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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행정처 간부 "강제징용 소송 관련 외교부 접촉, 부적절했다"[임종헌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⑪] "임종헌, 외교부에 '전원합의체 회부' 약속 안 해…행정처는 전합 개입 불가능"
박형준 | 승인 2019.04.24 14:5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3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등장인물 호칭 생략)

이날 공판기일에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민걸은 임종헌의 후임이었고, 임종헌이 외교부와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협의에 나섰을 때, 임종헌과 협의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KBS

이민걸은 심의관들이 임종헌에게 보고한 각종 문건에 대해서는 대체로  "보고 받지 않아 모른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민걸은 이날 ▲김기춘의 공관에서 행정부·사법부 수뇌부가 강제징용 소송 관련 회의를 한 정황을 안 후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은 잘못한 일·부적절한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임종헌은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를 설명했을 뿐 회부를 약속한 적이 없으며 ▲양승태도 '신중한 검토'와 '임기 중 선고 가능 여부'를 언급하는 발언만 했을 뿐 지침을 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이민걸의 관련 증언이다.

▲ 사법부는 주미·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 1명씩 법관을 파견하다가, 이명박 정부 당시 중단됐던 적이 있다. 이후 사법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6월 경 재외공관 파견과 관련해 청와대·외교부 고위층 설득을 결심했다.

▲ 임종헌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저는 사법정책실장이었다. "임종헌이 외교부와 접촉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 임종헌이 "법관 재외공관 파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구체적으로 누굴 만나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 다만, 외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국제법·외교적 문제를 법원에 설명할 기회를 갖기를 조심스럽게 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저는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다.

▲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박찬익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에 대해, 제가 임종헌에게 "외국어를 굉장히 잘한다"고 말한 적이 있기는 하다. 이후 "박찬익이 임종헌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정도의 보고를 받았다.

▲ 저는 미국의 법정조언자 제도(amicus curiae: 아미쿠스 쿠리아이)에 대한 논의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강제징용 소송의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는 논의·검토한 적은 없었다. 

▲ 2013년 11월 경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이 모여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회의를 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 사실을 알고 난 후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이유 여하를 떠나 부적절하고,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행정부의 관련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절한 후 다른 방식으로 공식 처리했어야 한다.

▲ 다만, 기획조정실장 부임 이후 임종헌과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을 만난 적이 있다. 자리의 성격을 잘 모르고 참석한 것이었다.

▲ 조태열은 당시 "외교부의 의견서 초안이 완성되면 봐 달라"고 말했고, 임종헌은 수락한 것으로 기억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은 생각을 했다. 이후 임종헌이 의견서를 읽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수정해줬는지는 알지 못한다.

▲ 2015년 10월 경에는 김인철 당시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만난 적이 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외교부 과장급 공무원도 동행했다. 당시 김인철로부터 "장관이 의견서 관련 사안을 챙기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 2016년 9월에도 임종헌과 당시 주UN대사 부임을 앞뒀던 조태열을 만났던 적이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외교부는 여론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굉장히 신중을 기하면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었다.

▲ 당시 임종헌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독촉하러 간 것 같았다. 임종헌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임기가 약 1년 남은 상황을 고려한 것 같다.

▲ 임종헌은 당시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를 설명하는 듯한 이야기를 한 것 같고,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관들이 결정할 사안이라서, 임종헌이나 법원행정처가 거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이 사건을 겪으면서 "법원행정처가 너무 오만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했고,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반성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임종헌이나 제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 양승태는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지침을 줄 위치도 아니고, 관련 지침을 줄 수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 조태열과 만나기 전, 양승태에게 보고한 적은 있다. 당시 양승태는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기는 하느냐"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양승태는 '의견서 검토'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신중을 기해야 하는 판결이라서 임기 중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겠다"고 말했다.

▲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법원행정처가 아무리 오만하더라도,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는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 다만,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사전에 만나 논의한 것은 부적절한 일인 것은 맞는다. 돌이켜 본 후 "잘못된 일이고, 부적절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KBS

임종헌 측은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등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도 기획조정실장의 정당한 업무범위에 속하고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중단시킨 곳은 이명박 재임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였으며 ▲임종헌이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한 후 UN대표부와 주 네덜란드 대사관 파견이 확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종헌은 외교부의 의견서 초안을 읽어본 것과 관련해 "외교부에서 '한 번 읽어봐 달라'고 요청해서 코멘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아 의견을 준 것"이라며, "의견서 수정 제의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의 준 답변"이라면서, "외교부의 민감한 의견은 본문에 넣지 말고, 사실관계만 넣으라.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학설과 외국 판례는 주석으로 넣으면 나을 것"이라는 정도의 발언만 했음을 강조했다.

이민걸은 현재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국회의원의 재판 심증 사전 파악해 통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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