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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물 안 받고, '본인 명의'로 제3자에 전달됐다면 뇌물"
서명원 | 승인 2020.10.12 17:50
ⓒKBS

대법원이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에게 본인 이름으로 선물을 보내도록 허락했다면, 직접 금품을 받지 않아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2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청 공무원 A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경기도청 수산과장이었던 A씨는 2013년 11월 당시 김포 어촌계장 B씨로부터 "선물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주겠다"라는 말을 듣고, B씨에게 명단을 보냈다.

명단을 받은 B씨는 명단에 기재된 329명에게 개당 7,700원 상당 새우젓을 A씨의 이름으로 발송했다.

B씨는 "새우젓 홍보에 유리할 것 같아서 공무원인 A씨 이름으로 발송한 것일 뿐,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제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새우젓 발송 사실을 알았고, 어로행위 단속 등 김포 어촌계와 밀접한 업무를 담당했다"며, "B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에게는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고, B씨는 횡령 등 혐의까지 인정돼 징역 1년 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항소심은 "새우젓 발송으로 인해, A씨가 얻은 이익이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이들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A씨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증명돼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A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는 '제3자 뇌물제공죄'도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금품이 직접 오가지 않아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를 인용하면서, 뇌물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배송만 대신해줬을 뿐, A씨가 새우젓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두 사람 사이에 새우젓 제공에 대해 의사가 일치했고, 발송방식 등에도 서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우젓을 받은 사람은 보낸 사람을 B씨가 아닌 A씨로 인식했다"며, "A씨는 B씨가 출연한 새우젓을 취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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