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영화
<그놈이다> 일베 비난 위해 영화의 완성도를 버리다[리뷰] 장르 교배, 과욕은 제로섬 게임
박형준 | 승인 2015.10.30 06:00

장르 교배가 어려운 이유

영화 <그놈이다>, 상상필름㈜ 제작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물리적 제한도 있지만, 정신적 여유와 집중력 등 개개인의 차이도 있다.

영화 <그놈이다>는 한 편의 영화에 2개의 장르를 동시에 구현하려 했다. 밑바탕은 스릴러이지만, 미스터리 호러의 장르적 요소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름 하여 '장르 교배'라고 한다. 한 번에 한 장르만 표방해도 그걸 제대로 묘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110분 내외의 시간에 2가지를 동시에 챙기려 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 호러는 언뜻 보면 비슷해보이지만, 요소가 다르다. 스릴러는 사람의 긴장감을 자극하지만, 미스터리 호러는 공포심을 자극해야 한다.

긴장감 자극을 위해서는 사람에게 현실성을 부여해야 하지만, 공포심은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개 공포심 자극을 위해 귀신이나 좀비 등 비현실적 요소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미장센이나 음향 등 기술적 요소도 필요하다.

정리하면, 긴장감과 공포심을 동시에 자극해야 성공적 장르 교배인 셈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기도 해야 한다. 같은 듯 다른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과욕은 제로섬 게임

영화 <그놈이다>는 하나 뿐인 여동생 은지(류혜영 분)을 죽인 사람을 쫓는 오빠 장우(주원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빠는 동생의 천도재에서 넋건지기굿을 하다가 그릇이 흘러간 곳에 한 남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뒤쫓지만 실패하고 만다.

영화 <그놈이다>의 한 장면, 상상필름㈜ 제작

동네에서 미친 여자 취급을 받는 시은(이유영 분)은 타인의 죽음을 볼 수 있는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 장우와 시은은 함께 은지의 죽음을 뒤쫓다가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동네 약사(유해진 분)가 범인이라고 믿는다. 대인관계가 좋지 않던 장우와 미친 여자 취급 받는 시은의 이야기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자 이 둘은 무작정 약사를 쫓는다.

장르 교배를 위해 스릴러와 호러의 전형적 설정들이 두루 등장한다. 무속의 요소가 살짝 가미됐으며, "주변 캐릭터들이 아무도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호러의 뻔한 설정이 추가됐다. '하나 뿐인 가족'이라거나 '대인관계가 안좋다'는 요소와 무능하고 믿어주지 않는 경찰은 주인공이 활약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할 스릴러의 전형적 요소들이다.

문제는 연결고리이다. 연결고리는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넋건저기굿의 그릇이 한 남자를 향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용의자가 만났다는 것은 미스터리 호러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어이없게도 그 남자는 주인공이 자신을 주시하자 도망치기까지 한다. 

현실이었다면, 아마도 장우는 용의자 추적이고 뭐고 그 남자와 서로 멱살 드잡이를 하다가 치안센터에 갈 것이다. 치안센터에서 "넋건지기 굿 도중 그릇이 흘러갔으니 살인범"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다가 "술 드셨느냐"는 핀잔을 들을 것이다. 천도재를 주재하는 친족임을 감안해 훈방 처리되는 훈훈하고 시시하게 마무리되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멱살 잡힌 사람이 굳이 고소한다면 폭행죄로 약식기소될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화 <그놈이다>의 한 장면, 상상필름㈜ 제작

"타인의 죽음을 본다"는 시은의 예지력도 줄거리 전개상 반드시 등장해야 할 이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넋 건지기굿의 그릇이 흘러갔다는 이유로 용의자로 점찍을 정도의 예지력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타인의 죽음을 보는 예지력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시은은 초반부 범상치 않은 등장에 비하면, 등장해야 할 이유가 딱히 크지 않다는 점을 느낄 것이다.

범인을 초반부에 지나치게 일찍 공개했다. 그런가 하면 무속의 요소도 넋건지기 굿에서의 용의자 단서 제공과 시각적 충격 외에는 마찬가지로 등장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장르 교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감독은 '여혐'하는 일베를 비난하고 싶었나

후반부에 이르러 등장하는 컨셉트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걸작 <싸이코>(1960)의 중요 설정이다. 이것이 영화의 줄거리를 관통한다. 

이는 곧 '여성 혐오'와 연결된다. 여성 혐오의 상징은 일베(일간베스트)이다. 감독은 일베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성 혐오는 부정적 사회 현상이니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비난의 소재이다. 하지만 굳이 어울리지 않는 장르 교배를 했어야 했는지 의아하다.

영화 <그놈이다>의 한 장면, 상상필름㈜ 제작

일베를 비난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악역의 설정을 180도 바르게 바꿔 미스터리 요소를 배제하고 현실고발로 나아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일베 유저들은 '패륜'과 '이중인격'을 상징한다. 이런 요소들이 악역의 설정과도 연결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하는 데에 실패함으로써 모든 것을 놓치는 결과로 나아갔다. 미스터리도 아니었고, 스릴러도 아니었다. 현실 고발도 아니었다. 

이와 아쉬움들은 주연들의 연기에도 족쇄가 된다. 주원은 분노를 폭발시키려 했지만, 경찰이 아닌 영화의 흐름이 그 분노 폭발을 막았다. 유해진의 연기도 그 이중성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영화의 흐름이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했다. 감독이 과욕을 부리면 정해진 시간에 모든 것을 풀어놔야 하는 영화가 살지 못한다. <그놈이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준다.

박형준  ctzxpp@gmail.com

<저작권자 © 로디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로디프 소개취재방향로디프 기자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로디프  |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73길 23 101호  |  대표전화 : 010-5310-6228  |  등록번호 : 서울 아03821
등록일 : 2015년7월14일  |  발행일 : 2015년8월3일  |  발행인/편집인 : 박형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명원
Copyright © 2020 로디프.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