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직원이 회사 수익금을 빼돌려서 법인세를 덜 납부했다면, 납세자의 부정한 행위에 부과하는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는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8일 "A사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사 직원 2명은 2000년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 A사의 수익금 20억 원 상당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고, 형사 처벌을 받았다. 당시 이들은 비용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리면서 회사의 수익이 회계상 덜 집계됐고, 결국 법인세도 일부 소득이 누락된 채 신고·납부가 이뤄졌다.

그러자 세무서는 "A사가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신고했다"고 판단하고, A사에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를 부과했다. 뿐만 아니라, "A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했다"면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부과체적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서 법인세를 추징했다.

반면, A사는 "사기 피해로 소득이 누락된 것일뿐 고의성은 없었다"면서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와 연장된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한 법인세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항소심은 "A사 직원의 범행도 대외적으로 A사의 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A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서 "일반 과소신고 가산세에 더해 징벌적인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10년의 부과 제척기간을 적용해 법인세를 추징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기 행위에 부과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방해를 받은 과세당국의 부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A사 직원의 범행 때문에 세무당국의 과세가 어려워진 사실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하지만 이기택·김재형·박정화·안철상·노정희 대법관은 "법 취지상 장기 부과제척기간과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에 대한 해석은 통일해야 한다"며,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 부과와 부과 제척기간 연장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명원  s3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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