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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우리 모두를 삼킨 '폭력의 역사'[리뷰]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인내심'
박형준 | 승인 2016.04.14 06:00

'사랑'으로 정당화되는 폭력

영화 <4등>. 제작=국가인권위, 정지우필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매커니즘은 폭력이었다. 가정과 학교·군대 등 곳곳이 폭력이었다. 사회 생활 곳곳에도 폭력이 존재한다.

재능을 끌어올린다는 이유로, 말을 잘 듣게 한다는 이유로, 빨리 행동하게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렇게 폭력을 '사랑의 매'와 '관심'이라는 이유로 정당화시켰다.

폭력의 매커니즘은 조급함과 투사로부터 비롯된다. 원하는 결과를 재빠르게 낸다는 이유로 바짝 다그친다며 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자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길을 가게끔 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자녀의 삶에 자신의 꿈과 콤플렉스를 투영시킨다.

그리하여 자녀의 삶은 자신의 대용품이 된다. 그리고 타인에게 지기 싫어서, 혹은 타인에게 자랑하기 위해 자녀의 삶은 내 소유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폭력은 곧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행동 패턴과 의식 구조에도 중대한 영향을 준다. 피해자의 의식 구조가 폭력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피해자는 점차적으로 힘을 얻으면, 그 자신이 가해자가 된다. 군대를 소재로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가 있었다.

<4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폭력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를 짚어본다. 가정과 학교는 우리 사회의 폭력 매커니즘을 최초로 접하는 곳이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는 것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이다. 

만악의 근원은 '1등 집착'

준호(유재상 분)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에서는 4등만 하는 초등학생 수영 선수이다. 4등은 매우 상징적인 숫자이다. 메달을 주는 순위는 3등까지이기 때문이다. 4등부터는 시상대에 올라설 수 없다.

하지만 준호의 엄마(이항나 분)는 1등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오로지 출세만을 삶의 행복을 측정하는 척도로 두고 아이를 다그치는 대한민국 표준 엄마이다. 

그리고 자신은 부인하겠지만, 그 근원에는 투사가 자리잡고 있다. 자녀의 삶에 자신의 꿈과 콤플렉스를 투영시킨 채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부모의 전형적인 나쁜 심리이다.

영화 <4등>의 한 장면. 제작=국가인권위, 정지우필름

이런 엄마들의 불안을 건드려 심리적 만족을 준 채 사업을 영위하는 형태는 스파르타형 사설 학원들이다. 준호는 그리하여 새로운 코치 광수(박해준 분)를 만난다. 광수는 급격하게 준호를 끌어올려 1등과 거의 차이 없는 2등으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스포츠계 곳곳에 만연한 폭력의 매커니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말을 채찍질하면 말은 더더욱 빨리 달린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실력일까? 사람의 잠재력을 잡아먹는 행위는 아니었을까? 잠재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재능으로부터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폭력으로 좋은 성적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등장인물들은 모두 폭력의 피해자이자, 공범들이다. 준호의 엄마는 준호를 직접적으로 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을 빙자한 가혹한 정서적 학대를 가한다.

광수 또한 예사롭지 않은 과거를 간직하고 있으며, 준호 또한 폭력에 익숙해진다. 폭력의 사슬이다. 폭력은 왜 끊기질 않을까? <4등>은 그 연결고리를 쉽게 묘사한다.

폭력에 맞설 수 있는 힘은 인내심

먼저 수십 년 이상의 삶을 살았던 부모와 스승은 자녀(혹은 제자)가 길을 나아가는 과정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며 부딪치는 것 또한 성장이다. 좌절 또한 성장을 위한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실패를 해야 성공의 귀함을 알 수 있다. 성공만 하다가 실패를 겪으면, 실패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도 있다.

영화 <4등>의 한 장면. 제작=국가인권위, 정지우필름

어른이 아이를 다그치는 이유는 결국 인내심의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좌충우돌하며 실패하는 것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알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시간 낭비를 허용할 수 없다는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며, 어떤 과정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인지 통찰해내는 것 또한 부모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의식이 있다. 아직 자신에 대한 통찰과 고민을 끝내지 못했음에도, 성공을 부모가 지정해주고 강압하며 윽박지르기만 하면, 자의식은 부모의 바람과 반대로 진행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다. 주관은 억눌린다고 억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등>은 폭력의 매커니즘을 짚어내며, '폭력의 역사'를 짚어냈다. 나아가 부모와 스승이 갖춰야 할 자격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지적은 통찰력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은 느리지만 모두가 함께 하는 한걸음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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