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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강력범 신상공개할 때, 방어권도 보장해야"
정도균 | 승인 2021.05.27 16:40

국가인권위원회가 흉악범죄를 저질러 신상공개 처분을 받았던 김다운(36) 씨의 진정을 일부 인용하면서 "신상을 공개할 때에는 적절한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7일 "경찰청장에게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강력범죄 피의자에게 의견진술과 자료제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해서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규정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경찰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에는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경찰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5) 씨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김 씨를 2019년 3월 17일 검거했고, 3월 25일에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김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러자 김 씨는 2019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신상공개 전후 과정에서 어떠한 통지도 받지 못했고, 의견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없어서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특강법이나 경찰청 훈령 등 관련 법령에 의견진술·자료제출 기회를 주거나 결정 내용을 통지해 줄 절차는 규정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범죄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서 신상공개를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신상공개 제도는 대상자의 사회적 평가 저하에 따른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수반한다"며,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돼야 하고, 이러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 처분은 위법·부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신상 공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고, 신상이 한번 공개되면 피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며, "당사자로서는 신상공개의 실익을 실체적으로 다퉈보기 위해 의견진술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경찰청 내부에서 구체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신상공개 대상자의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씨는 "경찰이 강압수사를 행하고, 의료조치에 소홀했다"는 진정도 했지만, 인권위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기각했다.

김 씨는 2019년 2월 25일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 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현금 5억 원과 고급 외제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고, 2월 제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정도균  tairi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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