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과세당국이 토지 현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재산세를 잘못 부과했다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시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한화는 2013년 제주시 애월읍 소재 목장 용지에 축사를 짓고 말을 사육했다. 그러자 제주시는 별도의 조사 없이 이 토지를 종합합산·별도합산 과세대상으로 판단해서 2014∼2018년 한화 측에 귀속재산세와 지방교육세 7천여만 원를 부과했고, 영등포세무서도 같은 명목으로 3억여 원을 징수했다.

반면, 한화 측은 "해당 토지는 2013년부터 실제 목장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분리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며, "제주시가 이를 합산과세 대상으로 분류해서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리과세 대상 토지는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 부과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등포세무서가 세금을 거뒀기 때문에 처분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1심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세금 항목을 잘못 분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하자가 중대하다고 해도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세무당국의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과세 관청은 토지가 목장 용지로 돼있고, 실제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귀속연도에 토지 현황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전 귀속연도의 과세자료에만 의존해서 종합합산 및 별도합산 과세대상 토지로 과세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과세 대상·절차에 본질적인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제주시가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를 부과하기 전 법령에 따라 현황을 조사했다면 해당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에 해당함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산세 부과 과정에서 모든 토지 현황을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토지 사용 현황이 변경되면 납세자가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법령상 신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과세 관청이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하자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서명원  s3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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