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舊 샤브샤브뉴스
<호텔스닷컴> 광고, 일베·메갈리아의 절묘한 조우일베의 여성 혐오와 메갈리아의 남성 혐오를 15초에 담다
박형준 | 승인 2015.10.15 06:00

# 장면 1. 남자친구 내팽겨치고 근육질 남성에 행복해하는 여자

<호텔스닷컴> 광고의 일부분
<호텔스닷컴> 광고의 일부분

여자가 휴가를 얻었다고 하니, 남자친구가 들뜬다. 유럽·미국·동남아시아 등 여행을 권한다. 하지만 여자는 "비쌀 것 같다"며 내키지 않아 한다. 그러자 남자는 어딘가 맛이 간 얼굴로 "호텔은 오빠가 쏜다"며, 호텔스닷컴 모바일 홈피가 띄워진 휴대전화를 내민다.

하지만, 이게 웬걸. 여자는 홀로 여행을 가서 탄탄한 몸매를 가진 남성들이 일광욕을 하는 틈에서 행복해하며 "여기 진짜 좋다"고 화상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비참한 표정을 하며 집에서 괴로워한다.

# 장면 2.  남성의 용변을 방해하는 중년 여성 청소원

<호텔스닷컴> 광고의 일부분

남성 2명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가족여행 이야기를 한다. 왼쪽 남성이 "가족여행 간다며?"라고 묻자, 오른쪽 남성은 "대충 가려고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중년 여성 청소원이 끼어들며 호텔스닷컴을 추천한다. 청소원은 남성들이 용변을 보고 있음에도 마대자루로 바닥을 마구 문지르며 용변을 방해한다. 

<호텔스닷컴> 여름여행 편, 일베와 메갈리아를 15초에 모두 담다

일베의 여성 혐오 행각에 대한 나무위키 링크

메갈리아의 남성 혐오 행각에 대한 나무위키 링크

자국 이성 혐오에 대한 나무위키 링크

일베와 메갈리아의 전쟁이 극심하다. 물론 이들이 한국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를 대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일베는 '씹치녀' 토벌에 바쁘고, 메갈리아는 이에 대응한다며 '씹치남'을 응징하고 보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전쟁은 결론이 없다. 끝 없는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일부 진보 언론들은 일베와 맞설 온라인 전진 기지로서의 메갈리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인지 메갈리아를 극찬한다. 남성 우월주의에 맞설 지하드 전사들 정도로 격상돼 있다.

<호텔스닷컴>의 여름여행 특집 광고는 정확하게 일베 코드이다. 일베가 한국 여성들을 규탄하는 주된 논조는 "한국 남성을 끝없이 이용하며 얌체 행각을 한다"거나 "서양 백인 남성들과 문란하게 논다"는 것이다. 메갈리아에서는 '여혐혐'이라는 명분으로 한국 남성들 중 극단적 사례를 끌고 와 서양 백인 남성들에 호의적인 경향이 있는 코드도 정반대 형식으로 담았다. 인터넷 상에서 흔히 있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그런가 하면, 메갈리아의 코드도 다른 방식으로 일정 부분 담았다. 여자친구가 휴가를 얻었다고 말하자 남자친구는 겉으로는 여행코스를 언급하지만 실상은 '호텔'에 가장 들뜬 반응을 보였다. 메갈리아는 한국 남성들을 성욕에 굶주린 짐승 정도로 묘사하면서 그 응징이라며 남성의 성기를 절단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베가 한국 여성을 혐오하는 경향과 메갈리아가 한국 남성을 혐오하는 경향을 15초의 짧은 시간에 기술적으로 담은 광고라고 할 만하다.

<호텔스닷컴> 가족여행 편, 남성 성희롱과 여성의 짐승화

사실 일부 남성들은 남자화장실을 중년 여성 청소원들이 드나드는 것을 내심 불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깐의 불편에 불과하다고 여기는데다가 속이 좁아 보인다는 인상을 줄까봐 침묵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광고 속 여성 청소원은 용변을 보는 남성을 극단적으로 방해한다. 저러면 소변이 바지에 묻을 위험이 매우 크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인간의 배설은 기본적 생리현상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순간이다. 남녀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용변을 보는 순간을 광고 속 설정으로 저렇게 내보내야 할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배설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불결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광고는 중년 여성 청소원도 불결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로 모욕한 것이다.

이 광고는 남성의 성을 희롱했다. 그런가 하면 중년 여성을 부끄러움과 청결함을 모르는 짐승과 유사한 존재로 묘사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역시 15초 내외의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함부로 대한 것이다. 

광고의 윤리, 왜 사회 현상을 악용할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베와 메갈리아가 각각 한국 남성과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존재들인지는 의문이 간다. 익명성과 게시글의 범람으로 수가 많아 보일 뿐 숫자조차 파악할 수 없고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쉽게 말해, 한국 사회는 남성 우월주의의 붕괴와 여성주의의 부각, 그리고 양성 평등을 향한 논쟁 등이 이어지는 과도기에 있다. 일베와 메갈리아는 과도기의 혼란을 틈타 무의미하고 무익한 혐오를 유발할 뿐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진지한 존재들이 아니다.

광고는 불특정다수가 본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상식과 윤리를 지켜야 할 이유이다. 일베의 여성 혐오 코드와 '여혐혐'을 명분으로 내세운 메갈리아의 남성 혐오 코드를 광고에서까지 봐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호텔스닷컴>은 이에 답해야 한다.

박형준  ctzxpp@gmail.com

<저작권자 © 로디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로디프 소개취재방향로디프 기자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로디프  |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73길 23 101호  |  대표전화 : 010-5310-6228  |  등록번호 : 서울 아03821
등록일 : 2015년7월14일  |  발행일 : 2015년8월3일  |  발행인/편집인 : 박형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명원
Copyright © 2021 로디프.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