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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故 염호석 사건에서 삼성 대리해 장례·합의 개입"
정도균 | 승인 2019.05.14 13:15
ⓒKBS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경찰이 2014년 노동조합 탄압에 반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故 염호석 씨의 장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14일 "당시 경찰 정보관의 개입은 정당한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객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 씨는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염 씨의 부친은 갑자기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등 입장을 바꿨다.

진상조사위는 6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한 후 "회사 측 의도에 따라 정보관들이 장례 형식을 바꾸도록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 김 모 경정(노정팀장)은 최 모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에 따라 5월 18일 염 씨의 부친을 만나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설득하는 데 개입했다.

김 경정은 회사 측이 염 씨의 계모 최 모 씨에게 3억 원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석했고, 회사를 대신해 합의금 6억원 중 잔금 3억 원을 직접 유족에게 전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정보관들이 삼성 측에 노조 동향 등 주요 정보를 수시로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하 모 양산서 정보보안과장과 김 모 계장은 5월 18일 유가족의 동선을 삼성 측에 알려줬고, 경남청 정보과 간부로부터 "가족장 합의를 주선해 달라"는 전화를 받아 삼성 측과 유가족의 만남을 주선했다.

같은 날 강남서 정보관은 서울의료원에 있는 노조의 동향 및 현장 상황 정보를 수 차례 삼성 측에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고, 정보관들이 삼성 측 부탁을 받아 아버지 염 씨와 친분이 있는 이 모 씨를 찾아 브로커로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의료원에 도착한 이 씨는 경찰 정보관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노조원들이 운구차를 못 나가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했다. 이에 따라, 시신을 지키던 노조원들은 강제 연행됐고, 반출된 염 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 정보관들이 회사 측 임직원들과 협력해 고인이 유서에서 밝힌 노조장을 가족장으로 변경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했다는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찾아내 삼성에 소개하고 합의 조건과 금액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친모는 철저히 장례 절차에서 배제되고 화장장에서 유골을 마지막으로 볼 기회마저도 경찰에 의해 차단됐다"며, "한 마디로 정보관들은 삼성 측의 대리인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정보관들이 삼성 편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유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윗선의 지시나 개입에 대한) 단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컨트롤타워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조사 대상자의)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위가 전직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마땅한 법적 권한이 없는 점이 한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경찰청 경비국장은 진상조사위의 조사에 응했지만, 정보국장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는 권고문을 통해 "경찰이 염 씨의 장례와 관련해 회사 측 입장을 옹호해 장례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염 씨의 모친인 김모 씨의 장례 주재권을 방해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주문했다. 아울러 "정보관이 노사관계에서의 객관 의무를 위배하고 경찰 활동이 관리·통제되지 못했다"면서 유감 표명을 권고했다.

아울러 경찰청에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집회·시위 등과 관련해 정보경찰의 정보 내용을 분석하고 활동내용을 평가·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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