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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융의 '그림자'와 '페르소나'로 보는 <내부자들>[리뷰] 거래도 욕구의 합이 맞아야 한다
박형준 | 승인 2015.11.20 06:00

권력의 '그림자'는 왜 미쳐 날뛸까

영화 <내부자들>, 제작 -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영화 <내부자들>의 동명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작품답게 온갖 나쁜 놈들이 마구 날뛴다. <이끼> <파인> 등 우리 내면의 악(惡)을 꺼내든 작품들이 윤태호 작가의 주된 특징이다.

<미생>은 등장인물들은 평범했지만, 그들을 둘러싼 '조직'이 악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이라는 악한 환경에서 미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진 것이다. 

정치와 돈과 폭력, 그리고 언론은 권력 체계를 움직이는 네 바퀴이다. 힘을 갈구하며, 또는 힘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능과 소유욕이다.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 내면의 그림자가 의식을 무너뜨리고 마음껏 날뛸 수 있게 하는 원흉이다.

의식이라는 통제장치가 사라진 그림자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평소에는 페르소나(가면)를 뒤집어쓰지만, 그들만의 은밀한 세계가 펼쳐지는 밤이 되면 페르소나는 가차없이 벗겨치운다.

그래서 힘을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마구 표출되는 그림자의 총체라서 한편으로 아주 솔직하다. 식탐과 소유욕, 성욕 등 인간의 솔직한 본능들을 꺼리낌없이 드러내며 무한대로 즐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림자가 있다. 약자에게도 욕구는 있다. 

하지만 자신들은 힘이 약해서 무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그들의 그림자는 짓눌린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갈구하는 그림자가 있다는 자체도 숨기고 싶어한다. 힘이 약해서 드러낼 수 없는 처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의식은 그래서 발동한다. 그 의식을 이성이라고 해도 좋고, 도덕이라고 해도 좋다.

거래도 욕구의 합이 맞아야 한다

폭력조직 두목 안상구(이병헌 분)은 권력의 뒷처리를 해줬지만, 더 큰 그림자가 발동해서 더 많은 것을 챙기려고 비자금 파일을 '꼬불쳤다가' 손이 잘린 폐인이 된다. 한편, 경찰 출신이라서 '빽'도 없고 족보도 없어 승진을 물 먹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은 안상구 때문에 수사 종결과 좌천이라는 쓴맛을 본다.

모두가 악인인 이 영화에서 이들은 그나마 선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냥 선하지만은 않다. 이들 또한 그림자가 발동한 것이다. 복수를 원하고, 승진을 원한다. 인간 내면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들이 '합(合)'이 맞아 그들은 그렇게 뭉친다. 

영화 <내부자들>, 제작 -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이 조합은 <이끼>의 류해국과 박민욱 검사의 '합'과 매우 유사하다. 안상구 때문에 우장훈이 물을 먹었듯이, 박민욱 검사도 류해국 때문에 물을 먹고 지방으로 좌천된 바 있다. 하지만 류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에 담긴 진실을 파헤쳐야 했으며, 박민욱도 다시 검사임을 입증하고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어제의 적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다른 욕구가 어우러지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 '합'이 거대하게 어우러졌던 작품은 <파인>이었다.

영화 <내부자들>은 그림자를 아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돈과 권력을 둔 그들의 거래, 그들이 페르소나를 집어던지고 서로가 '친구'임을 확인하는 상습적 섹스 파티, 직설적인 폭력 등 인간 내면의 추한 그림자가 이어진다.

관객 모두가 그림자를 알고 있다. 하지만 불편할 것이다. 약자인 그들을 짓누르는 '도덕'이라는 이름의 의식이 발동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그것을 갈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림자를 짓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불편한 일은 없다.

거래와 거래가 이어진다. 하지만 삶은 거래의 연속이다. 그들이 모든 것을 거머쥐었던 이유도 거래였고, 그들 중 일부가 무너졌던 것도 거래 때문이었다. 그리고 복수의 합이 맞았던 것도 거래였다. 그렇다. 삶은 흥정이자 거래이다. 다만, 어떤 페르소나로 그것을 보기 좋게 포장하느냐의 문제만이 남을 뿐이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했기에 흥미로웠던 원작 만화

원작 만화는 <한겨레신문> 온라인판에 연재됐다. 2010년에 연재를 시작해 2012년 73회를 끝으로 연재가 중단된 상황이다. 

원작 만화나 영화를 보면, <한겨레신문>에 연재됐던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내부자들>이 조준하는 대상은 재벌과 보수 정치인, 그리고 보수신문의 거물급 언론인, 또한 검찰과 정치깡패이다. 모두가 <한겨레신문>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대상이다.

영화 <내부자들>, 제작 -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흥미로운 것은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없다는 점이다. 보수 세력의 그림자는 더이상 그림자가 아니라 시종일관 현장 중계되는 국민적 상식이다. 과연 진보적 이념과 그림자는 어떻게 어우러질지도 문득 궁금해질지도 모르는 대목이다.

물론, 힘을 가진 자들만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등 이념을 떠나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 그림자는 언제나 욕망을 갈구하기에 대한민국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페르소나와 그림자는 내일도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이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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