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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영화는 걸작, 하지만 평론가들의 찬양은 경계해야[리뷰] 스티브 맥퀸 감독은 왜 거장인가, 강인한 신념과 생명 존중의 조화
박형준 | 승인 2016.03.18 06:00

왜 단식투쟁을 해야 했나

영화 <헝거>, 수입·배급=오드(AUD)

아일랜드 섬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북단에는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있고, 남단에는 아일랜드 공화국이 있다.

IRA(아일랜드 공화국군)는 영국으로부터 아일랜드 전체의 완전한 독립을 꿈꾸는 무장단체이다.

여기에는 가톨릭과 성공회·프로테스탄트 등 종교적 분쟁도 개입돼 있어 매우 복잡한 문제로 작용한다.

IRA는 1960년대 후반 북아일랜드 분쟁을 겪으면서 무장 투쟁을 강도높게 주장한 세력이 주도권을 잡는다.

이에 따라 영국은 1972년 특수부대를 동원해 비무장 시위대에게 발포해 13명의 민간인을 죽인 사건을 일으켰고, IRA는 1979년 영국 왕족 루이스 마운트배튼 백작에게 폭탄 테러를 가해 살해하는 등 테러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격렬한 활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국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영화 <헝거>는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하고 있던 1981년을 배경으로, IRA의 핵심 인물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 분)'가 교도소에 입감하면서 진행했던 단식투쟁을 묘사했다. 

중요한 것은 왜 단식투쟁이냐는 것이다. 단식투쟁은 억압된 약자가 강자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지막 극한 수단이다. 

입감된 IRA 조직원들이 영국 정부에 요구했던 것은 '정치범'임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는 그들에 대해 "테러범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진행했던 것은 불복종 투쟁이었다. 죄수복을 거부했으며, 일체 씻지 않으며 배설물을 벽에 마구 바르는 '불결 투쟁'을 진행했다. 그럴 때마다 영국 정부는 가혹한 진압으로 대응했다. 보비 샌즈는 그리하여 '단식투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헝거> 적나라한 사실 묘사로 극한투쟁을 묘사하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몸을 중요하게 묘사한다. <헝거>는 한국에서 2016년에 개봉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헝거>는 그의 데뷔작이다. <헝거>는 그의 작품 세계가 최초로 드러난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 <헝거>의 한 장면, 수입·배급=오드(AUD)

<헝거>에서는 단식 투쟁을 하는 바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 분)의 말라가는 몸을 주목한다. <셰임>에서는 욕망에 찌들은 육체를, <노예 12년>에서는 가혹한 육체적 학대를 바라본다. 몸의 정치성을 주목한다.

감옥은 미셸 푸코가 주목했던 공간이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따르면, 감옥은 정신 개조를 위한 공간이다. 여기서의 '정신 개조'는 권력에 유익할 수 있게끔 감시 원리에 순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에 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정치범의 대우를 요구했고, 이 요구가 통하지 않자 '불결 투쟁'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가혹한 폭력으로 응대해 전근대적인 대처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수단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단식투쟁이다.

<헝거>가 묘사하는 IRA 조직원들의 투쟁은 매우 적나라하다. 남성들의 나체가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며, 온갖 배설물을 바닥에 그대로 흘러내보내거나 벽에 바르는 처절한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씻지 않은 육체에 대한 묘사는 그 냄새가 관객에게도 그대로 상상될 지경이다. 씻는 것도 결국 순응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처하는 교도관들의 무미건조한 대처 또한 인상적이다. 권력이 휘두르는 갖가지 도구들은 감정이 없다. 교도관들도 인간인 이상 다양한 감정을 가질 만도 하지만, <헝거>의 교도관들은 철저하게 무감각하다. 고도로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도관이 인간임을 잊지 않은 순간 순간의 장면들도 있다. 폭력을 가하던 교도관은 스스로도 눈물을 흘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 <헝거>의 한 장면, 수입·배급=오드(AUD)

<헝거>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대체로 정적인 편이다. 온갖 극한투쟁이 이어지지만, 바비 샌즈와 그를 면회하러 온 도미니크 모란 신부(리암 커닝엄 분)의 대화는 장장 16분 가까이 카메라가 고정된 가운데에 심도있게 이루어진다. 목숨까지 내던진 극한투쟁은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미있는 논점이 추출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진보 성향 평론가들의 극찬 속 짚어내야 할 위험함

진보 성향 영화평론가들은 <헝거>를 극찬했다. 광주 5·18 민주화 투쟁과 관련돼 숨진 故 박관현 열사를 거론하는 평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진보는 '정치적 죽음'을 선호하며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헝거>에서 바비 샌즈와 모란 신부의 대화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감옥에 갇힌 영어의 몸으로서 극한투쟁을 선택한 바비 샌즈도 이해할 수 있지만, 목숨을 내던지는 극한투쟁의 위험성과 그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란 신부의 신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논쟁은 그래서 품위있게 전개된다.

우리 역사에서도 진보는 시위, 그에 따른 '누군가의 죽음'을 거쳐 정치적 성장을 이룬 경우가 많았다. 어떤 정치 시스템에서라도 혁명의 과실은 소수가 독점하는 방식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 진보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짚어야 한다.

영화 <헝거>의 한 장면, 수입·배급=오드(AUD)

따라서 스티브 맥퀸 감독이 왜 두 사람의 논쟁을 비중있게 다루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정치적 신념과 인간의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적 죽음'은 신념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숭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우려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독점, 그리고 독점을 감추기 위한 미화이자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다. 혁명을 토대로 권력을 잡은 자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숭고함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일반화하는 사례를 우려해야 한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균형 감각까지도 제대로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비 샌즈의 강인한 의지를 주목하면서도, 극한투쟁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까지 동시에 짚어낸 명장면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치적 죽음'은 숭고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힘을 가진 제3자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정치적 죽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사용한다면 이것은 또다른 폭력이 된다. 

데뷔작에서 이미 거장이 된 스티브 맥퀸 감독

스티브 맥퀸 감독은 비디오 아트를 거쳐 <헝거>로 영화감독에 입봉했다. <헝거>는 2008년작이며,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 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데뷔를 할 수 있게끔 한 작품이다.

<헝거> <셰임> <노예 12년> 등 그의 작품은 모두 강한 어조의 메시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되,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는 그의 사고관이다. 거장이 될 준비를 충분하게 갖춘 것이다.

영화 <헝거>의 한 장면, 수입·배급=오드(AUD)

소크라테스는 재판정에서 "신념을 꺾기보다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던 바 있다. 신념은 때로는 삶의 의지보다 강하다. 그리고 그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선의에 따른 행동이 때로는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말이다.

정치적 죽음 이전에, 우리는 이를 정말로 곧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우리 마음 속 어둠을 성찰해야 한다. <헝거>는 강인한 신념과 함께 우리 스스로에게 곧게 이를 바라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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