에 따라, 간부를 수행하는 업무를 주로 맡는다. 국회 보고자료 등을 취합해 편집한 후 보고하는 업무도 맡는다.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에 대한 문건은 임종헌의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 당시 임종헌은 "하급심에 강제징용 사건이 여럿 있으니, 쟁점을 검토해 보라"며, 몇 건의 문건을 주면서 "취합해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 임종헌은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들을 주면서 "요약해서 보고서에 반영하라"고 지시했고,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들의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바 있다. 제가 직접 예상을 분석한 것은 아니고, 다른 자료들을 취합해 정리했다.

▲ 저는 상고법원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내 상고법원 TF에서 법안팀 소속으로 활동했다. 법안팀의 업무는 법령 재개정안 및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대응논리 마련이었다.

▲ 상고법원과 관련한 'BH 대응 전략' 문건은 다른 심의관이 작성한 자료를 보완해 최종 편집한 자료였다.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은 "청와대가 상고법원을 심하게 반대하니, 설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역시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작성했다.

▲ 당시 구성한 전략 중 하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영향력 약화를 위한 입체적 바이패스 전략이 필요하다" "우병우를 우회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을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역시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구성했다.

▲ 이병기의 최대 관심사로 한일 우호관계 복원·카토 다쓰야의 출국금지 가처분 신청·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 사건에 대한 청구기각 취지 파기환송심 등을 적은 것도 사실이다. 

▲ 위 내용은 심의관이 작성하기 어려운 내용이고, 저는 작성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1차 작성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임종헌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옮겨 적은 것으로 추정한다.

▲ 이병기에 대해서는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언론에 국가정보원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은 법률가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는 방안도 검토됐던 바 있다.

▲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해 이병기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지위나 위상 등에 비추어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적정하다"는 내용을 적었고, 이는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작성했던 것이었다. 다만, 이병기와 박병대가 실제로 만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항상 상고법원 설치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박병대·양승태에게 보고됐을 것 같다.

▲ 2015년 4월에는 양승태와 박근혜의 면담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2015년 8월로 연기됐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미루어진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 법원행정처에서는 '임종헌의 지시사항'이라는 취지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서는 청와대를 입법 추진 개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 같다. 

▲ 이에 따라, 문건에는 'BH 주도'라는 말이 들어간 것 같고, 임종헌이 청와대에 정책을 제안하려는 취지 같았다. "관련 보고서는 양승태·박병대에게도 보고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 이에 따라, 2020년을 목표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등 사법 관련 전략이 수립됐던 적이 있다. 접촉 대상은 이병기·이명재 당시 청와대 민정특보·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지목했다.

▲ 임종헌은 2015년 6월 이명재·이정현을 만났고, 이정현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당시 이정현은 "BH에 보고할 가치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임종헌은 당시 청와대의 상황을 놓고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고려했다. 저는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이를 문건에 반영했다.

▲ 우병우에 대해서는 "바이패스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정식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득 방안 중 하나는 '상고법원 판사에 대한 VIP의 인사권 보장'이었다. 이 역시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반영한 것이다.

▲ 또한, 임종헌을 통해 박병대의 메모를 전달받은 적도 있다. 박병대의 메모에는 "대법원장님의 대통령 독대 전 민정수석실과 사전접촉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 2015년 7월 27일, 박상언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은 'VIP가 사법부를 불신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박근혜를 '할매'로 지칭했다.

(※ 기자 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사적인 자리에서 박근혜를 '할매'로 지칭한 정황이 있다.)

▲ 임종헌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분석도 지시했던 바 있고, 이 분석은 보고서에 반영됐다. 또한, 정치인의 형사사건을 놓고 BH와의 접점을 모색하는 내용도 적은 바 있다. "청와대를 설득하기 위해 유도할 관심사항"을 논의하던 맥락에서 도출된 것 같다.

▲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는 임종헌으로부터 전달 받았고, "박병대가 직접 준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임종헌은 이 문건을 토대로 우병우에게 설명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2015년 11월 17일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관계자들과 회식이 있었다. 2년 간 3번 정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회식을 굉장히 많이 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자주 한 것은 아니다.

▲ 그 회식에서 들은 것은 아니지만, 임종헌이 우병우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리 법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임종헌이 우병우와 자주 통화했을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 법원행정처의 비공식 회식에는 임성근도 참석했던 바 있고, 법원행정처 소속이 아닌 판사도 많이 참석했다. 알아서 오는 경우도 많았고, 회식이 길어질수록 합류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 임종헌은 카토 다쓰야 관련 사건에 대한 설명자료 작성을 지시하면서, 참고 자료로 '서울중앙지법 주요 형사사건 현안 보고' 문건을 줬다. 이 문건은 대외비였고, 임종헌은 문건과 함께 재판의 주요사항이 적힌 메모도 줬던 것 같다.

(※ 기자 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주요 형사사건 현안 보고' 문건을 작성한 사람은 임성근"이라고 주장했다.)

▲ 저는 그 설명자료를 업무 컴퓨터 내 국회 관련 폴더에 저장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자면, 임종헌은 당시 "국회 설명 자료로써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 같다.

(※ 기자 주: 검찰은 "임종헌은 카토 다쓰야 사건 완성본을 받은 날 법무비서관실과 저녁 회식을 했다"고 강조했다.)

▲ 당시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법리를 검토했다"는 정도의 인식을 했지만, 어쨌든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을 검토한 것은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

檢, 시진국에 "임종헌이 수뇌부에 문건 보고했을 것 같으냐"…수시로 '관심법' 요구

임종헌 측은 ▲법원행정처 내 상고법원 TF에서는 상고심 제도 개선 전반을 논의했고 ▲임종헌은 문건 작성 지시를 하면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의 지시"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대체로 상고법원 입법과 관련해 정국의 전체적 상황을 담았을 뿐, 문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고 ▲사법부 관련 정책을 놓고 국회·행정부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것도 기획조정실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느 재판에서도 이따금씩 있는 일이지만, 기자로서는 검찰이 시진국에게 "임종헌이 양승태·박병대에게 보고를 했을 것 같으냐" 혹은 "보고했느냐"고 묻는 등 '관심법'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굉장히 거슬렸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기자는 대체로 "파편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한 검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관심법'을 요구해서라도 "내 주장이 옳다"는 '정신승리'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직장 상사가 휘하 직원으로부터 보고서를 전달 받고는 "윗분들께 보고할 것"이라는 말을 반드시 남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획기적인 내용의 보고서라면 몰라도, 직장상사가 모든 보고서에 대해 '윗선 보고 여부'를 꼬박꼬박 휘하 직원에게 고지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먼저 "우리는 소속 부장검사가 '이 문건은 차장·검사장에게 보고할 것'이라는 말을 반드시 하는지"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임종헌이 양승태·박병대에게 문건을 보고했느냐"는 것이 궁금하다면, 양승태·박병대를 불러 물어보길 바란다. '재판 거래'를 입증하고 싶다면, 심의관에게 '관심법'을 요구하기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행정부·대법원의 수뇌부들을 추궁하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일 듯하다. 

어느 기관이든 기획조정실은 애초부터 대관 업무를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대관 업무 자체만 트집을 잡을 경우에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관 업무' 그 이상을 입증하려면, 관심법은 그만 요구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안 그래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현 서울중앙지검의 핵심을 구성하는 '최순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환경부 5급 사무관에게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청탁한 결과, 안종범이 환경부에 압력을 넣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했겠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지적을 남긴다"는 말씀을 함께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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