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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건물 철거할 정도 아니라면, 가게 권리금 회수 보장해줘야"
서명원 | 승인 2020.09.14 16:40
서울법원종합청사 ⓒMBC

법원이 "건물을 철거하는 수준의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건물주가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은 지 36년 된 노후 상가의 운영자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새 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한 것은 권리금 회수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정재오 박성윤 이의영)는 미용실 업주 A씨와 부동산 임대법인 B사 사이에 벌어진 건물명도 및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A씨는 2010년부터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상가건물에서 미용실을 운영했지만, 2015년 이 건물을 인수한 B사가 2017년 "A씨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그러자 A씨는 B사의 영업장 인도 요구를 거절했고, 계속 그 자리에서 미용실 영업을 했다.

제1심·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규정에 비춰볼 때, A씨의 인도 거절은 잘못됐다"며, "A씨는 B사에게 영업장을 돌려주고, 그동안 이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부당하게 얻은 이익 8,2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반면, "A씨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B사가 부당하게 가로막았느냐"는 논점에 대해서는 제1심·항소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A씨는 B사에 "자신의 가게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대신 2억 8천만 원의 권리금을 받기로 했다"며, "새로 임대차계약을 맺어 달라"고 요구했던 바 있다.

반면, B사는 "1981년 준공된 이 상가 건물의 노후화가 심해 대수선 공사 혹은 리모델링을 위해 새 임차인을 받지 않을 계획이니, A씨에게 공간을 그냥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물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예외로 둔다.

제1심은 "이 건물에서 2016년 2회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고, 누수로 인한 방수공사에 나서는 등 건물의 노후화가 심하다"면서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건축법상 규정된 '대수선'이나 '리모델링'의 정의를 보면, 이것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건물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물 뒤편에 전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여기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는 것이나, 기와지붕이 깨지거나 떨어져 나가 있다는 것은 원고가 건물의 유지·보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지·보수·관리를 제대로 해도 건물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해야만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할 만한 우려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벽의 균열이나 그로 인한 누수 등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방수공사만으로 차단할 수 없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사가 "실질적 경영자의 친누나에게는 이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도록 허용했다"며, "권리금을 받지 못한 A씨에게 B사가 1억 9,8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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