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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주차차량에 사고낸 후 전화번호만 남기면 사고후 미조치"
정도균 | 승인 2019.11.11 17:50
ⓒKBS

대법원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운전자가 사고에 따른 교통방해가 생기지 않게 조치하지 않은 채 본인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만 두고 현장을 떠났다면 '사고후 미조치'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1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 미조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이 모(53)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8년 2월 10일 0시 경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도로변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후 제대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본인 차 유리창에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종이 만을 올려뒀을 뿐, 좁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본인 차를 방치한 채 사라졌다.

이후 "도로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종이에 적힌 이 씨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견인차가 와서 사고 차량을 치웠다.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그는 오전 4시 50분 경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횡설수설하면서 음주측정도 거부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 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차량 등 물건을 손괴한 경우 즉시 정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치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주·정차된 차를 친 후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는 별도 조항으로 20 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1심은 "화물차를 쳐서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가 들이받은 화물차가 주차된 차량이었기 때문에 '주·정차 차량에 손해를 끼친 뒤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는 인정했다.

이어 대법원은 "사고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에 잘못이 있다"면서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해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됐다면, 사고 현장을 떠나면서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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