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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악령과 트라우마는 하나다[리뷰] 장엄구마 의식과 함께 하는 마음 속 심연 들여다보기
박형준 | 승인 2015.11.06 06:00

장엄구마(Magnus exorcismus)란 무엇인가

 교회법 제1172조

 ① 교구 직권자로부터 특별한 명시적 허가를 얻지 아니하는 한 아무도 마귀 들린 자에게 합법적으로 구마식을 행할 수 없다. 

 ② 교구 직권자는 신심과 학식과 현명과 생활이 완벽한 탁덕에게만 이 허가를 주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퇴마 의식이다. 교회법 제1172조에서 말하는 '교구 직권자'란, 해당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를 말한다. 가톨릭에서는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의 허가를 얻어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의식을 진행할 집전자도 주교가 지정한다. 

전통 무속에서도, 거짓을 꾸며내는 것이 아닌 한 퇴마는 상당한 명성과 경험을 요하듯이, 가톨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직관력과 엄청난 인내심, 그리고 체력 등을 요한다. 따라서 의식에 관한 능력이 검증된 사제들에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설령 사제라고 할지라도 전담 사제로 임명되지 않는 한 함부로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현대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장엄구마는 허가가 쉽지 않은게 요즘 현실이라고 한다. 의학적 치료로써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만 진행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의학도 무시되지 않아서 장엄구마를 집전하는 사제는 의사와 상의하거나 주치의가 참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4년 6월, 로마 교황청은 국제퇴마사협회를 공인했다. 해당 협회는 1990년에 만들어져 현재 30개국에서 250여 명의 사제가 가입돼 있다고 한다. 당연히 비밀조직이고, 운영도 비공개로 한다. 이 협회에서는 일부 한국인 사제들도 교육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즉위 후 구마사제를 양성하라는 훈령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장엄구마의 이야기는,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다 재미있게 보기 위한 기초 지식이다.

검은 사제들, 서울 한복판에서 장엄구마를 집전하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한국인 사제들이 진행하는 장엄구마를 맡았다. 작중 집전을 주도하는 김신부(김윤석 분)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것은, 국제퇴마사협회가 비공개 운영되는 것에 따른 설정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보조자로 선택된 사람은 가톨릭대에서 성신교정을 밟고 있는 최부제(강동원 분)이다.

작중 그들이 장엄구마를 집전해야 할 소녀(박소담 분)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자살 미수 등 각종 돌발 행동이 이어지며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김신부는 끊임없이 소녀와 대화하며 장엄구마 의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끔찍한 상황이 이어지는 의식 속에서 김신부는 독단적으로 돌출 행동을 이어간다. 따라서 교구의 원로들은 장엄구마 의식 진행을 반대한다. 그런 가운데 최부제를 파견하면서도 모종의 지시를 내린다.

서울은 1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양이 있다면 음도 있다. 영화는 우리가 뻔히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드는 서울 시내 구석구석에서 음습한 공간을 만들어내 분위기를 유도한다. 김신부는 밝은 곳을 지향하되, 아무도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악령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사실 <검은 사제들>의 전반적 내용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5)와 유사하다. 평범한 소녀에게 악령이 스며들어 각종 발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 그런 가운데 신부가 장엄구마 의식을 진행한다는 것이 공통의 대강의 줄거리이다.

다만, <검은 사제들>은 지금껏 할리우드 영화 소재로만 유명했던 장엄구마를 한국식으로 소화하려 노력했다. 가톨릭대학교에서 신부들을 양성하는 성신교정도 아주 살짝 등장해 호기심을 유발하는가 하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변 풍경을 우리가 늘 보고 겪는 서울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장미십자회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고, 신부들의 인간적 모습들도 군데군데 엿보임으로써 현실감과 신비감을 동시에 잡으려 애썼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한 장면, 제작 - (주)영화사 집

심연은 들여다봐야 한다

<검은 사제들>은 장엄구마 의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일명 트라우마)를 교차시킨다. PTSD는 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은 후 심리적 불안감을 겪는 등 정신적 후유증의 총체이다.

고통을 받으면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묻어두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통상 선택하는 것은 도망가는 것이다. 하지만 도망을 가서 다른 삶을 살더라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속 심연에 자리잡고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히는 것일 뿐이다. 잊었다고 그저 착시했을 뿐이다.

악령이 실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 속 고통이 육체적 고통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다. 장엄구마는 그 고통을 해소하는 의식이다. 그리하여 PTSD에 시달리던 최부제는 장엄구마 의식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심연에 자리잡은 고통도 동시에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악령이 몸 속에 숨어들은 것과 심연에 숨은 PTSD는 결국 궤를 함께 하는 고통이다.

성직자란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타인의 고통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도 고통스럽다. 따라서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거나, 혹은 더불어 할 수 있어야 타인도 돌아볼 수 있다. 최부제는 인생일대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한 장면, 제작 - (주)영화사 집

사람은 고통을 회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회피는 해결책이 아니다. 정면으로 응시하며 맞서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바로 그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 쉽지 않은 것을 늘상 살아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왜 악령인가? 왜 고통인가? 그것은 우리의 삶의 은유이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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